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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홀라당

 

숭례문이 홀라당 다 타버렸다.

두 시간 동안 앉아서 불에 휩싸여 재로 변한 숭례문만 쳐다 봤다.

이 사건을 보고 생각 난 것들.

 

 

1. Live 중계, 참 끝내준다.

 

하얀 연기, 붉은 불꽃, 무너지는 지붕. 911 때 CNN이 송출한 Live 중계가 떠올랐다. 두 번째 무역센터 빌딩에 비행기가 출동하던 그 장면. 두 채의 빌딩이 무너지는 장면. 안타까움, 공포, 분노 등의 감정이 일지만 가장 강한 감정은 호기심이다. 어떻게 될까? Live는 이런 거다. 벗어날 수 없는 몰입.

 

 

2. 대한민국 관료들은 참으로 무능하다.

 

과거로부터 배우는 게 없는 무능이다. 예전에도 목조 문화재들이 타버렸으면 이제는 화재가 나지 않도록 하고, 만약 불이 나면 잽싸게 끄는 방법을 고안했어야 했다. 이건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이다. 권한을 가진자들은 '공익'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나 '생색'에 꽂혀 있다. 실무자들은 권한을 가진자를 설득할 용기가 없으므로 하던 거만 한다. 그래서 관료사회는 총체적으로 무능하다.

 

 

3. 대한민국 언론은 책임감은 눈꼽만큼도 없는 극황색언론이다.

 

목조 문화재가 여러 번 불에 탔던 과거를 언급하며 언론에서 말하기를 "그때 뿐이다"라고 주절댔다. 지들이 그때만 지껄여 놓고선 그런다. 화재의 원인, 붕괴의 원인을 잽싸게 '구성'하는 그들의 능력은 탁월하다. 황색능력이 어찌 그리 선명한지. 이들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래야 또 기사로 울거먹을 수 있다. 수 년 안에 문화재 화재 사건을 가지고 또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는 똑 같은 패턴으로 기사 쓸 거다. 감시 좀 해라.

 

 

4. 다들 세금 걷자는 얘기는 안 하면서 예산 타령하고 자빠졌다.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들이 있다. 중구청이 주말 야간에는 경비 인력을 두지 않았다는 둥, 서울시가 화재보험 대충 들었다는 둥. 문화재청이 어쩌구. 소방당국이 돈도 없는데 목조 문화재 화재 맞춤 서비스를 하겠냐. 돈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러면 그 돈 하늘에서 떨어지냐? 세금 걷어야 할 것 아니야. '공익'을 위해서 티도 안나게 돈 들기 마련이다. 세금 얘기 나오면 부담이 어쩌고 하는 것들이 사건만 터지면 예산이 어째느니 한다. 세금 좀 더 내지?

 

 

5. 21세기 목조 건물 자랑하려고 복원하냐?

 

숭례문 복원하는 데 200억 든단다. 이제 와 200억을 복원하는 데 쓰지 말고 그 돈으로 문화재나 제대로 관리했으면. 지금 잿더미가 된 숭례문이 무너지거나 비와 바람에 씻겨 나가지 않도록만 하고 그 모양 그대로 보존했으면 좋겠다. 이거 다시 복원하면 예전 거랑 새 거랑 구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나. 너무 닮아서 잿더미로 변한 이 사건, 그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한 이 사회의 수준을 잊어버리지 않겠나. 무엇보다 나무 잘라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