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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0
    홍아를 만나기 전에(14)
    말걸기
  2. 2008/12/11
    미완의 포트폴리오(2)
    말걸기
  3. 2008/12/10
    수료전(6)
    말걸기
  4. 2008/12/03
    청산(7)
    말걸기

홍아를 만나기 전에

 

'홍아'가 누구냐면 '홍시아가'이다. 파란꼬리의 엄니께서 어느날 탐스럽게 열린 홍시를 따다가 파란꼬리에게 주셨단다. 물론 꿈 이야기이다. 파란꼬리나 말걸기나 아가가 생길 때 꿈을 꾸지 않았다. 그래서 파란꼬리 엄니께서 태몽을 꾸신 걸로  여기기로 하였다. 결국 파란꼬리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 아가는 홍시 꿈과 깊은 인연이 있으니, 태명이 '홍시아가'를 줄여 '홍아'가 되었다.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홍아를 만나기 전 무거운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는 주위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의 주위 사람들은 무식한 데다가 그 무식을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밟아버리는 데에 가차없이 이용했다. 무식의 신발을 신고 몰상식한 발차기를 날리는 인간들은 사실, 말걸기 주변의 '멀쩡한 인간들'이었다. 진보적이거나, 자유로운 이념을 지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들 말이다.

 

이들의 무식과 깊은 관련이 있는 통계가 하나 있다. 대한민국 불임부부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가임 연령 부부의 일곱 쌍 중 한 쌍, 그러니까 14%가 불임부부이다. 주변의 노령 부부를 제외하고, 알고 지내는 7쌍의 부부 중 하나는 불임이다. 엄청난 수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잠시 시간을 내어 세어 보길 희망한다.

 

1년 간 남녀가 피임 없이 성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으면 불임을 의심해야 한다. 1년 내에 자연임신이 될 확율은 85%인데, 아이를 갖겠다고 계획한 후 1년이 지나도록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불임부부일 확률이 아주 높다.

 

불임의 원인은 제각각이고 그 원인에 따라서 임신을 시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약물투여, 호르몬 주사, 각종 수술,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등 별게 다 있다. 운이 좋다면 호르몬 몇 방으로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운이 좀 있는 편이라도 수술까지는 받아야 할 것이다. 만약 아주 약간의 운만 있다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해야 할 것이고 돈도 '억' 깨져야 할 것이다. 운이 없다면 아기는 포기해야 한다. 이게 불임부부의 운명이다.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시간과 돈을 들인 것 치고는 운이 좀 있는 편에 속하지만 지금의 담당 산부인과 의사는 '홍아'를 두고 '기적'이라 한다.

 

 

결혼했다고 해서 아기를 꼭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반면에 아기를 꼭 갖고 싶어할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이든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몰상식한 무식이들은 지난 수 년 간 말걸기에게 "아기는?"을 외쳐댔다.

 

불임부부이건 아니건 간에 남의 가족사에 간섭하는 꼬라지 자체가 짜증나는 일이었다. 아기가 이미 있어서 안부를 묻는 것도 아니고, 아기를 가질 거냐 안 가질 거냐를 따져 묻는 게 '인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었다. 그게 왜 인사가 될 수 있을까? 그저 인사로 그치면 그나마 화는 덜 치민다. "아기는?" 다음에는 "애는 있어야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아." 따위는 뭐냐. 그딴 질문 좀 하지 말라고 하니 이런 대답도 돌아온다. "아기 낳을라고 결혼한 거 아냐? 아기 생각 없으면 결혼은 왜 해?"

 

더우기, 주변의 일곱 쌍 중 하나가 불임부부인데 눈치도 없이 "아기는?"을 나불대는 인간들 꼬라지 하고는. 무식해서 무례하다 해야 하나. 14%면 대충 퉁쳐서 장애인 비율이고 동성애자 비율이다. 진보 따위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외치는 인간들이 아무데서나 주변사람을 대할 때 당연히 비장애인이거나 헤테로일 것이라 여긴다면 혼날 텐데 왜 부부라면 임신은 죄다 정상적으로 할 것이라 여기냔 말이다.

 

아기를 낳아 기르고 싶은데 아기가 생기지 않으니 1년은 조마조마했고 그 후 1년은 피가 말랐다. 지난 해부터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병원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황사기의 파트너였던 미즈메디까지 가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 노력과 비용의 마지노선이 거의 정해졌고 그 마지노선에 미치면 입양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 "아기는?"! 아가리를 찢어버리고 싶지 않을까?

 

그이들 중에 가족계획 자체가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불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로 알지 못하였다. 그러니 대답하기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짜증만 나지 않을 뿐.

 

 

사람들은 참 생각이 없다. 말걸기는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이 겪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실은 이해할 생각 없다. 또한 성소수자들의 감성도 관심 없다. 다만, 비장애인이나 헤테로가 '정상' 또는 '기준', '보편'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렇게 혹은 여기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향한다. 마찬가지로 불임이 아닌 사람들에게 불임부부의 피마름을 이해하라고 할 생각은 당시에도 없었고 여전히 없다. 하지만 임신을 당연한 것으로 취급하는 태도에 마구 욕을 퍼붓고 싶었다. 썅! 무식하고 무례한 것들이 지랄하넷!

 

이런 빡 도는 상황에서 스트레스에 취약한 말걸기가 성기능을 제대로 작동시켰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미완의 포트폴리오

 

말걸기[수료전] 에 관련된 글.

 

 

한국 최고의 비평가로 인정받는 최모 선생께서 말걸기더러 게으르다고 하였다. 맞다. 포트폴리오라고 맞추어 놓은 게 고작 6컷이니 말 다했다. 어쨌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러니 10컷 20컷 만들어 낸 사람들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포트폴리오는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진 텍스트와 마찬가지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구상하고 대상을 캐스팅한 후 촬영을 해야 하는데, 대상을 캐스팅하는 것 자체가 노가다다. 게다가 실제로 어떻게 찍히는 지 예측하기 어려워서 일단 찍어보아야 애초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적절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까 찍어야 제대로 된 구상인지 알고, 구상이 제대로 되어야 찍는 돌고도는 과정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을 줄이는 자가 바로 노련한 작가일 것이다.

 

말걸기의 게으름은 캐스팅에 있다 할 수 있다. 더 많은 나무들을 담았어야 한다. 몇 시간 돌아다니면 몇 그루의 나무를 캐스팅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하나도 캐스팅하지 못한다. 100 컷을 만들어 냈다면 그 중 20 컷을 대략 포트폴리오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100 그루의 나무를 캐스팅하려면 몇 개월을 밤마다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말걸기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이 모양이다.

 

 

나무를 찍게 된 이유는 이렇다. 예전에 [나무들①]에서 밝혔다시피 일산의 나무들을 보고선 타협을 잘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산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길거리의 나무들을 바라보니 참으로 불쌍히 여기게 되었다. 인간들이 심어놓은 자리에 스스로 생식도 못하는 저 나무들이 안타까왔다. 그러다가 자꾸 바라보니까 잘도 자라고 있는 것이었다. 오 놀라운 타협의 능력이여!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위해서 밤을 택했다. 낮은 아무래도 밋밋한 나무들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비주얼한 사진을 낳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유혹이기도 했다. 시각적 유혹만으로는 타협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아래의 사진들을 보고서 누가 타협을 연상하겠는가.

 

 

아래 사진 중 앞의 셋은 이미 공개한 사진이다. 봄에 찍은 사진들이다. 아래의 셋은 늦 가을에 찍은 사진들이다. 이 중 맨 마지막 둘이 전시된다. 이 포트폴리오는 전시장에 마련된, 하루 사이에 입구에서 안으로 자리를 옮겨버린 열람대에서 볼 수 있다. 작은 카드형으로 제작했다. 전시하고 있는 두 사진은 '디아섹'이라고 불리는 사이텍으로 제작되었다. 아크릴 압축으로 이미지 보존성을 높이고 강렬한 채도를 보인다. 겁나 비싼 거다. ㅠㅠ.

 

 

 


 


 


 


 

 

 

 

 

다섯째 사진은 파란꼬리가 '계시 받는 나무'라고 했다. 그래 보인다. 역시 타협과는 멀다...

 

 

수료전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 창작사진 2년 과정을 1년 반만에 마친다. 이 과정은 전시를 함으로써 수료한다. 미완의 포트폴리오로 마감하지만 '반듯해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을 전시한다.

 

■ 2008년 사진아카데미 창작사진과정 전시회

 

○ 일시 : 2008년 12월 10일(수)~16일(화) 11:00~20:00

○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광화문 갤러리/지하철 광화문역 1,8번 출구 아래)

 

※ 마지막 날 16일(화)은 작품철거가 있으므로 사실 상 오전에 잠깐으로 끝남.

말걸기 당번 날은 15일(월). 밥먹는다거나 돌아댕기느라 미리 연락하지 않으면 안내받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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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반 동안의 사진아카데미 과정은 대체로 밀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대한 태도나 지식, 습관이 많이 바뀌었다. 어제 이번 전시 디스플레이를 하고 와서는 잠자리에서 뒤척이며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은 앞으로 도달해야 할 경지였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에 사진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이번 전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관람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말걸기의 작품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아마추어 사진가가 사회교육기관에서 사진 교육을 받고서 어떻게 사진을 찍게 되는지 직접 눈으로 보라는 뜻이다.

 

물론 사진아카데미에는 '마술'이 없기 때문에 수강생들의 사진이 이 과정 때문에 확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라는 틀 때문에 표현의 형식과 내용은 확실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표현의 완성도를 어떻게 높이는지 눈여겨 본다면 프로작가들의 전시와는 다른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2년 과정을 수료하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현재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도 전시하고 있어 더 흥미로울 수 있다. 광화문 갤러리(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별관)는 1관과 2관이 마주보고 있다. 1관에서는 창작사진Ⅰ(1학기)과 창작사진Ⅱ(2학기) 과정 수강생들이 전시를 한다. 2관에서는 창작사진Ⅱ과정을 지난 학기에 수료한 이들과 작품연구반(2년) 과정을 수료하는 이들이 전시를 한다.

 

관람 순서는 당연히 1관을 관람한 후에 2관을 관람하는 게 좋을 듯하다. 전시된 작품만을 보면 작품연구반 사진이 더 뛰어날 게 없어 보인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그런데 작품연구반 전시장 입구에 포트폴리오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포트폴리오를 열람하길 바란다. 포트폴리오 제작 과정에 착오가 있어서 프린트 질이 좋지 못한 포트폴리오가 섞여 있는 건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이다.

 

포트폴리오 작업은 보통의 아마추어 작가들은 관심도 없고 하지도 않는 작업이다. 대체로 '한방 사진'에 몰두한다. 이는 한국 사진 문화의 특성인데 산업적으로는 카메라 산업이 부흥하는 만큼 사진 산업은 몰락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결국 사진미학적, 예술적 인프라는 비리비리하다는 얘기. 당연히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예술적 수준 향상이나 다양한 사진 활동의 기회는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인용하는 텍스트 중에는 속담처럼 한 문장으로 온전히 뜻을 전달하는 글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긴 경전 중에 한 글귀가 집약적으로 경전의 뜻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에게 자주 다가오는 텍스트는 한 문장에 불과하지만 이 둘은 그 배후가 다르다. 짧고 단순한 텍스트도 그 기능이 있지만 길고 장황한 텍스트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것이든 형식과 내용에서 완결성이 높지 않으면 재미없고 별 가치 없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포트폴리오 작업은 그 사진의 갯수만큼의 길이에 맞게 완결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한 장의 사진으로도 속담처럼 완성된 가치를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 아마추어 작가들이 공개하는 한 장의 사진은, 그 자체로는 놀라운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감성은 완성되어 있지 않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진이 한 장으로 그친다는 게 오히려 어색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 열람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들 중에 훌륭한 게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말걸기 생각이고, 직접 와서 찬찬히 포트폴리오도 열람하길 바란다. 사진을 찍는 목적이야 제각각이고 그걸로 만족한다면야 아무 상관없지만 카메라 들고 어딘가로 가서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면 포트폴리오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남들도 하는데 못할 것도 없다.

 

 

청산

 

'청산'에 대한 얘기를 또 하게 되었다. 이번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다. 여차저차 하여 Nikon DSLR과 그 친구들을 청산하기로 했다.

 

사진아카데미 수료전 준비가 끝나가고, 올해에 마감하는 사진공부도 다음주면 끝이다. 당분간은 꼭 해야 하는 사진 촬영이 없으니 12월 안에 Nikon 친구들 다수를 떠나보낼 생각이다.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하는 '갈아타기'를 하기로 했는데 새 물건은 Canon 신기종이 될 것이다. 이건 90% 돈벌이 때문이다. 개인 작업을 위해서라면 Canon으로 갈 것까지야 없지만 돈벌기 위해 거금을 투자하기로 했다. '빚'을 져서 투자하는 거지만...

 

중고시장에 내놓을 물건들은,

- D200과 몇 가지 부속품들

- 니콘105mm Macro

- 니콘28mm

- 시그마 10-20

- SB-800은 팔까 말까...

 

SLR 클럽에서 시세 알아보고 곧 팔아야지... 정 많이 든 아이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