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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다큐여자 책 읽어주는 엄마-김인자

EBS다큐여자  책 읽어주는 엄마-김인자

5월 30일(수), 31일(목), 6월 1일(금) 저녁 9시 20분 방송

 

김인자씨는 초등학교 5학년, 2학년인 두 딸을 키우는 주부다.

어린 시절, 책을 너무 읽고 싶었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읽을 수 없었던

그녀...

엄마가 되면서 그녀는 자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가 책을 읽어주었던 아이들은 이제 책 읽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인자씨는 책 읽는 기쁨을 자기 아이들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학교에 나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인자씨는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며

엄마,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과 공통의 경험을 만들어

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인자씨는 자기 아이들이 다니는 인천 신대초등학교에 '꿈마루'라는

도서관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어머니도서위원회를 만들어 다른 서른 한명의 엄마들과 함께

아이들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꿈마루'에는 딱딱한 책상과 의자 대신 평상과 소파가 있다.

아이들은 누워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도서관에 와서 잘 수도 있다.

도서관의 벽면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밝은 색깔로 칠하고

서가는 아이들이 마음대로 책을 꺼내볼 수 있게 낮게 설치했다.

숨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곳곳에 숨을 수 있는 공간들이

있고, 원두막과 다락방도 있다.

친구들에게 자기가 읽은 좋은 책을 권해주는 편지를 배달해 주는

희망의 우체통에는 아이들이 쓴 편지가 날마다 쌓여있다.

하루 4,500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책을 빌려가는

신대초등학교는 아이들의 학력도 크게 향상되었다.

 

김인자씨는 네 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의 친정 마을인 김포의

작은 면소재지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았다.

아버지 대신 자기를 사랑해준 외삼촌을 찾아간 인자씨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데...

홀로 분식점을 하며 인자씨를 길러낸 엄마는 인자씨가 몸이 약한데

도서관 일로 분주한 것을 안타까워 한다.

 

도서관 일 뿐만 아니라 교육청의 학부모 나름이 강사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도서관 만드는 일로 분주한 김인자씨.

그녀는 학부모 강의도 많이 하는데 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줄 것이며 책을 통해서 아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알려준다.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려주고,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려면 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어려운 책이 아니라 그림책부터 읽어주라고 권하는데

그림책 속에는 글자로 표현되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데 좋고 읽어주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도 풍성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인자씨의 건강과 집안일 때문에 책 문화 활동을

반대하던 남편도 이제는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인자씨는 대안학교에 나가서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를 나눈다.

마음의 허기가 많은 그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인자씨.

그녀는 오늘도 책 읽는 기쁨을 더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

책을 들고 분주히 길을 나선다.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에게 꼭 책을 읽어준다는 그녀.

엄마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아이들은 행복하다고

믿는 그녀는 아이들이 행복하면 자기도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책 읽어주기는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해주는 영혼의 스킨쉽이라고

오늘부터 꼭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단다.

 

그녀를 만나고 그녀에 대한 프로그램을 하는 일은 즐거웠다.

나 역시 책을 사랑하고 책 읽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은 너무나 뜸해진 책과의 데이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책 읽어주는 엄마 김인자씨, 그녀는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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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물은 생명이다>도심 속의 생태 놀이터-습지의 재발견

 

2007.5.25. 금요일 오후 4시 30분 방송

도심 속의 생태 놀이터-습지의 재발견   

 

습지는 가장 작은 생명체들이 깃들어 사는 곳이다.

한 움큼의 물만 고여 있어도 그곳에 알을 낳고 생명을 키워내는

수서곤충들-잠자리와 소금쟁이-그리고 양서류인 두꺼비와 개구리들.

안양천 주변 도심 가까이에 있는 작은 습지들은 도시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놀이터이자 생태학습장이다.

 

광명시 하안동의 안터습지.

주택이 빼곡이 들어찬 도시 한 가운데 애기부들이 파란 잎을 피워내고

멸종 위기에 있어 환경부 보호종으로 지정된 금개구리가 서식하는

습지가 있다.

주말이면 근처의 시민들이 가족끼리 이 습터를 찾아와 아이들과 함께

올챙이를 잡아 보고 거미를 관찰하기도 한다.

맨발로 습지에 들어가 뜰채로 생물을 채집해 본 어린이들은 생명의

신비에 감탄하고 습지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원래는 저수지였던 안터습지는 광명시에서 생태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인데 습지에 물을 공급해주는 지하수가 개발로 인해 자꾸만

줄어들면서 육지화가 진행되어 습지 면적이 줄어들고 있어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양지천이 안양천과 만나는 연현마을 근처에는 작은 습지들이 있다.

연현중학교 학생들은 특별활동으로 매주 이곳을 찾아와 생태계를

모니터링한다.

안양천이 2급수의 맑은 물을 되찾게 된 상징이 된 참게를 관찰하고

하천 주변의 풀밭에서 살고 있는 달팽이와 곤충들을 관찰해서 글과

그림으로 남긴다.

학생들이 꾸준히 계속해온 이런 기록들이 안양천을 이해하는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낚시터가 되어버린 근처의 작은 저수지는 관리 소홀로 쓰레기들이

함부로 버려져 있어 안타까운 모습인데 이런 작은 습지들도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의천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 백운호수.

논에 물을 대던 저수지였지만 평촌신도시 개발 이후 열병합발전소에

냉각수를 대고 학의천에 물을 방류해서 수량을 유지시키고 있다.

안양천 살리기를 하면서 낚시를 금지시키고 외래어종인 베스를

퇴치하는 등 수질 관리에 힘쓴 결과 현재는 비교적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호수 주변의 농경지인데 이곳은 원래 홍수 때 범람을 대비해

남겨 놓아야 하는 유수지이다.

저수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촌공사에서 용도 외 사용으로 농민들에게

임대해 주고 있는데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

을 사용하는 등 비점오염원이 생겨나 비가 오면 호수로 흘러든다.

백운호수와 학의천의 수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수지를 자연상태로

보존한다면 좋은 습지로 남아 건강한 기초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의왕시의 임대주택단지 개발예정지인 포일지구.

주택단지로 수용된 논이 있던 자리에 습지가 생겨나 두꺼비와

개구리들의 산란장이 되고 새들도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주거지가 수용되어 이주하면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물길을

막아버려 두꺼비와 개구리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습지는 주택단지와 연결되는 왕복8차선 도로가 들어서도록

예정되어 있는데 환경단체에서는 이 습지를 보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는 장소였던 청계사천 주변의 개구리논.

이제 그곳에는 주택이 들어서서 개구리논은 사라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린이들이 논과 청계사천 사이에 마련된 생태통로를

지나가 올챙이들을 방류해 주는 생태학습장이었던 곳이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논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갈 곳이 없어진 개구리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산본천 상류 수리산 계곡의 초막골 습지.

저수지였던 곳인데 지금은 생태계가 잘 보존된 자연 습지로 남아있다.

어린이들과 학생들의 좋은 생태학습장이 되어주고 있는 초막골 습지

는 물이 깨끗해서 도룡뇽이 알을 낳고 잠자리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

들이 살고 있다.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보존할 계획이라는 초막골 습지는 도심 속의

생태 놀이터로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다.

 

도심 속에 남아있는 작은 습지들은 적은 양의 물만 고여 있어도

생명이 깃드는 신비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가장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습지는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을

이루는 기초생태계를 떠받들어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는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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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그리고 정염

팜므 파탈...femme fatale

 

팜므는 프랑스어()로 '여성', 파탈은 '숙명적인, 운명적인'을 뜻한다.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에 의해 문학작품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미술·연극·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어, 남성을 죽음이나 고통 등 치명적 상황으로 몰고가는 '악녀', '요부'를 뜻하는 말로까지 확대·변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운명적'이라는 말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굴레를 뜻한다. 즉 팜므 파탈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될 숙명을 타고난 여성이다. 따라서 팜므 파탈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 역시 팜므 파탈의 손아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남성을 압도하는 섬뜩한 매력과 강인한 흡인력 앞에서 남성은 끝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팜므 파탈의 속성이다. 이런 점에서 팜므 파탈은 종교적·신화적인 성격이 강하다.

문학작품 등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팜므 파탈의 예로는, 뱀의 꾐에 빠져 금단()의 열매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하와(이브), 헤로데스를 춤으로 유혹해 그로 하여금 세례 요한을 죽게 하는 《신약성서》의 살로메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여 젊은 시인을 유혹하는 라미아(Lamia:그리스신화에서 어린이를 잡아 먹는 요부), 하나의 몸에 사자·염소·뱀 등 3개의 머리를 한 키마이라 등도 팜므 파탈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주로 영화 용어로 많이 쓰이는데,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이용해 남자 주인공의 운명을 예기치 않은 나락으로 빠뜨려 헤어날 수 없게 만드는 악녀를 가리킨다. 이 경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학예()의 여신 뮤즈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치명적인 여성 캐릭터 팜므 파탈....
피할 수 없는 파괴의 냄새를 풍기는 사랑의 숙명....
정염이라는 말과 함께 떠오르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
 
시속 180킬로미터의 속도로 파괴를 향해 질주할 때 어른거리는 여인의 모습....
 
                얼음 위에 댓잎 자리 보아 
                님과 함께 얼어죽을 망정
               정 둔 이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고려 속요의 가사 속에 떠오르는 여인의 이미지 역시 팜므 파탈...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정열...사랑 보다 강한 중독....관능 보다 독한 유혹...
사마귀의 정사를 떠올리게 하는....
사랑보다 두려운 유혹은 정염,
팜므 파탈과 정염에 대한  생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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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말...말

 

그저 모든 것을 말로만 때우려는 사람들이 지겹다.

제대로 된 말을 할 줄도 모르면서 립서비스를 남발하는 사람들이 역겹다.

그리고 말을 글로 써야하는 내 직업이 두렵다.

말과 글은 다른 것이다.

 

차라리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반갑다.

입에 발린 말 따위 하지 않는 사람들.

마음에 없는 말 같은 건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 사람들.

꼭 듣고 싶은 말 조차도 해주지 않는 사람들.

차라리 그들이 더 고맙다.

책일질 수 없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해서 당신들을 위해서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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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이시우씨 구속 기사

 
 
"제 남편,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현장] 국가보안법 폐지 걸고 21일째 단식중인 이시우씨 특별면회
 
장윤선 기자
 
 
▲ 지난 4월 16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평화사진작가 이시우씨의 아내 김은옥씨.
 
ⓒ 오마이뉴스 장윤선
"남편이 21일째 단식하고 있습니다. 서울 옥인동 대공분실에서 첫 면회를 할 때 그는 '국가보안법을 안고 함께 죽기로 각오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본 남편은 한번 말하면 반드시 그대로 하는 사람입니다. 제발, 제 남편이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지난 4월 19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평화사진작가 이시우(39ㆍ본명 이승구)씨의 부인 김은옥(42)씨는 9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석방 촉구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남편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똑같은 피의자 신분이었지만 대우가 천양지차였던 것도 섭섭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이동스튜디오까지 차려놓고 밤새우며 김 회장 부자를 취재하는 것도 그러려니 했다. 같은 공간에 수감돼 있는 남편에 대해 단 한 줄도 쓰지 않아도 '기자들 그렇지 뭐' 했다.

그러나, 사람이 21일 동안 곡기를 끊고 묵비권을 행사하는데도 무반응인 것에는 화가 났다. 무심코 넘기기에는 남편의 건강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그것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밥을 굶고 있는 남편이 한술이라도 뜬다면 더 바랄 게 없는 상황이 됐다.

백발의 노신부, 문정현 신부의 눈물

김씨는 이날 오후 4시 문정현 신부와 함께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를 찾았다. 서울지검 공안1부에서 조사를 받던 이시우씨는 휴게실에 미리 나와 김씨와 문 신부를 맞이했다. 이씨의 표정은 밝았지만 한 마디씩 이어가는 게 힘겹게 느껴졌다.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은 일시적이지만 마비증상이 있었다면서 의사의 검진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교도관들의 말을 듣던 김은옥씨가 눈시울을 붉히자 이씨는 웃으면서 "문제없다"며 "잘 판단 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될 때까지 단식으로 항거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불변이었다.

백발의 노 신부는 이시우씨의 넉넉한 웃음을 바라보다 울컥했다. 눈물로 안타까움을 전하던 문 신부는 검게 그을린 두 손을 마주한 채로 "나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25일간 단식했던 사람"이라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탄식했다.

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국가보안법이 노무현정권 말기가 되니 어느새 다시 살아나 꿈틀거리며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활동을 개시한 것은 진보진영의 치욕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비분강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이 사문화 된 법이라고 했지만 영어의 몸이 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가보안법 사문화는 결국 거짓말이 됐다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검찰 면회에 동행했던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이씨에게 "당신의 결정을 믿는다"면서 "어떻게 힘을 보탤 수 있는지 밖에서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러분들이 나 하나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죄송하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은 감옥에서도 사회에서도 계속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의 부인 김은옥씨는 말이 없었다. 밥을 계속 굶을 것이라면 물과 소금이라도 자주 마셨으면 좋겠다는 게 그녀의 당부였다. 기력이 쇠잔해진 이시우씨가 약 10분간의 면회를 마치고 간단한 포옹을 한 뒤 표표히 사라지자 부인 김씨는 다시 검사의 방으로 향했다.

"검사님, 남편이 20일 동안 화장실 한번 못 갔어요"

"검사님, 남편이 20일간 단 한번도 화장실에 못 갔어요.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남편이 검사실로 조사받으러 오면 물 좀 충분히 주세요. 하루에 2리터는 족히 마셔야 버틸 수 있습니다. 남편이 물을 달라고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지 마시고, 먼저 물을 건네셨으면 합니다."

김은옥씨는 가방 끈을 빙빙 돌리면서 몇 차례 당부했다. 말을 마치고 검사실을 나오는 복도에서 김씨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아들인 모양이었다. 아침에 끓여놓은 청국장과 반찬을 꺼내먹으라고 당부하는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힘겨운 일이 있어도 결코 웃는 낯을 버리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끝에는 삶의 피로도가 뚝뚝 묻어났다.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아이와 먹고살기도 바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구속돼 더 살기 어렵게 됐다거나, 길거리에 나앉지 않고 사는 게 인생 최대의 목표라거나,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인천 강화로 삶터를 옮긴 뒤 동네사람들과 '자장면 파티'를 할 생각이었는데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파토 났다고 말하는 대목은 차라리 슬픔이었다.

 
▲ 평화사진작가 이시우 석방대책위는 9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방촉구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장윤선
 

이에 앞서 열린 '이시우씨 석방 촉구 기자회견'에서 최병모 변호사(전 민변 회장)는 "사상과 양심,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 다시 살아 여러 사람들을 옥죄는 걸 보면 80년대 군사정권이 체육관선거를 자행하던 때와 뭐가 달라진 것인지 의문"이라며 "민선 민간정부가 무려 3차례나 들어섰지만 아직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데 과연 민주화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최 변호사는 "주한미군측이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내용을 사진 찍고 기사 썼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나서 기밀이라고 난리치면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면서 "주인 눈치 보면서 노예 노릇하는 미국의 속국 아닌지, 식민지가 아니고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개탄했다.

또한 최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존폐는 민주화 정도와 연결되는 것"이라며 "아직 민주화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의 희생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사회민주화를 위해 더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데 힘을 보태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국가보안법 여전히 활보

소설가 정도상씨는 "이번 이시우씨 구속사건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한 저항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정씨는 "국가보안법은 생명과 평화를 저해하는 법"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활동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 확대, 국가적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작가 이상엽(이미지프레스 대표)씨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에게는 작업의 유사성이 있다"며 "공안당국이 다큐 사진가들에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국가보안법 잣대를 들이댄다면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개탄했다.

이씨는 또 "해외의 유명작가들도 이시우씨와 마찬가지로 DMZ를 많이 촬영했었다"면서 "이시우씨의 사진을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 탐지ㆍ회합통신으로 처벌하기에는 너무 아름답지 않느냐"고 말했다. 분단을 바라보는 예술적인 의지가 담긴 사진이라는 것이다.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오늘 같은 일을 당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2007-05-09 19:37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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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다큐여자-엄마, 다쳐서 미안해!

EBS다큐여자 - 엄마, 다쳐서 미안해!

5월 2일, 3일, 4일 (수, 목, 금) 밤 9시 20분 방송

 

5월은 어린이의 달이다. 어린이의 달 특집으로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해서 방송해야 한다고 했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고가 나서 아이가 다쳤거나 죽었을 때 부모가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클텐데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텐데 그 상처를 건드리는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예상대로 섭외도 잘 되지 않았다.

 

고맙게도 어린이의 안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출연하겠노라는 부모님들이 있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되었다.

2006년 10월 1일 대전의 한 놀이동산에서 스윙드롭이라는 놀이기구를 타던 초등학교 6학년 여자어린이 두 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아르바이트생이 놀이기구를 출발시켜서 일어난 사고였다. 높이 35미터 상공에서 시멘트 바닥으로 추락한 유정이는 심각한 외상과 뇌손상을 입고 생사의 기로를 헤매다 겨우 살아났다.

그후 7개월, 유정이의 가족들은 지옥과 같은 나날들을 견디며 오직 유정이가 예전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기만을 기원하고 있다. 유정이는 왼쪽은 전신이 다 부서질 정도로 다쳤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뇌출혈로 인한 뇌 손상으로 정상적이던 열 세살 어린이의 지능이 5,6세 정도의 아이처럼 퇴행한 것이다.

 

유정이의 아빠는 구두공장 기술자였는데 회사가 부도 나자 대전 시내에서 구두수선점을 하고 있다. 엄마 역시 아빠의 일을 돕고 있었다. 중3인 큰 딸 유진이와 중1이 되었을 유정이 자매가 건강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람으로 삼고 열심히 살아온 엄마, 아빠에게 유정이의 사고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엄마는 하루 종일 유정이 시중을 드느라고 거의 일을 하지 못하고 아빠는 고통 속에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엄마 몫까지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유진이 역시 엄마, 아빠가 유정이한테 매달려 있느라고 신경을 써주지 못해 많이 힘든 상황이지만 동생을 위해 꿋꿋하게 견디고 있다.

 

그들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살아날 가망이 2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사들의 말에도 결코 실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은 채 20일 넘게 중환자실 앞을 지켜온 유정이 엄마 방미해씨. 그녀는 정말로 강한 어머니였다. 자기가 울면 아이한테 좋지 않을까봐, 자기가 괜찮다고 믿어야 유정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모든 고통을 안으로 삭히고, 잘될거야, 유정이는 꼭 살아날거야, 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믿음을 가졌던 그 엄마의 힘이 유정이를 살게 한 것 같았다.

유정이가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 동안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온 정성을 다해 유정이가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일 밖에는. 엄마, 아빠가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유정이가 살아난다고 믿었다는 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유정이가 어린애처럼 퇴행하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7개월 동안 유정이 곁을 지키면서 엄마는 아이에게 더많은 사랑을 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그 속에는 좋은 것도 들어 있다고 유정이 엄마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유정이는 지능이 퇴행했을 뿐만 아니라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려있다. 사고 당시의 일과 그밖에 몇 가지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잠을 잘 때면 두 손과 두 발로 침대 난간을 단단히 부여잡고 잔다. 유정이의 무의식 속에 추락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유정이는 아직 잘 걷지도 못하고 턱과 이가 부서져 말도 잘 하지 못한다. 게다가 너무 오래 누워 있어서 생긴 욕창 때문에 말 못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유정이는 오히려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를 위로한다.

어느 날 다치기 전에 더 잘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 미안해...꿈돌이랜드 가서 미안해....꿈돌이랜드 가서 떨어져서 미안해."라고 어눌한 발음으로 엄마를 위로한다.

그런 말을 하는 유정이를 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엄마,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그들 모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교통사고로 입원해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학생 정민이 아빠와 동병상련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던 유정이 아빠.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절규하듯 쏟아놓는 말 "작년 9월 30일로 시간을 되돌려 놓고 싶다"는 그 말도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또 한 사람 유정이의 6학년 담임이었던 송옥선 선생님.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유정이를 매일 같이 보러 와서 친구들이 써준 힘내라는 메모들을 보여주고 읽어 주면서 한 시간 씩 기도를 올리던 선생님의 지극한 마음은 엄마가 유정이를 지키는데 너무 큰 힘이 되었다. 유정이 엄마는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잊지 못할거라고 말한다. 유정이는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꼭 선생님이 되겠다고 대답한다. 송옥선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유정이네 가족은 오늘도 병실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유정이를 위로한다. 사고 나기 전처럼 네 식구가 한 집에서 함께 잠자고 함께 생활하면서 오순도순 살아갈 그 날을 기다리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유정이가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엄마의 소원처럼 중학교 교복을 입고 의젓한 모습으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는 날이 오기를... 유정이네 가족들이 저녁 밥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함께 밥을 먹는 그 날이 오기를....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수도 없이 눈물을 흘리며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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