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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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들을 위하여,,,,,,
- 하얀저고리
결혼 20주년을 맞았다.
아들이 고 3이어서 멀리 여행은 가지 못한다.
남편이 아들에게 식탁에서 "오늘이 엄마 아빠 결혼 기념일이야."라고 말하자
"한 달도 못살것 같았는데 20년이나 살았다."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난 하루도 못살것 같았는데 20년이나 살았다." 라고 말한다.
그래서 "난 일초도 못살것 같았는데 20년이나 살았다." 라고 다시 고쳐 말했다.
올해 열여덟살난 아들이 서로 더 못살 것 같았다고 말하는 부모를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대견하다.
한 남자와 20년이나 살았다니.....
숨가쁜 결혼생활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역시 맏며느리로 시집을 와서
그 사실을 내가 받아드리지 못하는데서 오는 가족간의 불협화음이었다.
난 애초부터 결혼을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데 아기는 낳아 젖도 먹이고 안아주고 재우고 그런건 하고 싶었다.
근데 아이들 키우는 거 안해 본 사람은 못할 거다.
정말 힘들다.
그렇게 둘 낳아 기르다 보니 정신 없이 20년이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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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하나 샀다.
알미늄 자전거가 하나 있는 데 하나 더 샀다.
남편과 함께 자전거로 여행하려고.....
겨우내 굳은 몸을 조금씩 풀면서 거리를 늘려 가고 있다.
오늘은 농수로를 따라 가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참 이상한 새를 보았다.
두루미 같은데 온몸이 까맣고 부리는 황갈색이고 유유히 나는 고고한 새....
너무 멋져서 정신을 잃고 쳐다 보았다.
아직 모내기 전이라서 경운기도 없고...
논에는 물을 대는 중이라서 또랑에는 졸졸졸 소리가 흐른다.
이런 소리는 자동차로 여행을 다닐 때는 미쳐 듣지 못했던 소리다.
물이 가득 차 흐르는 농수로는 마른 억새풀과 어울려 원시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어딜가나 신록은 눈부시고 들판에 핀 풀꽃은 자연스럽고 은은하다.
자전거를 세우고 쑥군락지 옆에 내려 윗자란 새로난 연한 순을 땄다.
바구니에 한가득 배낭에 한가득 채워 들어오니 쑥향기가 집안에 가득 퍼진다.
쌀을 불려 방앗간에 가서 쑥과 함께 빻아 깨와 설탕을 버무린 속을 넣고
대나무 찜통에 솔잎을 깔고 찌면 우리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쑥꿀떡이 된다.
냉동실에 가루를 얼려 놓고 생각날 때 마다 그렇게 쪄 먹으면 된다.
봄에 일년동안 쪄먹을 쑥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따려고 한다.
만나는 새들과 갯벌에 난 풀들을 촬영하여 그림책을 그리려고 한다.
쑥도따고 자료도 수집하고 체력도 단련하고 여행도 하고 그야말로 일거삼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5월초는 외국에서 북극해 연안으로 가는 새들이 농수로에 많이 날아와 있다.
조용한 농수로는 자전거 여행객들에게는 정말 더 없이 좋은 교통로인 것 같다.
김포 고촌에서 강화 방향 좌측 도로 뒤로 쭉 난 농수로를 따라 누산삼거리에서 새로난 자전거 도로로 올라타
초지대교를 지나 동막해수욕장을 거쳐 배를 타고 석모도 염전까지 하루에 충분히 갈 수 있다.
(김포평야는 main 농수로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지류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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