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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 근교에 '벅다산 국립공원'이 있다. 자동차를 타고 3-40분이면 간다. 초원과 이를 둘러싼 나즈막한 산들이 있다. 하늘이 이리 넓을 줄이야. 건조하고 깨끗한 공기 덕에 멀리도 보인다.
'각'과 '진'이 낮잠을 자는 사이 혼자서 풀과 꽃을 따라 산에 올랐다. 능선에서 바람을 맞으며 저 너머 초원과 산을 바라보았다.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정취에 혼을 빼앗겨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멈춰섰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은 그 아름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넓은 땅에서 잠시 평온함을 누리다 왔다.
@ 06-07-10 15:56 | NIKON D200 | Sigma 10-20mm F4-5.6G | 20.0mm | 1/200s | f/11.0 | ISO 100
사진 오른쪽 중앙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점은,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이다.
바이칼 호수에는 바이칼을 닮은 섬이 있다. 알혼섬이다. 알혼섬의 중심지는 후쥐르 마을이다. 작은 마을이다. 한국으로 치면 면소재지 정로랄까. 이 평온한 마을은 섬의 서쪽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르쿠츠크에서 차를 타고 5~6시간 정도 걸린다. 알혼은 바이칼의 백미이며, 후쥐르에서 알혼 여행은 시작된다.
아래의 사진은 후쥐르 마을 남쪽의 소나무 숲길이다. 알혼에는 여기저기 방풍림마냥 소나무숲이 있다. 실제로 방풍림인지는 모르겠고. 바람에 모래 바닥이 쓸렸는지 거대한 뿌리를 내놓고 숲 입구 길가에 큰 소나무가 서 있다. '각'이 후쥐르에서 빌린 자전거를 끌고 후쥐르로 향하고 있다.
@ 06-07-03 18:58 | NIKON D200 | Sigma 10-20mm F4-5.6G | 10.0mm | 1/250s | f/5.6 | ISO 100
말걸기의 [[상품 퀴즈] 여기는 어디?] 에 관련된 글.
■ 발표
○ 정답 : 야스쿠니 신사.
○ 당첨자 : 없음.
※ re님은 정답을 맞추셨으나 응모기간을 넘기셨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아무래도 퀴즈를 잘 내는 것도 재주인가 봅니다. 메이지신궁이나 센소지는 정말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동경을 가보았거나 관심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모를 곳이지요. 말걸기도 동경 가서 지도 보고 그런 곳이 있는 줄 알았으니까요. 8월 초중순 한국과 일본 뉴스에 수도 없이 등장했던 야스쿠니 신사는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니 퀴즈로 내 보았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형편이 없었던지... 죄송 --;
위 사진은 야스쿠니 신사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문처럼 서 있는 걸 '도리(새)'라고 한대요. 야스쿠니에는 세 개의 도리가 있더군요. 들어가는 길은 엄숙함이나 웅장함, 뭐 그런 느낌은 없고 큰 나무들이 즐비한 공원 같은 느낌입니다. 첫 도리에서 참배하는 곳까지는 길도 넓고 길어서 좀 지루한 느낌도 있지요. 뜨거운 여름날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구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왠지 친숙한 곳을 방문하는 것 같더군요. TV에서 보던 야스쿠니는 왠지 깊은 종교적 색채와 무거운 분위기였는데, 참배하는 곳까지는 결코 아니더군요.
위 사진은 일반 방문객이 참배하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저 앞에서 기원을 하더군요. 이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요, 안으로도 참배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정치인들이나 별도로 헌납을 한 사람들만 들어가서 참배를 한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경비가 못찍게 하더군요. TV에서 고이즈미와 함께 등장하는 음습한 분위기의 야스쿠니가 바로 저 너머인 듯합니다. 저 앞에서 안을 들여다 보면 사뭇 분위기가 다르답니다.
신사 건물 오른편에 작지만 왠지 익숙한 게 보이시지요? 퀴즈의 소재였답니다. 일본 사람들이야 그들의 신앙심을 드러내는 곳이 신사이니, 이곳에 와서 소원을 비는 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한국사람이, 아마도 방문객이었던 한국사람이 야스쿠니에서 소원을 비는 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더군요.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야스쿠니까지 가서 전쟁박물관을 관람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금방 나왔어야 했지요. 전쟁박물관이 압권일 듯한데...
황당했던 마음에 퀴즈를 냈는데, 그 퀴즈마저 황당했던 듯... ^^;
re님의 요청(?)에 따라 상품 걸린 퀴즈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 [문제] 아래 사진은 어디에서 찍었을까요?
왼쪽 아래를 보면, "ㅇㅇ, ㅇㅇ, ㅇㅇ 모두 가족이 평안하길 빕니다. 2006 8 2. Fighting" 이라고 적혀 있군요.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요?
○ 응모방법
- 정답 및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이 포스트의 덧글로 달기
- 트랙백 인정 안함
○ 응모기간 : 2006년 8월 22일(화) 자정까지
○ 당첨
- 당첨자 수 : 3인
- 정답을 제시한 자가 여럿일 경우, 말걸기가 주관적으로 판단하기에 멋진 덧글을 단 자를 선택함.
○ 상품 : 이 블로그에 공개된, 공개될 말걸기의 사진 중 1매 인화권.
- 사진은 당첨자 선택.(단, 인물사진인 경우 당사자의 허락이 있어야 함.)
- 8×10 이하 사이즈에서 당첨자가 선택.
- 인화권 유효기간 : 말걸기가 귀찮아지지 않을 때까지.(언제인지 확실히 모름. 기간이 평생일 수도 있음.)
- 말걸기가 인화하도록 함.
※ 응모 불가 대상자
- 파란꼬리, 행인.
- 이미 정답을 알고 있거나 너무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제외.
아래 사진은 어떤 장면일까요?
정답은 '월출'입니다.
달이 산 뒤에서 뜨고 있는 광경이랍니다.
심심풀이 썰렁 퀴즈였습니다.
새까맣게 보이는 산은 '표범산'이랍니다.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280km 정도 떨어진 'Bayan Gobi'라는 캠프 옆에 있는 산이지요. 바얀 고비 캠프는 몽골제국의 한 때 수도였던 '하라호린'이라는 도시에 가기 위해 머물렀던 캠프입니다. 하라호린은 울란바타르에서 서쪽을 350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지금 몽골 땅의 정중앙에 있지요.
표범산 근처에서, 초원과 사막의 중간이라고나 할까, 고비를 체험했지요. 이런저런 풍경은 나중에.
이번 여름은 무섭도록 긴 장마와 짜증스럽고 질긴 한국의 무더위와는 별로 인연이 없다. 날씨도 제각각인 동네를 돌아다녔으니 더위도 나름의 더위를 맛보았다. 집에 들어 앉아 맞은 더위가 아니어서 그런지 더운 것도 맛이다.
6월 말에 도착한 하바로프스크는 한국에서라면 이 계절 한낮에는 내려갈 수 없는 영상 12도였다. 밤에는 9도까지 내려갔다. 오후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오락가락하는 가랑비와 함께 돌아다닌 하바로프스크에서는 쌀쌀함, 혹은 약간의 추위를 느꼈다. 시원한 초여름이다.
그렇다고 동토의 땅이라 알려진 시베리아가 춥거나 서늘한 땅은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더운 곳이다. 하바로프스크에서는 더위를 마주하지 않았지만, 비가 내리기 전 하바로프스크는 28도까지 올랐단다.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하루 종일 달궈진 열차는 밤새 열이 가시지 않았다. 열대야의 더위는 이미 6월 말, 7월 초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맛보았다. 한 개의 차량에 4인실이 9개가 있는 '쿠페'라는 등급의 열차를 탔었다. 방마다 창이 있었지만 창문을 내릴 수가 없었다. 독특한 생김새의 열쇠같은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차장만이 갖고 있었다. 말이라도 통한다면 얘기라도 해보겠으나 러시아에서 영어란 별 소용이 없다. 한국어는 더더욱.
시베리아의 햇살은 따갑다. 그리고 햇살이 비치는 시간이 길다. 그리고 시베리아는 건조한 동네가 아니다. 강도 많고 짙푸른 녹음이 만연하다. 습한 기운과 따가운 햇살은 음료수와 맥주를 유혹하기 충분하다. 시베리아의 아저씨들은 낮부터 1.5리터 이상의 맥주 PET병을 끼고 산다. 그게 아무리 따뜻한 맥주라도.
바이칼 주변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7월초에 34도까지 올라가는 더위를 기록했다. 이렇게까지 더운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해가 거듭할수록 날이 더워진단다. 지구온난화가 이런건가? 이르쿠츠크 시내에서는 사뭇 떨어져 있는 앙가라강변 통나무집 호텔에서 몇 일 머물렀는데, 이 통나무집들의 창문들은 창틀에 제대로 물리지 않았다. 더위때문이란다. 이 통나무집들은 오래전 소비에트 시절 국가가 모든 인민에게 나누어주었던 여름 휴가 별장이었다. '다차'라고 한단다. 소비에트가 무너지면서 이 별장들은 이용하던 각 개인의 소유가 되었다. 개인이 소유한다는 건 개인이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의 다차는 숙박업자에게 팔렸단다. 말걸기가 방문한 곳은 한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작년에 이르쿠츠크의 모기업으로부터 인수한 것이란다. 어쨌든 오래된 통나무집들이, 올여름 더위 때문에 자기몸 구석구석을 늘이고 있다.
햇볕이 쨍한 이르쿠츠크 시내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꽤나 괴로운 일이다. 이런 날은 바람도 잘 불지 않는다. 한겨울에는 코를 베어간다는 이르쿠츠크가 한여름에는 사람을 증발하게 만든다. 시베리아를 여름에 방문한다면 꼭 맥주값은 챙기고 가시라. 오후 늦게 카페에 앉아 시원한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는 일은 방문객으로서는 꼭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알콜은 오히려 더위를 부추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더위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 한가운데 초승달 모양으로 난 깊은 웅덩이, 바이칼 호수는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숲에 가려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호수가 주변에 있다는 건 몸으로 안다. 갑자기 찬 기운이 돌면 호숫가다. 강한 햇살에 끈적이는 몸이라도 호숫가에 있으면 문득 추위마저 느낀다. 바이칼 호수의 물은 한여름에도 평균온도가 4도란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경험 상 그럴듯하다.
해가 지기 직전에 바이칼 호수로부터 안개가 밀려온다. 무척 차가운 물방울인 이 안개가 호숫가와 알혼섬의 후자르마을을 뒤덮는 장면은 장관이다. 바이칼 호수에 떠 있는 알혼섬은 밤에는 춥다. 하루 종일 맑은 날이었어도 그렇다. 이틀밤 중 둘째날은 벽난로에 불을 때고 잤다. 재밌는 건, 벽난로의 불이 꺼져버린 이른 아침의 추위는 결코 방안에서 이겨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이 춥다면 밖으로 나와서 햇살을 쬐야 한다. 공기는 방안보다 차지만 햇살이 몸을 녹여준다. 잠에 취해 이게 싫다면 벽난로에 찰싹 붙어서 남아있는 온기를 빨아들이는 수밖에.
그렇다고 바이칼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게 덥지 않은 일은 아니다. 바이칼 위에 떠 있는 하늘은 새파랗다. 자외선, 적외선 만땅의 따가운 햇살은 부드러운 하얀 피부를 거친 붉은 가죽으로 바꾸고 머리까지 열이 오르게 한다. 호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과 밀려오는 안개 속이라면 추위를 느끼겠지만 바람과 안개 속이 아니라면 덥다. 지치도록 덥다.
바이칼의 햇살 속의 추위와는 다르게 몽골의 초원은 그림자 속 바람의 추위를 선사한다. 몽골의 초원은 여름이 우기라고는 하지만 연 강수량이 300mm 밖에 되지 않는 건조한 땅이다. 올 여름에는 비도 많이 오고 구름도 많아서 사람들이 좋아한단다. 기상이 변하는 건 시베리아 뿐만이 아니라 몽골도 그러하다.
건조한 곳은 무더위가 없다. 햇살을 피한다면 열을 식힐 수 있다. 한국의 더위보다 좋은 건 이것이다. 초원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열 식힐 나무그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올 여름은 구름이 많아 수시로 그늘이 생겼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그 순간에 바람이 분다면 싸늘함을 느낀다. 만약 뒤산 능선에 올라 계곡으로부터 불어 올라오는 바람과 마주친다면, 그리고 햇볕 아래임에도 불구하고 방풍자켓이 없다면 추위에 벌벌 떨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순간에도 따가운 자외선은 여전하다.
초원에서는 햇살 아래 오래 버티기 힘들다. 한낮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하루 종일 풀을 뜯는 양들도 한낮에는 그늘을 찾는다. 한 떼의 양들이 외딴 집이 만들어 은 작은 그늘로 다닥다닥 모여 있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몽골의 초원이 바이칼과 비슷하다면 밤에는 불을 때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몽골 초원의 게르 안에서 불을 때면 순식간에 더워진다. 그 온기가 새벽에는 다 사그라들어서 바이칼에서처럼 이른 아침에는 햇살로 몸을 녹이는 게 추위를 떨치기에 좋다. 한여름에 건조한 건 한국인에게는 낯선 일이기는 하나 사막이 아니라면 입술 찢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니 약간 건조한 게 더위를 이기기에는 좋긴 한 듯하다.
태국과 일본은 한국 이상으로 무더운 곳이다. 7월 중순 태국에서는 운이 좋게도 구름이 많이 껴서 강렬한 남쪽 나라의 햇살을 피했다. 가이드는 진정한 태국의 여름을 맛보지 못했다고 서운한(?) 듯했으나 결코 맛보고 싶지 않은 더위다. 태국의 더위는, 뭐랄까, 텁텁하고 뜨거운 기운이 나를 감싸고 있다고나 할까. 한낮에는 걷는 것 자체가 싫다. 태국은 너무 더워서 집에 부엌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음식을 사먹는단다. 부엌이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고는 하는데 특히 여름이라면 불 댄 음식을 정말 만들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태국에서 길거리를 지나면서 딱 8대의 자전거를 보았다. 태국 여행을 시작할 때 가이드가 3박 4일 동안 자전거 몇 대 못 볼 거라고 해서 세어 봤는데 3대는 세워져 있던 것이고 5명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걸 보았다. 이와 달리 오토바이나 스쿠터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이게 다 더워서 그렇단다.
일본은 땅이 워낙 남북으로 길어서 동네마다 날씨가 제각각이기는 할 것이다. 8월 초순 서울과 동경의 여름은 비슷하다. 동경과 그 주변은 서울보다 조금 더운 정도인 듯. 무더위도 비슷하다. 다만 서울보다 공기는 깨끗해서 텁텁함은 훨씬 덜하다. 대신 햇살은 더 따갑다. 공기가 깨끗하면 그늘은 더 시원하기 마련이니 숲 속과 나무 아래에서 쉬어가며 구경다니는 건 할 만하다. 그러나 빌딩 숲에서는 그늘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메탈릭한 분위기의 동경 어느 동네에서는 오직 더위를 피하기 위해 쇼핑센터만 전전했다. 그게 살 길이다 싶어서.
동경에서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데 양산을 쓰고 타는 사람들도 많다. 한낮에는 그늘에서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목적지에는 에어컨이 있을 터이니 저렇게 달리겠지 싶다. 동경은 결코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낼 수 없는 도시인 듯하다. 서울처럼.
6월 말부터 들락날락, 한 달 넘는 시간을 한국이 아닌 곳에서 보냈다. 집에 들어 앉아, 혹은 서울바닥 돌아댕기며 맞는 더위가 가장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맞닥드리기 싫은 더위인 것 같다. 재미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이제는 이놈의 서울 더위도 올 봄에 챙겨 놓은 에어컨 없이는 못 보낼 듯하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에어컨 없이 헥헥거리며 여름을 보냈는데...
말걸기 평생 이런 시절이 다시 올까.
3개국 순방 후 잠시 쉬고 있는 말걸기,
또 나간다. 룰루루.
파란꼬리와 친한 선생님. 알고보면 말걸기의 학과 선배님의 초대로 일본 간다.
동경과 그 근처에서만 1주일 놀다 올거다.
슬슬 편하게 돌아댕기면서 사진 좀 찍어 와야지.
사진을 찍을 때마다 밀린 숙제가 생기는 것 같아 부담되기도 하나,
좋은 풍경을 한 컷이라도 담아 와야지.
흐흐흐. 부럽징?
PS. 오늘 저녁 8시 15분 뱅기다...
휴업 중인데 찾아주신 분들이 꽤 많이 계신 듯.
부러워서 어쩌려구 그리 많이도 찾았을까... ㅋㅋㅋ
여기는 울란바타르 시내 모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가 첨이라 좀 어색하기는 하나, 이미 적응했음.
벌써 이곳에서 세 밤을 지냈으니...
지난 달 28일에 '초록도시' 하바로프스크로 떠날 때와는 다른 말걸기가 된 듯.
일단 얼굴과 팔과 다리가 시커멓게 탔고, 살도 좀 빠졌기 때문.
무엇보다 몸이 지쳐서 이 시간까지 게스트하우스에서 빈둥대고 있음.
어제 맥주도 1리터'나' 먹었으니 더 그렇겠지.
'다른 말걸기'라는 말에는 '철학적' 혹은 '성찰적' 의미는 전혀 없음.
말걸기는 '여행을 통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그런 인간 아님.
말걸기의 '기대'와 주변분들의 '성원'답게 여행 전 별별 꼬라지들은 '액땜'이었던 듯.
아직 하루가 더 남긴 하였으나 '억세게 운 좋은' 여행임.
하바로프스크에서 우연히 만난 쏘샤와,
이르쿠츠크-바이칼의 가이드 김명희-김수진 자매와,
이곳 몽골의 가이드 툭스씨를 만난 것.
진짜 둘도 없는 여행의 행운!
이들의 앞날에는 영원한 복이 자리잡길 기원함.
(죽어서도 복이 지속된다면 불운인가?)
물론 억세게 운이 좋긴 하나 여행 중 세 번의 액땜이 있긴 했음.
한번은 무지무지 화가 나서... 집으로 가버릴까도 싶었으나 인내하길 잘 했음.
(물론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무슨 재주로 비행기표 사겠나...)
러시아, 최소한 시베리아와 몽골은 너무나 아름다운 고장임.
아름다워서 눈물이 다 남. 과장이란 조금도 없는 표현임.
진짜루 몽골 초원의 나즈막한 산 위에 혼자 올라 눈물 뚝뚝 흘렸음.
바이칼 앞에서는 왠지 '시선' 땜에 눈물은 흘리지 못했으나 가슴 터지는 줄 알았음.
'초록도시' 하바로프스크에서 하룻밤밖에 지내지 못한 건 아쉬움이 큼.
아무르강의 석양도 아름다움.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행자의 짧은 스침이지만
시베리아와 몽골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거나 계속 상처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이 그지없음.
그리고, 관광객 중 예의도 없는 씹쌔들 땜에 무지 열받은 적도 있었음.
이르쿠츠크에서 울란바타르로 오는 열차 안에서의 국경 통과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음.
여행 중 있었던 얘기 다 털어놓으려면...
(아냐 다 털어놓겠다고 큰소리치면 안돼!)
뭐, 나중에 할 말 있으면 여기다 올려놓겠음.
그리고 사진이 걱정임. 20기가 정도 찍었는데 건질만 한 게 얼마나 있을지...
그나저나 사진기 안에 먼지가 꽉 껴서 대부분의 사진이 점박이가 되었음.
이거 보정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음.
에이, 몰라몰라, 어떻게 되겠지.
당장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상당히 치밀하고, 나름대로 꼼꼼하게 진행한 터라 준비 단계서부터 기록이 상당한 여행이 이번 시베리아-몽골여행이다. 그 여행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행 준비가 거의 끝나야 할 때이지만 그렇지 못해 마구 몰린다고나 할까.
내가 외국 여행 경험은 일천하지만 시베리아-몽골 여행은 쉬운 여행은 아닌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리 맘 조리고 괴로운 여행 준비일 줄이야.
나는 꼭 시베리아-몽골을 특별히 가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긴 여행'을 원했기 때문에 제안에 응했다. 그러다가 시베리아의 도시들과 바이칼호, 몽골의 초원과 사막 이야기를 찾아보고선 너무나 가고 싶어졌다. 그 때부터 조금씩 설레임을 느꼈고 그것조차도 작은 행복감을 선사해 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설레임이 없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여행을 '갈 수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이미 예약 등을 마친 게 한두 가지도 아니고 게 중에는 되돌릴 수 없는 돈도 상당액 지불한 상태이다. 또 하나는 함께 가기로 한 사람들과의 약속을 깬다는 게 인간적으로 너무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갈 수밖에 없는 건 '출장'이지 '여행'일까?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원만했던 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일단 돈이 걸리니 액수를 맞추기 위해 여행지를 이래 바꾸고 저래 바꾸고, 여행 국가(또는 도시)에서의 관광 내용도 이래 바꾸고 저래 바꾸고. 예약도 원만하게 된 건 하나도 없고. 환율은 떨어지기만 하는 듯하더니 오르락내리락 춤을 추고. 400만원 어치 사진 장비(내 인생에서는 중요한 도구들이다!) 들고 가야 하는데 여행자 보험은 이걸 감당하지 못하고. 가네 마네 늦게 출발하게 어쩌네 일행 하나는 2주도 남기지 않고 하루에 한번씩 말이 바뀌고. 포기할까 싶으면 또 하나는 꼭 가고싶다고 소망을 밝히고. 하여튼 짜고 치는 고도리판(겉으로만 공모 사업)에 순진하게 낄 때부터 재수에 옴이 붙었던 것 같다.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지에 대해 하나하나 알게 되는 기쁨. 어처구니 없는 신비감 때문일지라도 그게 어디야. 그게 행복감 아닌가. 여행 직전에 난 그 기쁨을 상당히 잃었다. 퇴직금 땜에 얼토당토 않은 일들은 벌어지니 여행 준비도 시원치 않게 진행된다. 이래가지고서는 돈만 왕창 들인 짜증스런 세월을 보낼 듯한 느낌이 든다. 돈도 몇 푼 없고 벌지도 못하는 백수 주제에 퇴직금 쪼개서 반은 사진 장비 사고 반은 해외 여행 가는 정신 나간 짓거리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미쳤지 내가.
내면에서 솟는 열정의 에너지를 느끼는 게 여행인데 오히려 짜증의 기운만 가득하다.
짝꿍은 막상 여행을 떠나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 한다. 하지만 준비가 개판이니 기분 좋을 때보다는 후회 짙은 짜증만 가득할지 모른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해도 해결하는 과정이 여행이라지만 그 어려움을 즐기면서 넘기려면 지금의 나같은 태도로는 어림도 없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에이씨! 되는 일도 없고 짜증 만땅! 이 시절 뛰어넘었으면 좋겠다.
이스탄불에서 2박 3일 놀다가 세째날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 샤프란볼루로 향했다. 샤프란볼루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이다. 깜깜한 밤 일행을 태운 차는 어두운 길을 구불구불 계곡을 내려가고서야 이곳에 도착했다. 샤프란볼루는 터키의 전통 가옥촌이라 할 수 있다. 오스만 시대 목조 건축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단다.
@ 샤프란볼루 전경
하룻밤 묵은 호텔도 외벽은 벽돌이었지만 대부분 나무로 지은 건물이었는데 걸음을 뗄 때마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는 냈다. 부서지지나 않을까 조심히 걸어다녔는데 꽤나 낭만적인 소리로 기억한다.
@ 하룻밤 묵은 호텔. 간판도 작아서 호텔 같지가 않다.
샤프란볼루에서는 호텔에서 아침밥을 먹고 나와서 두 시간 정도 동네를 돌아다녔다.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었는지 입장할 수 없었다. 동네가 동네니 만큼 골목길과 마을 한가운데 광장 자체를 박물관으로 여기니 온통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 호텔 골목
@ 호텔 근처 가옥
넓다란 광장이 있었는데 아래 사진의 왼쪽 벽은 모스크가 아니었나 싶다. 3년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마을 가운데 넓다란 광장이 이 동네에서는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위 사진 뒤에서 보이듯이 주변을 얕은 동산 내지는 절벽이 둘러쌓고 있다.
@ 샤프란볼루의 모스크. 탑이 하나 뿐이다. 즉 작은 동네란 뜻이다.
@ 샤프란볼루 관광 업소가 모여있는 골목(으로 기억한다).
@ 이 골목에도 팬션이 있네. 뒷동산에 올라가는 길.
@ 아직 해가 낮아 어두운 골목길. 뒷동산으로.
@ 샤프란볼루의 뒷동산은 널직하니 근린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다.
@ 샤프란볼루의 꼭대기는 참으로 하늘이 넓다.
@ 이곳에 무덤이 하나 있다. 공동묘지에 뭍히지 않은 걸 보아 이 동네 출신의 영웅인 듯하다.
@ 언덕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길. 평온한 아침 밴치이다.
@ 2003년 3월 일주일 정도 함께 했던 일행들이다. 왼쪽의 밴을 타고 나녔다. 제각각의 캐릭터.
방문했던 때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이어서인지, 아직은 3월이라 추울 때라서 그랬는지 동네가 무척 조용했다. 샤프란볼루의 분위기는 구경이 아니라 쉼을 위해서 방문해도 좋을 듯했다. 시간이 늦게 가는 고장이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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