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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던 2월 한 달...

지난 2월 5일 금식기도하러 가자는 이광현목사님 따라 이양섭전도사님과 셋이서 3박 4일 금식을 하러 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을 하니 먼저 도착한 강세현목사님이 반갑게 맞이한다. 혼자서 굶기는 힘든데 같이 굶으니 견딜만하다는 넋두리와 주변 상황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


매번 이런 모임에 끼다보면 내면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다른 것은 다 좋은데 앞에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냥 기도하자라고 하면 좋을 것을 도를 넘는 이야기들을 참 많이한다.


어차피 기도하러 갔으니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지만 자꾸 신경이 거슬린다. 둘째 날 오후에는 혼자 산에 갔다. 처음에는 산에 오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집회가 끝나고 어떤 양반이 뭔가를 소개한다고 하는데 장사치다. 말로는 목사라는데 건강 보조식품이 만병통치약이라 떠든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건 암이 걸리면 치료해도 소용없단다. 그러니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좋단다.


난 아내가 암 수술을 받았는데 ...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 중 암 환자나 그 가족은 없을까? 그 양반에게 한소리 하기도 그렇고 그냥 일어나 돌아다니다 산에 오르는 길이 보여 올랐다. 산을 한참 오르는데 이광현목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야? 저요? 지금 한참 산에 오르는 중인데요... 같이가지... 제가 너무 많이 올라왔거든요... 그냥 혼자 올라갈께요^^


사실 어릴 적 산에 오르는 걸 좋아했다. 그렇다고 장비 꾸리고 산에 오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기분날 때 휙하고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한다. 그냥 평범하고 나지막한 언덕 정도의 산 말이다.


어린 적 도봉산에 있는 기도원에 교회에서 기도하러가곤 했었고 때로는 혼자서 조용히 기도하러 가곤 했었는데 나이를 먹자니 산에 오를 일이 많지 않다. 그것도 기도하러 올라가는 일은 더더욱 적어졌다. 그래서 올 해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조용히 기도하러 다녀올 생각이다.


산 정상에 오르니 헬기장이 있다. 잠깐 쉬었다가 내려갔다 다음 날 점심때 쯤 산에 오르는데 누군가 씩씩하게 뛰어 올라온다. 나야 벌써 3일을 굶고 있었으니 쉬엄 쉬엄 올랐다 산에서 내려가는 중인데 이 양반은 벌써 정산에 올랐다 내 앞을 가로 질러 내려가 보이지도 않는다. 나도 뛰어내려가? 괜한 오기가 일어나는 걸 간신히 참았다. 사실 군대에 있을 때도 산 타고 내려가는 거면 뒤에 서지는 않았다. 난 산을 올라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뛰어 내려가는 것도 무지 좋아한다. 그런데 참았다. 괜히 객기 부리다 박명수 말처럼 탈날라....


돌아오는 날 점심에 죽을 먹고 강세현 목사님은 갈길이 멀어 먼저 가고 나머지 세사람은 산이나 오를까? 이런 마음에 산에 오르다 슬리퍼를 신고 온 이광현 목사님이 그만 올라가자는 말에 중간에 쉬었다가 내려와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뒹굴다 저녁 집회를 참석하고 돌아왔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교회에 돌아왔는데 주일 백승훈전도사님이 곽명환집사님을 태우고 돌아온 나에게 한마디 한다. 목사님 교회에 또 물이 떨어지는데요? 헉... 지난 가을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교회가 물난리가 났던 것이 생각이 났다. 또 물이 떨어져? 작년 공사가 여러 사정으로 3개월을 끌며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뭔가 조치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인 내외에게 전화를 했다. 교회에 물이 또 떨어집니다. 어서 와보세요


예배를 마치고 마음이라는 영화를 볼 생각이었는데 한방울씩 떨어지던 물이 이제는 소나기가 되 떨어진다. 그것도 사방에서...


일단 떨어지는 물들을 다라를 비롯한 다양한 통들을 이용해서 받고 물이 차면 갖다 버리고 주인 내외에게 전화를 했다. 작년 처럼 이 사정 저 사정 보다가는 공사가 또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공사를 빨리 진행하도록 강하게(?)요구를 했다.


작년에 공사를 한 분이 와서 상황을 보더니 다양한 진단을 한다. 그 다양한 진단을 듣는 난 가슴이 멍든다. 어찌 되었든 명절 앞두고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작년 추석 명절 땐 정말 난감했었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란 말인가.


도서관 책들을 옮기고 바닥을 들쳐내고 하여간 일주일 정신이 없었다. 물은 계속 쏟아지고 물통에 쌓인 물을 버리고 다시 채우면 또 차 버리고 누전 걱정 때문에 차단기를 내리고 아내와 하경이를 처가로 피신시키고 난 연신 물을 퍼내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다행히 월요일 공사하는 아저씨와 한바탕하면서 수도 배관이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고 고쳤지만 바닥에 고인물을 계속 교회로 떨어졌다. 화요일부터는 도서관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책들을 한쪽으로 몰아 넣고 물 떨어지는 곳엔 통을 놓아 물을 받았다.


잠은 처가에서 자다가 교회에 와서 교회와 도서관 업무를 보면서 떨어진 물을 버리고 그렇게 하다 보니 설 명절이 되었다. 주일 오전 예배를 드리고 처가에 갔다. 처 외삼촌댁에 가서 놀다가 장모님은 월요일에 오신다고 해서 막내 처남과 처가에 돌아왔다.


월요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 내외가 연우와 호를 데리고 와 함께 놀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올 설은 그렇게 정신없이 보냈다.


21일부터 사순절이다. 교회에서는 사순절 릴리에 금식을 하고 있다. 매 주일 일주일 단위로  성도들 가운데 자신이 금식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해 릴레이로 금식하고 있다. 물론 그 릴레이가 빵꾸날 때도 있지만 사순절의 의미를 성도들이 함께 생각한다는 것에 담임 목사는 만족 한다.


도서관을 조금 손 봤다. 매트를 더 사서 교회 입구쪽에 깔았다. 매트 다섯 개 정도의 공간이 새로 생겨 도서관이 더 넓어 보인다. 그거 공사하느라 2월 23일 금요일 완전 맛이 갔다. 매트가 도착을 해서 이리 저리 짜르고 붙이자니 힘이 딸렸다. 금식까지 겹친 탓인가 보다.


토요일 아이들에게 삐삐를 보여주려니 다른 것을 보잔다. 하지만 막상 삐삐가 시작되니 다음 편까지 보잔다. 하지만 아이들의 요구를 싹 무시하고 다음 주에 보자며 영화를 마쳤다. 그리고 4시에 아이들을 돌려 보내고 교회 청소를 했다. 백승훈 전도사님과 물이 떨어져 뜯어낸 택스도 붙이고 매트도 딱고 장의자도 딱고 줄도 맞추고 그렇게 주일 준비를 했다.


주일 아침엔 쑈를 했다. 성찬식을 준비하느라 와인을 하나 구입했는데 와인 따개가 없다. 클났다. 그래서 콜크에 나사못을 박고 뺀찌로 뽑았다. 하... 하... 하... 예배가 끝난 후 주 중에 금식할 분들 시간을 정하고 점심을 먹고 마음이를 봤다. 마음이는 내용을 좋은데 너무 많이 늘어지는 느낌이다. 속도를 빠르게 진행했다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래도 아이들을 좋아했다.


하경이는 잘 크고 있다. 먹기도 잘한다. 요즘은 오징어를 물고 다닌다. 먹지는 못하지만 오징어를 계속 물고 다니며 오징어의 맛을 모두 빨아먹는다. 하경이가 물던 오징어를 빼앗아 물어보면 아무런 맛도 안난다. 오징어의 장점은 그보다 좋은 치발이가 없다는 것이고 단점은 이게 물렁해지면 하경이가 아예 입 안으로 구겨 넣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터 아주 넓게 짤라 준다. 주일에 하경이가 입 안으로 구겨 넣은 것을 빨리 빼내지 않았으면 클 날뻔 했다.


오늘 아침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하경이 돌 잔치에 부를 출장 뷔페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실 돌잔치를 어디서 할까 고민을 하다가 아버지가 다니시는 살림교회에서 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허락을 받았다고 하지만 우리 부부가 이창훈 목사님을 찾아뵈야 하는게 순서일 것 같아 미루고 있었는데 출장 뷔페 가격 때문에 전화를 하신 것이다.


처음에 원했던 가격은 사람이 많았을 때 이야기고 우리가 예상한 인원이면 가격이 조금 더 올라간단다. 가격 차이가 있으니 업체와 날자와 가격을 이야기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받아 놨는데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계약을 했단다. 이런...


아버지가 음식 종류를 몇 개 빼고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가격으로 계약을 했단다. 우리 부부는 4월 30일 월요일이 좋을지 5월 1일(노동절) 화요일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하경이가 5월 1일 생이라고 5월 1일 저녁 5시에 계약을 해버렸다. 하여간 아버지 성질을 불이다. 그새를 못참고 계약을 해 버리시다니...


덕분에 우리만 바쁘게 생겼다. 이창훈 목사님을 찾아뵈야 하는데 우리도 바쁘고 이창훈 목사님도 바쁘니 언제 시간을 잡나...  아내 치아도 해야 하고 암 수술을 한 병원에도 한번 가야하고 처음 암 진단을 했던 병원 원장님에게도 하경이 안고 가봐야 하는데 ...


저녁엔 설 전에 서울에 올라온 친구 놈에게 언제 놀러올 거냐고 전화가 와 다음 주 금요일로 날자를 잡았다. 설 전부터 노래를 불렀는데 못간다고 할 수도 없고 결국 날자를 잡았다. 학교는 월요일 백승훈 전도사님에게 부탁을 해서 휴학을 했다.


올 한 해는 목회와 도서관 일에 집중을 할 생각이다. 몇 명 안되는 성도들이지만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게을리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올 한 해 정말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싶다. 느티나무 박영숙 관장님의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교회가 할 일을 도서관이 하는 구나...


내가 포기한 일들을 박영숙 관장님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잘 이겨내고 계셨다. 지난 시절 포기했던 아이들에 관한 일들을 다시 시작할 여력은 없고 지금 있는 아이들에게나 잘 할 생각이다. 박영숙 관장님의 글을 보며 지난 시절의 내 모습을 돌아봤다. 그리고 내 부족함을 다시 생각했다. 사람은 각기 그릇이 있는가 보다. 그래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련다. 내 그릇의 크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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