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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물은 생명이다> - 시화호20년 연속기획(2) 탄도호는 제2의 시화호인가?

- 탄도호, 제2의 시화호인가?
 2007년 6월 29일 금요일 오후 4시30분 방송
 
 
1987년 6월, 첫삽을 뜬 시화호 방조제 공사가 시작된지 20년.
방조제 공사가 끝난지 2년 만인 96년, 바닷물이 드나드는 것을 막아버린 시화호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가 되었다.
담수화를 포기하고 98년 부터 해수를 유통시키면서 배수갑문 근처는 물이
깨끗해지기 시작하고 생태계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시화호 개발 사업 중 남측 간석지에 조성하기로 예정된 대송농업단지에
농업용수를 댈 수 없게 된 것.
시화호가 담수화를 포기했기 때문인데 농업단지 조성 사업자인 농촌공사는
시화호 안에 또다른 방조제를 쌓아 탄도호를 만들고 그 물을 담수화해서
농업용수로 사용하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바닷물을 막아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시화호의 전례가 있는데도 또다시
담수호를 계획하고 있는데 대해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반대했지만
이미 사업 승인이 난 탄도호 방조제 공사와 간척지 조성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시화호 방조제를 조성할 때도 그랬지만 탄도호 역시 이곳으로 흘러드는 물을
오염시키는 요인들을 미리 차단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인데도
방조제 공사부터 진행하고 있다.
탄도호 상류 쪽인 송산면 일대에는 영세한 규모의 축산농가들이 산재해 있고
축산폐수는 정화되지 않은 채 하천으로 무단 방류되고 있다.
가장 오염이 심한 양돈축사에서 버려지는 배설물과 폐수들은 시커먼 색깔만
보아도 오염의 정도를 알 수 있으며 악취 또한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버려진 축산폐수는 이미 간척지가 조성된 하류 지역까지 흘러와
수로를 막아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길을 내기 위해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시궁창을 퍼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오염되어 있는 하천 주변의 농가들은 상수도가 없어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수질 검사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바닷물이 유통되던 시절에는 온갖 고기들이 잡히던 깨끗한 물이
현재 이렇게 오염되어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은 탄도호가 완성되고 난 후에
닥칠 심각한 수질 오염에 대한 경고처럼 들린다.
온 집안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파리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주민들이 처해 있는 불결한 환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한다.
 
사업시행자인 농촌공사 측이나 환경기초시설을 마련해야 할 화성시 측에서는
계획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예산은 책정되어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sbs뉴스제작팀의 협조로 수중촬영을 해 본 결과 배수갑문 쪽의 시화호에는
물고기나 해초류들이 살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탄도호 안은 이미
아무런 생명체도 살아있지 않은 죽음의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이곳이 풍요로운 어장이었던 시절의 흔적인 버려진 그물망들 사이로
뻘흙에서 올라오는 시커먼 부유물질만이 떠다니고 물빛 또한 흐려 시야를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방조제가 조성되면서 만을 끼고 있는 어촌이었던 작은 섬에서 뭍이 되어버린
우도를 찾아갔다.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했던 남양굴을 생산하던 굴양식장을 대대로 지켜왔던
어도 주민들은 이제 녹쓴 어구들을 보며 어촌이었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새로 조성된 간석지에 가경작 형태로 논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사람들.
염기가 빠지지 않은 논에서는 모내기를 한 어린 모들이 하얗게 말라죽고
있었다.   양수기를 동원해서 지하수를 논에 대면서 어떡하든 모를 살려 보려고
애를 쓰는 주민들.  어업을 하던 이들에게 농사일은 버겁기만 한 모습이었다.
죽은 모를 골라내고 새로 모내기를 하려고 모판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 모들이
얼마나 살아남아 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사철 풍요로운 먹거리를 대주던 자신들의 기름진 경작지, 바다와
갯벌을 그리워하고 있다.
 
탄도호는 오염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밖에도 담수화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유역면적이 적어 빗물을 함양하기 힘들고 흘러드는
하천이 너무 빈약해서 담수화에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문제를 알고 있는 농촌공사에서는 10킬로미터 떨어진 화성호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한 배수로 공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배수로 조성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없는 계획인데다가
화성호 자체가 방조제 공사가 다 끝나고 나서도 수질 오염을 우려해서
배수갑문을 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해수를 유통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화성호 주변의 하천들도 축산폐수와 생활하수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을
뿐 아니라 건천화가 심각해서 화성호 역시 수질을 보전하고 담수화를 실현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개발로 멍들어 가는 것은 바다와 하천 만이 아니다.
방조제 공사와 매립에 필요한 골재를 채취하기 위해 인근의 야산들은 거의 모두
제 살을 깎아 바치고 있는 모습이다.
 
골재 채취로 사라져 가는 척박한 야산의 돌 틈에서도 생명체들은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20년을 시화호 지킴이로 살아온 최종인씨와 함께 올라가본
산 위에서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춰버린 희귀한 야생초 대부냉이가 뿌리를 내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 식물
들도 골재 채취가 더욱 가속화되면 더 이상 뿌리 내릴 장소를 찾지 못할 것이다.
 
물길이 막혀버린 황량한 갯벌은 말라죽은 게들의 무덤이 되어 있었는데...
갯벌을 관찰하던 최종인씨가 갑자가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뒤를 따라가 보니 어린 흰물떼새 한 마리가 이 죽음의 갯벌에서 용케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가 가장 소중한 유산임을 너무 쉽게 잊어가는 사람들.
시화호가 죽음의 위기에서 바닷물을 수혈 받아 겨우 숨을 쉬고 있는데도
친환경적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20년 전보다 더 많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화호 일대의 모습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시화호의 수질 오염을 두고 80년대 전반에 걸친 환경의식의 결여가 그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린 감사원의 발표가 언론에 대서특필된 것이 10년 전의 일이다.
시화호 방조제 안에 또다른 방조제를 쌓아 탄도호를 조성하고 있는 지금
또하나의 죽음의 호수를 만들어 또다른 재앙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
 
*6월 22일 <뉴스속보>가 긴급편성되어 <물은 생명이다>방송이 29일로
연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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