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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femme fatale
팜므는 프랑스어(語)로 '여성', 파탈은 '숙명적인, 운명적인'을 뜻한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문학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미술·연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어,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요부'를 뜻하는 말로까지 확대·변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운명적'이라는 말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굴레를 뜻한다. 즉 팜므 파탈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될 숙명을 타고난 여성이다. 따라서 팜므 파탈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 역시 팜므 파탈의 손아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남성을 압도하는 섬뜩한 매력과 강인한 흡인력 앞에서 남성은 끝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팜므 파탈의 속성이다. 이런 점에서 팜므 파탈은 종교적·신화적인 성격이 강하다.
문학작품 등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팜므 파탈의 예로는, 뱀의 꾐에 빠져 금단(禁斷)의 열매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하와(이브), 헤로데스를 춤으로 유혹해 그로 하여금 세례 요한을 죽게 하는 《신약성서》의 살로메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여 젊은 시인을 유혹하는 라미아(Lamia:그리스신화에서 어린이를 잡아 먹는 요부), 하나의 몸에 사자·염소·뱀 등 3개의 머리를 한 키마이라 등도 팜므 파탈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주로 영화 용어로 많이 쓰이는데,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이용해 남자 주인공의 운명을 예기치 않은 나락으로 빠뜨려 헤어날 수 없게 만드는 악녀를 가리킨다. 이 경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학예(學藝)의 여신 뮤즈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치명적인 여성 캐릭터 팜므 파탈.... 피할 수 없는 파괴의 냄새를 풍기는 사랑의 숙명.... 정염이라는 말과 함께 떠오르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 시속 180킬로미터의 속도로 파괴를 향해 질주할 때 어른거리는 여인의 모습.... 얼음 위에 댓잎 자리 보아 님과 함께 얼어죽을 망정 정 둔 이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고려 속요의 가사 속에 떠오르는 여인의 이미지 역시 팜므 파탈...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정열...사랑 보다 강한 중독....관능 보다 독한 유혹... 사마귀의 정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랑보다 두려운 유혹은 정염, 팜므 파탈과 정염에 대한 생각들.... .............................................................
○ 블랙백 (자막) 이 세상 밖이라면 어느 곳에나
-창 밖의 풍경
질문 - 언니가 지금 금이라고 생각하는건 가족인가?
나 - 아니, 가족은 아닌 것 같애...오히려 나 자신인 것 같애...나 자신이 나에게 하나의 금이 되고 있는 것 같애....이제 이미 누구에게 비난받을까봐 뭐를 안하고 그러지는 않거든...나 자신이 자신이 없어....금을 넘어서서 내가 어디론가 질주할 수 있는 어떤 추동력이나 에너지 이런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거야...자신이 없어...안타까운거는 자신이 없는데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여전히 한쪽 발을 살짝살짝 비껴본다는 그게 참 안타까운거지...평생동안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나는 그거 포기 못하는 것 같애....하루에도 몇번씩...아까 내가 그렇게 나의 현재의 이 평온한 삶에 만족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루에도 몇번씩 지금 당장 가방 하나 달랑 들고 저 길을 나서서 홀연히 그냥 사라져버릴까 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그런 생각하거든...하루에도 몇번씩...그게 나야...어쩔 수 없는 것 같애....
-가방 싣고 여행 떠나는 나
-집으로 돌아오는 나
(앞의 오디오에 비디오 인서트)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
○ 블랙백 (자막) 사랑이 너무 멀다
-침실 문 사이로 서 있는 남편과 침대에 누워있는 나
(자막 - 2002년 3월2일)
남편 내 등 두드리며...."갔다 올게..." 나 손 내밀며..."응응..가지마..."
남편 손 번쩍 들며..."미치겠다."
문 열고 나가는 남편, 침대에서 신음하는 나, 누워있는 뒷모습
(N) 남편은 늘 나한테 친절했다. 내가 아픈 것을 자기가 아픈 것보다 더 아파했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우리 집 (자막 - 1년 후)
소파에 누워있는 남편 / 내가 다가가서 얼굴 만진다
일어나는 남편, 싱크대 앞에 서있는 나
식탁에 앉는 남편 / 남편 밥 먹고 물병 닦는 나
(N) 결혼생활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날마다 밥을 해먹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 밥 먹는 남편 "밥 먹어, 나보고 밥 먹으라면서...." (남편) "물 담어...물이 없잖아" (나)
식탁에 왔다가 다시 싱크대로 가서 컵 가져다가 물 따르는 나
(N)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나를 지치게 한다.
인터뷰 "한 방편으로서 뭔가를 피해보기 위해서 결혼을 선택한다, 외로움을 피한다던가, 어떤 편견을 피한다던가, 눈총, 비난 이런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방편으로 결혼을 택한다는게 참 어리석은거라는걸 알면서도 그런 면이 없지않아 있었던 것 같애...이제 와서 생각하는거지..."
담배 피우는 남편.... "뭘 이해해 달라는건데?" "내 본심을 이해 못하는 것을 이해 못하겠어....내가 걱정이 되어서 그러나보다 하지 않고 엉뚱하게 받아들이는게 이해가 안가" 남편 "진짜 이해가 안가네...."
- 눈 클로즈업
인터뷰 "금금에서 내 얘기 부분의 제목을 사랑이 너무 멀다라고 정하려고 했잖아...그 이유가 아마 지금 질문했던 것처럼 사랑이 있나, 사랑이 정말 있을까? 이런 생각을 나도 수시로 많이 했었거든....거기에 대한 나의 결론이라면 사랑이 있어...있고 정말로 필요한 것인데 너무 멀어 너무 멀리 있어...항상 곁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실체가 잘 잡히지도 않으려니와 실천이랄까 살면서 끊임없이 사랑하기란 굉장히 어려워서 여기에서 멀다라는 건 어렵다는 얘기지....사랑는 너무 어려워...그래서 나는 멀다 라고 생각하거든."
○블랙백 (자막) 자기만의 방
-내 방 스케치
-문 틈으로 작업하는 나, 노트에다 뭔가 적고있는 나
(N)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또하나의 벽은 여성이라는 조건이었다. 나는 20년 동안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왔지만, 마흔 여덟살이 되어서야 나만의 방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나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의 개념 대로 한다면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방을 갖고있는 셈이다. 경제적인 기반이 너무 허약하기 때문이다. 나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는다면 나에게 허용된 자유는 굶는 자유 뿐이다.
-결혼식
-엄마와 대화하는 나
(N) 나는 5년 전에 이혼했고, 1년 반 전에 재혼했다. 지금은 재혼한 남편과 친정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나는 가부장제 아래서의 결혼 시스템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딸들처럼 그런 인식은 엄마의 인생을 바라보면서 저절로 생겨났다.
-오디오만, 나루 (현장음) "행복하기 위해서 누군가 희생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
-나, "응, 나두 그랬어....우리집도 엄마가 다 희생하고 그랬거든....엄마가 남 몰래 흘린 눈물은 강을 이루고도 남았어...저렇게 한 여자를 불행에 빠트리고 얻은 한 가정의 평화라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생각 했거든....
-내 방 창문에서 내다 보이는 숲의 모습
-수진이와 나의 사진 액자
-수진이 모습
(N)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있는 공간, 돈이 없기 때문에 불완전하긴 하지만 나의 방을 확보한 이후로 나는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평화와 여유를 알게 됐다.
나에게는 딸이 있다. 스물 두 살, 여전히 가부장제의 틀 속에서 살아가야 할 여성.
내가 재혼하게 되면서 그애는 스무 살에 혼자 살게 됐다. 그애 역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기만의 방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인터뷰 "그래서 그런 상처를 갖고 있는 애한테 다시 또 엄마하고...그애가 결혼하거나 그런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또 엄마하고 헤어지게 만들었다...라는게 정말 마음에...괴로웠었지...사실 혼자서 막 울고 그랬었어. 수진이 생각하고 딱 해서....아직 어린데 사실 엄마에게는 자식이 늙어도 어린 것처럼 보이잖아...아직 어린데 실제로도 아직 어린데...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어린애같은데 혼자 떨어트렸다 그런 생각 때문에 참 혼자 많이 괴로워했었지...울고....지금두 막 생각하면 마음이 막 무겁고 마음이 쓰리고 그럴 때가 있거든....수진이가 아프거나 어떤 괴로움이 있어서 나한테 호소를 할 때 말도 못하게 마음이 아프지....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자식에게 굉장히 큰 짐을 지웠다 이런 생각도 들고...나한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죄책감으로 남을 것 같애...죄의식으로."
-입 벌리고 있는 얼굴 클로즈업
(N) 딸이 열살이었을 때 나 혼자가 되기 위해 가출한 적이 있었다. 그 죄책감에다 재혼하면서 성년이 되자마자 딸을 혼자 살게 했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부담은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
-내 방에서 작업하는 나
(N) 나의 여성으로서의 삶은 내 방 안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 블랙백 (자막) 거짓말과 상상력
-잠 자고 있는 모습
-이미지 영상
(N) 내 무의식의 창고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종종 기억을 날조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어떤 사건, 어떤 상황을 내가 믿고 싶은 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래온 오래된 습관이다. 나는 거짓말을 잘한다. 사람들은 나더러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한다.
-다이어리 살펴보는 나
(현장음) "날마다 일기를 쓰는거예요?" "최근 들어서....다 잊어버려...그래서 적어놓잖아...일기보다도 메모야....요즘 들어서 길게 쓰지..."
(N) 나는 날조된 기억에 대한 알리바이조차 만들곤 한다.
-노트 보여주는 나
(현장음) "나는 이런 노트가 많아...일기도 아니고 그때 그때...최근에는 노트북에다 쓰고...이런데다 잘 안 쓰니까...."
(N) 가끔 나의 거짓말은 상상력과 혼동되고 허구와 창작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인터뷰 "나는 파트너가 있어도 항상 자위을 해왔거든....옛날이나 지금이나...파트너가 없던 어린 시절부?나는 줄곧 자위를 해왔기 때문에 나에게는 전혀 낯선 게 아니고....그 성적인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아무한테도 해를 미치지 않잖아....물론 파트너가 기분 나쁘게 생각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있어...알면....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모르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이해시키면 더 좋고 그렇게 생각하거든..."
-금금 작업일지 노트
(N) 나의 진술은 사실일까? 사실이다. 그러나 내 일기나 노트의 어느 한 구석에도 그런 이야기는 들어있지 않다.
기억을 날조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또 하나는 현실에서 넘지 못하는
금기를 넘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인터뷰"내가 지금 이 작업을 하려던 이유 중의 하나도 내가 그렇게도 넘지 못하는 벽, 넘지 못하는 선은 무엇일까 그걸 탐구해보고 싶었어....내가 저 사람 만나서 나보다 더 개방적이고 나보다 더 열려있다고 생각하고 놀랐거든.....40이 넘을 때까지 나는 내 성기를 본 적도 없었어...볼려고도 하지 않았고....막연한 혐오감을 갖고 있었던거야..."
-노트북 앞에서 작업하는 나
-'세계도시...' 스탭 스크롤
(N)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면서 많은 글을 썼지만 제대로 된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작가로 불렸지만 나는 어디서도 내가 작가라고 떳떳하게 말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상상력이 아니라 거짓말로 세상을 살아왔다는 자괴감을 느낀다.
나의 거짓말은 나 스스로 원하는 인생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유용했다.
인터뷰"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거야...허위의식을 넘지 못해.. + 그것이 나의 거짓 이미지라는 걸 알았지만 그걸 고수하려고 했었어...직업,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남편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직업 있고, 아이 잘 키우고, 소위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한 캐리어 우먼이다, 이런 나의 이미지....난 그걸 지키려고 했었어.."
○ 블랙백 (E)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 블랙백 (자막) 내 안의 금
인터뷰 "쁘띠 브르조아들이 갖는 견고한 윤리의식이 있거든...열린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그게 안돼....창조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건데 기존의 가치에 너무 얽매여 있기 때문에 그게 안되는거야...나는 그렇게 생각하거든..."
-나루, 자혜, 영심 회의 모습
-카메라 들고 작업하는 나
-우리 집에 모여서 이야기하는....
-우리 집 스케치
(N) 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다.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얼마나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나는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정직해질 수 있을까?
영화는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인터뷰 "우리가 진실을 알기 위해서 이 작업을 한다고 그러는데 우리는 이 작업을 하는걸 의식하고 있으면서 얼마나 정직하게 토로할 수 있으며 끄집어낼 수 있을까...청소할까 했는데 안했어....누가 온다는데 청소 안하는건 정직한 걸까...의식한다는걸 의식한다는건 무엇일까???"
영원히 끊내지 못한 숙제가 몇가지 있다.
국민학교 때의 방학숙제를 포함해서.
'금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방학숙제 같은 경우는 그래도 괜찮았다.
한대 맞고 잊어버리거나 - 사실 맞기 전까지가 초조하지 막상 맞고나면 별거 아니다.
걱정한 것이 억울할 정도다 - 또 몇번은 방학이 끝나고 전학을 했기 때문에 참 홀가분하게
잊어버릴 수 있었다. 성격 이상하게 그전 학교의 방학숙제를 갖고 오라고 하던 선생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미소로 답했을 뿐이다. 뭐 끈질기게 추궁할 정도로 이상하진 않았다.
허나 '금금'은 그게 아니다.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다.
심지어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다.
참 골치 아프다.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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