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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21
    자칭 '비정규직 담당' 최고위원
    말걸기
  2. 2006/04/21
    '공교육' vs '사교육'의 대결
    말걸기

자칭 '비정규직 담당' 최고위원

 

민주노동당은 총선 후 최고위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13인의 최고위원 중 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과 같은 선출 때부터 특별한 지위를 가진 자는 6인이고 7인은 그냥 최고위원이다. 지난 지도부까지는 나머지 7인도 당헌-당규에 따라 특정한 지위를, 당선 후에 부여받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학생-청년 담당 최고위원' 따위.

 

선출부터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는 최고위원 중 하나가 노동부문최고위원인데, 이는 민주노총에게 배타적 추천권이 있어서 민주노총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서 찬반을 묻는다. 민주노총이 지난 최고위 선거에서 추천하지 않아 민주노동당에는 지금 노동담당이 없다.

 

그런데, 일반명부 최고위원이 된 이해삼이란 자가 있다. 이 사람은 작년에 당의 비정규직운동본부장을 지낸 이력을 앞세워 당선되었는데, 당의 비정규직 사업 담당 최고위원처럼 되었다. 그는 여전히 비정규직운동본부의 활동을 이끌고 있다. 즉,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사업의 대가리이며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노동'에 대한 개념이 무엇일까 의아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4월 11일 최고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 것이다.

 

"상근자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정치간부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 사람의 활동을 주욱 지켜보는 사람들의 일반적 평가는 '똑똑하지는 못해도 심지가 굳은 사람이다' 또는 '그 사람의 진정성은 어찌 의심하겠는가'이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예전에 당의 기획위원장을 역임했던 적이 있었는데 별 기획을 내놓지 못했었다. 정치기획이란 팽팽 돌아가는 머리가 있어야 하나 그게 없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당시 그가 의욕적으로 기획안을 제시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사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전당원 헌혈 캠페인'이었다.

 

이 사람이 똑똑하지 못한 건 지난해 비정규직운동본부장일 때도 확인되었다. 지난해 당의 비정규직 사업의 방향은 냉철한 정세분석이나 정책적 정교함을 요만큼도 반영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사업장을 쫒아다녔고 농성만 열심히 하였을 뿐이다. 물론 열정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똑똑하진 못해도 믿을만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단지, 정책위원회의 담당 연구원과 그와 함께 노력했던 몇몇 사람들이 성과를 냈을 뿐이다. 소위 한방 먹인 건 다 이들 손에서 나온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등.

 

이제는 이 사람에 대한 평가도 수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 사람은 '노동자'를 자본주의의 질서에서 특정하게 위치한 자들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하게 '자본가가 고용한 자'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돈벌기 위해 기업 만든 자를 자본가, 이 기업에 고용된 자를 노동자, 이걸 문구대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의 문제는 한편으로는 '특례', 그로 인한 '제외'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권의 개념이 성장한 20세기에는 착취를 해도 룰이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고 이때문에 계급 타협으로 노동법 따위의 룰이 만들어졌다. 약자인 노동자를 최소한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일반 적용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소위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최소 보호 장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별별 논리와 계약관계를 만들어댔다. 사실 이것들은 신자유주의만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자본가가 호시탐탐 노리다가 전방위 공세를 하게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게 바로 특수고용직이니, 노동자성이 있니없니, 똑같은 일은 해도 돈도 적게 주고 기간을 정할 수 있다느니, 이런 직종도 파견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느니 등등.

 

일반적 룰을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일.반.적. 방식이 바로 예외, 특례를 마구 만드는 것이다. 이러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되는 거고 약자가 기댈 수 있는 기둥은 쓰러져 버린다. 결국 야만이 일반적 규범이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한국, 그리고 세계의 노동자들은 이 국면에 있는 것이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이 사실을 알까? 자신의 노동관으로 이걸 파악하고 있다면 그것도 미스테리다. 수 세기에 걸쳐 굶주림에 허덕이거나,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거나, 잡혀가 고문당하다가 끝내 죽었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만들어냈던 '노동의 일반 규범'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당당하게 "상근자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정치간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말 한마디로 깔끔하게 부정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도 자기는 확실히 '자본가'나 '기업의 이사'가 아니니 당의 상근자는 노동자일 수 없다는 신념에서 우러나온 말인 듯하다.

 

한국의 고용관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은 민주노동당에는 없고 오히려 노동관청이나 법원에 있을 것 같다. 아마도 퇴지금 문제 등이 법적인 문제로 비화하게 되면 민주노동당의 상근자의 노동자성은 노동관청이나 법원이 인정해 줄테니까.

 

 

'공교육' vs '사교육'의 대결

 

내가 교육문제로 골치를 앓기 시작한 건 2002년 대선 때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사회 걱정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2002년 대선을 준비하던 그해 여름부터 민주노동당 정책위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나더러 교육공약까지 만들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라면 해야지. 교육공약 만들었다. 사실 '조합'을 했다. 당에 열심인 교육계 인사들의 도움으로.

 

2002년 대선은, 진보정당이 진보운동진영에 운동의 계기나 동력, 동기를 강하게 부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최소한 교육분야에서는 그러했는데, 그게 바로 '무상교육'이라는 공약이었다. 사실 2002년 대선에서 '무상교육'은 하나의 이념적 지표로 작용을 했지만 정책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것은 '국공립대 통합(나아가 대학평준화)'이었다. 이 정책은 2003년을 지나 2004년 총선에서 상당히 수준 높게 다듬어졌고 총선 이후에도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다. 무상교육 정책은 총선에서도 뻥치는 수준이었지만 총선 후에 상당히 진전된 내용으로 다듬어졌다. 이로써 민주노동당과 진보적 교육계는 공교육 개혁의 기본 방향과 그 내용을 수준 높게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교육 개혁의 내용은 무상교육(재정)과 대학평준화(경쟁질서와 그 폐해의 극복)만으로는 전부 채워질 수는 없다. 관련 있는 여러 문제들도 많다. 그 중에 두 가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싶은데, 하나는 지방교육자치이고 또 하나는 자립형 사립고 문제이다. 이 두 가지는 교육 정책적 수준에서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형식은 민주노총 추천 후보 경선)에서는 단순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어떻게?

 

노옥희 vs 김창현 = 전 교육위윈 vs 전 명문학원장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공교육 vs 사교육의 대결'이라는 비유가 만연했었다. 약간 치사한 비유라고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맞는 비유다. 치사할지언정.

 

 

노옥희 후보가 울산시 교육위원이었을 때 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지방교육자치 문제 때문이었다. 민주노동당도 당이니 이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2005년 초 수개월에 걸쳐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과 만나 결국 기본안을 만들었는데 그때 혁신교육위원들의 의견 청취 자리에서 노옥희 후보를 만났다. 사적인 인사나 대화는 없었고 철저하게 공적인 대화만 있었다.

 

이때 노옥희 후보의 태도에 사뭇 놀랐다. 왜냐면, 아무리 진보적인 교육계 인사라고 하더라도 교사 출신인 경우에는 대부분 현재의 교육자치체제(영주 분할 체제 : 난 현재의 '교육부-교육청-학교 체제'를 이렇게 부른다)를 기본적으로 옹호한다. 그러나 노옥희 후보는 이 체제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었다. 즉, 일반자치-교육자치의 통합 흐름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계의 정치적 지형(특히, 혁신교육인사들의 교육위원회 진출) 때문에 수년간 유예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었다. 이런 입장은 노옥희 후보만의 것은 아니었고, 교사 출신이라 하더라도 수년간 교육위원으로서 교육개혁에 헌신했던 다수의 교육위원들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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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정부-여당이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고 일반자치-교육자치를 통합하여 이번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교육감 선거도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게 2004년말부터 2005년초의 일이었는데 이때문에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었다. 그 이유는 이론적으로나 헌법-교육기본법 등 법률 체계로나 상당히 복잡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순하게 말하자면 교육계가 자신들의 영지를 내주기 싫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었다.  교육계의 반발로 일반자치-교육자치 통합 등은 실현되지 않았다. 정치권 입장에서는 선거를 겨냥한 계산이 있었는데 논의가 길어지니 이번 선거에 반영할 수는 없고 해서 포기한 것이다. 물론, 차후에 다시 고개를 들긴 할거다. 민주노동당은 이때 '일반자치-교육자치 통합'을 기본방향으로 정했다. 몇 가지 독특한 장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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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노옥희 후보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출신 배경이나 이해보다 한 차원 높은 대중의 이해를 고려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고 있는 인사라는 것이다. 이는 공교육 개혁(사실 상 교육 개혁)에 대한 수준 있는 철학적-이념적 사고 체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로써 진보적 정치인의 덕목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자신의 사적 배경이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고 사회 진보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기본 덕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정도면 일단 현재 민주노동당 수준에서는 탑클래스다. 물론,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노옥희 후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와 달리 사교육의 대명사 김창현 전총장은 교육 철학이라고는 개똥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이 울산 동구에서 최고 명문입시학원을 운영한 걸 문제삼지 않는다. 먹고 살자고 시작한 것이고 한편으로는 지역운동의 활로와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벌인 사업이다. 동네 학생들 입시 공부만 시킨 것도 아니고 지역 주민을 위해 좋은 일도 많이 했다고 하니 믿어줘야지.

 

내가 김창현 전총장을 두고 하고픈 얘기는 자신의 사적인 영역과 한국 사회의 진보에 대한 상을 구별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엉터리 교육관으로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대해 변명이나 하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창현 전총장은 자립형 사립고에 반대를 한다. 그건 귀족학교이기 때문이란다. 여기까지는 콜. 별문제 없다.

 

근데 공개적으로 자신의 딸이 서울 명문외고에 진학한 사실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다. 딸은 자립형 사립고에 진학하길 바랬는데 아버지가 자립형 사립고 정책을 반대하기 때문에 스스로 외국어고에 진학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마치 김창현 전총장 스스로가 자립형 사립고에 철저히 반대하고 있고, 가족 내에서는 관철시키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김창현 전총장의 딸이 자립형 사립고를 가길 원했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서울의 명문외고에 진학한 사실을 문제삼을 수 없다. 김창현 전총장의 딸은 그런 선택을 할 권리, 어떤 비난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딸의 의견을 듣고 외고에 진학하게 한 김창현 전총장도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다만, 자립형 사립고 정책이 문제가 있어서 외고에 진학했다는 딸의 일화를 들며 자신이 교육 문제에 대한 진보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선전한 사실이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이러면서 진보적 인사의 내적 갈등, 학원에서 학생들을 자사고에 입학시키는 게 어떻게 비춰질까 따위의 갈등을 소개한다. 비록 사교육으로 돈을 벌지언정 '교육 문제'라는 정책적 수준에서는 분명한 교육 개혁의 상을 갖고 있어야 진보정당의 지도자로 자격이 있다.

 

외고와 같은 특목고는 자립형 사립고(귀족학교)로 가기 위한 길목에서 설치한 학교다. 한번에 귀족학교로 가기 어려우니까 우파들이 우회로로 삼은 학교란 말이다. 본질적으로 이 둘은 같다. v.1.0과 v.2.0의 차이라고나 할까. 근데 자립형 사립고는 반대하니까 딸이 진학을 포기하도록 분위기 잡고, 외고는 반대 안하니까(이 사람은 보통의 우파처럼 소위 '영재교육'을 주장한다) 진학을 밀어주고. 무슨 교육관이 이런가. 이렇게 교육이념이 엉터리인 이유는 진보진영의 구호(자사고 반대 따위)에 반응은 해야겠고, 자기는 사교육에 뿌리를 둔 사람이 보니 헷갈려서 그런거다. 철학도 없고 깊이도 없으니 얄팍할 수밖에.

 

 

사람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적인 배경이나 이해관계에 놓일 때와는 달리 대중의 큰 이해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노옥희 후보는 이런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다. 반면 김창현 전총장은 이런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김창현의 부인인 이영순 의원이 울산동구청장이었을 때 학원 건물 앞에 소방도로가 뚫리는거다.

 

오늘은 생뚱맞는 비교를 늘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공교육이나 사교육에 대한 내용은 아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