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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힘든데..죽음의 바다가 된 서해

올 한 해 <물은 생명이다>에서는 유난히 서해에 많이 갔다.

이 프로그램에서 특정한 지역을 자주 취재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환경과 생태에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리아스식 해안이라고 배운 톱니바퀴처럼

크고 작은 만들로 둘러싸인 서해안은 메워지고 또 메워지고

이제 자를 대고 그려야 할 만큼 지도가 바뀌어 있었다.

 

시화호가 생긴지 20년, 

방조제로 막힌 후 죽음의 호수가 되었던 시화호.

담수화를 포기하고 바닷물을 유통시킨지 10년 만에

겨우 숨통이 틔여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철새들과

다양한 생명체들의 삶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또다시 MTV건설과 조력발전소 건설, 시화호 안에 방조제를

쌓고 또다른 시화호를 만들겠다는 대송농업단지 조성사업 등

초기보다 더 거센 개발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방조제가 완전히 막히고 난 후의 새만금,

파괴된 생태계와 만신창이가 된 어민들의 삶에 대한 조명도 했다.

그나마 아직 양식업으로 쇠퇴해가는 서해의 수산물 시장을

받쳐주고 있는 가로림만에도 갔다.

가로림만 역시 개발의 압력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었다.

 

간척지 조성 이후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자리매김한 천수만.

세계철새기행전이 열리고 있는 철새들의 낙원 천수만을 찾아갔다.

천수만 역시 서해안 전체의 개발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태안과 서산 양쪽에서 개발의 압력을 받고 있는 형편이었다.

대규모의 관광레저단지 조성을 두고 개발과 보전 사이의 갈등이

만만치 않았다.

 

경기만 쪽의 천일염전들 역시 골프장 건설 등 개발의 대세에 밀려

그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서해를 찾아가 새들과 어류와 갯펄에 사는 동식물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을 만나면서

우리는 여러 차례 가슴이 답답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매립으로 황금어장과 갯펄을 잃고 살 길이 막막해진 어민들의

모습이 가장 가슴 아팠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그들에게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라는

엄청난 일이 닥쳤다.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는 서해를 생각하면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바다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야 할까?

삶의 터전이고 생명 그 자체인 바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기대어 살아가는 그 거대한 삶터에 닥친

이 재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석유를 싣고 바다를 오가면서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대비하지 않은 인간들의 무지와 무책임에

그저 망연할 따름이다.

 

우울하고 또 우울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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