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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없는 것들

 

말걸기야 원래 예의 없는 놈이긴 하나,

예의 없는 인간들 보면 확 짜증이 밀려 온다.

 

 

집에 혼자 앉아 있으면 가끔씩 초인종이 울린다.

택배 배달 같은 거야 기다리고 있으니 '왔구나' 싶어 반갑지만

'도대체 무슨 일?'하며 화들짝 놀라게 하는 초인종 소리는 딱 두 가지다.

 

통장이나 반장이 아파트 일 때문에 찾거나 낯선이가 선교 목적으로 방문한 것이다.

통장이나 반장은 반가울 것 없지만 그래도 나름 사정이 있는지라 귀찮지도 않다.

그냥 덤덤한, 건조한 대면으로 끝.

 

선교 목적의 방문은 그 자체로 '사람 귀찮게 하네'이다.

전혀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는 이유로 하고 있던 일을 멈추어야 한다는 건 살짝 짜증이 난다.

그런데 선교하는 사람들도 다 같지는 않다.

상대를 귀찮게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초인종 소리에 인터폰 들고 '누구세요?'라고 물으면

'어디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예의 있는 사람이다.

그 말 한 마디로 선교하러 왔다는 걸 알 수 있고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걸 곧바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반면 어떻게 말 좀 붙여보려고 횡설수설부터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조금 전에도 어떤 아줌마가 초인종을 눌렀길래 '누구세요?'라고 물어 봤더니

문부터 열고 대화나 해 보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세상의 어두운 소식만 들리고 어쩌고 횡설수설 한다.

말을 끊어서 왜 왔냐고 하니까 그제서야 교회 어쩌구 한다.

 

이런 사람들은 예의가 반푼 어치의 절반도 없는 사람들이다.

남의 집을 찾아 왔으면 자기가 누군지 왜 왔는지부터 밝히는 게 예의다.

그저 자기네 신 믿으라고 꼬셔댈 말들이나 지껄이는 아주 이기적인 인간들이다.

 

말걸기가 행여 신앙으로 돌아갈 일 있어도 저 따위 것들이랑은 상종을 안 할 테다.

싸가지 밥 말아먹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