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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빠진 호랑이라 하더라도 사라지기만 하면...

 

한때는 무림을 휘젓던 호랑이가 있었다.

좀 늙기도 했고 발톱 빠진 호랑이었다.

발톱이 빠진 게 아니라 딴 데 쓰려고 숨기고 있었른지도 모른다.

 

어느날 호랑이는 숲을 쫓겨날 듯 떠났다.

사실은 쫓겨나는 걸 가장해서 이웃 숲 승냥이들을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승냥이떼와 함께 쫓겨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호랑이는 숲에서 사라졌다.

사라지자마자 새끼 호랑이들과 늑대들이 발톱을 갈기 시작했다.

전쟁 전야다.

누가 계속 숲에서 살 수 있을까.

 

나같은 강아지는 호랑이 새끼건 늑대건 꼬리치는 거 말고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서둘러 개가 될까?

 

 

[펌][심층분석]당원게시판의 실명화의 문제점

 

2004년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 선관위가 결정한 바에 대한 반론글이다.

갑자기 당게에서 옮기고 싶어져서..

 

ㅇ 쓴 날 : 200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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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게시판의 실명화는
<인터넷 실명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당 정책부장 문성준입니다.

여러 분야 중 정보통신정책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권과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권리를 포함하는 정책이지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2001년 9월 22일, 제2기 4차 중앙위원회가 제정한 <당규 15호 민주노동당 정보통신 운영 규정>을 입안한 당시 실무자이기도 합니다.



비례대표 후보선출 선거를 위해 선관위가 당원게시판을 실명표시화했습니다. 선관위는 '과열', '이런 저런 과장'과 '명예훼손'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그렇게 결정했답니다.


1. 선관위는 권한 밖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 형식의 문제



[당규제15호]은 <실명게시판>이라 하더라도 "실명을 확인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제21조 제3항)고 규정하면서, "실명을 이용하여 접근을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려면, "1. 사회적 통념상 온라인상의 소수자와 약자(여성, 동성애자, 장애인 등)들이 구성한 소모임 등이 보호를 요청할 경우. 단, 실제 위협적이고 지속적인 공격이 있을 경우로 한한다", "2. 당내 특정 조직/기구의 활동 특성상 구성원 외의 이용자가 접근해서는 안되는 경우", "웹메일, 채팅, 커뮤니티 등의 서비스 특성상 인증을 거쳐야만 하는 경우"(제28조)에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당규제15호]는, 이를테면, <실명게시판>과 <실명인증게시판>을 내용적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실명게시판>은 자율적으로 실명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운영되는(강제이동 가능) 게시판이고, <실명인증게시판>은 게시판 이용 권한을 줄지 판단할 때 실명을 확인하는 기술적 절차를 두는 게시판입니다. 그렇다고 실명이 항상 드러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참고로 당에서 통하는 실명과 주민등록상 실명도 다릅니다)

[당규제15호]는, 이미 실명인증으로 운영되는 게시판에 실명이 드러나도록 하는 조치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실명인증을 거친 당원만 이용하는 <당원인증게시판>을 <당원인증+실명표시게시판>으로 변경하는 것은, "실명을 이용하여 접근을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당규제15호] 제28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애초부터 필명이 인정된 가운데 운영이 되어 자리 잡았고, 사실상 당원게시판 이외의 게시판에서는 당론 형성을 위한 의사 표현이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위의 세 가지 경우(제28조의 예외들)가 아니면 기술적 조치를 해서는 안됩니다. 선거기간동안에 한하여 <당원인증게시판>을 <당원인증+실명표시게시판>으로 운영하는 것은 위의 세 가지 경우 어디에도 해당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현재 당의 당규를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면, "실명을 이용하여 접근을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 권한은 선관위에 없으며, 상집이 구성하는 게시판운영위원회에게만 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와 관련한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부정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관위가 <당원인증게시판>을 <당원인증+실명표시게시판>으로 변경할 수는 결코 없는데, 당원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중에 비례대표 선거와 관련이 없는 필명글을 강제로 실명표기글로 바꾸는 조치를 선거와 관련한 조치로 확대해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이번 당원게시판의 실명표기화는 <인터넷 실명제>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 내용의 문제



지금으로 봐서는 위의 당규가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형식적인 문제에 너무 집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형식이나 절차는 우리가 추구하는 이념적이고 내용적인 목표에 적합할 때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제가 앞서 말씀드린 형식의 문제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당규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해석도 왜 이리 엉망이냐고 비난해도 좋습니다.

우선, 국회가 준비한 <인터넷 실명제>와 당원게시판의 실명표시화 사이에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주민등록번호를 식별자로 하여 주민등록 DB나 신용평가 DB를 이용하여 실명을 확인한다는 면에서 이번 선관위의 조치와는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선관위의 주장을 보고 있노라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결여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선관위는 해명글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실명으로'만'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정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실명게시판과 함께 자유게시판을 '동시에' 운영하는 중앙선관위의 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당의 정책이 견지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입장을 부정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당의 정책이 견지하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사전에 표현을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사전에 표현을 위축시키지는 않지만 명백한 인권침해 대해서는 사후에 제재를 가해야 하며, 특히 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는 미리 강구해야 한다는 게 당 정책의 기본방향입니다.([당규제15호]를 잘 보시면 이러한 입장을 구현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일 겁니다.)

우선, 익명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표현의 자유에서 익명표현은 타협할 수 없는 기본입니다. 인터넷에서 글을 작성할 때, 즉 자기표현을 할 때 실명을 강제하는 것은, 국회 앞에서 데모할 때 누가 데모하는지 경찰에 실명명단을 제공하는 것과 같으며, 책을 출판하거나 신문·잡지에 기고를 할 때 필명을 사용 못하게 하는 조치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래서 국회가 추진하는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가 박정희의 긴급조치와 같은 것입니다.

당원게시판을 실명표시게시판으로 만들어서 자유게시판과 나란히 운영하여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것은 사기에 가깝습니다. <당원인증게시판-자유게시판> 체제에서는 자유게시판은 죽은 게시판입니다. 사실상의 여론 형성, 즉, 당원들이 발언하고 듣고 싸우고 논쟁하는 살아 있는 게시판으로는 당원게시판만 남은 것이지요. 이 상황에서 당원게시판을 실명표시게시판으로 변경하는 것은 그 조치의 시간만큼 당원들의 표현의 위축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입니다. 왜냐하면, 실제 유일한 여론 형성의 공간에서 익명성을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익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적(敵)인 자유주의 사고가 아닙니다.
표현의 익명성은 힘이 불균형한 가운데 정치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이번 선거는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입니다. 비례대표 중 일부는 국회의원이 될 것입니다. 즉, 당내에서도 권력자 중의 권력자입니다. 우리당의 이념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일반 당원의 권력 차이는 대단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선관위는 <당원인증게시판>을 <당원인증+실명표시게시판>으로 바꿈으로써 일반 당원의 익명의 권리보다 당내의 권력자가 흠집 잡히지 않을 권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 선관위 조치의 본질입니다. 또 하나 선관위가 행한 건, 비례대표 선거와는 무관한 글을 올리는 당원의 익명권을 무참히 박탈했다는 것입니다.

국회도, 당선관위가 말했듯이, "경선이란 언제나 과열될 수 있으며 이런 저런 과장과 명예훼손 등의 일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많"다는 이유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실명표시는 실명의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한테는 표현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면서도, 정작 악랄한 인간의 악랄한 악선동에는 무력합니다. 접속자체가 실명으로만 가능했던 PC통신 시절에도 명예훼손은 만연했고, 소위 부작용으로 폐쇄된 CUG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떤 당원이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자신은 희생하되 목표는 달성해야겠다고 맘만 먹으면 실명표시화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죽어도 싫은 후보가 있다면 시연해 드리겠지만 없어서 못하겠군요.^^

깨끗하고 정책대결이 되는 선거가 바람직합니다. 지저분하고 흠집내기만 만연한 선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불쾌하지요. 그건 도덕적인 잣대입니다. 주관적이기도 합니다. 불쾌한 모든 걸 사전에 예방하고 제재하고자 하는 게 바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권력의 속성입니다.


3. 그렇다면 대안은?



2000년도부터 2001년도까지 <인터넷 내용 등급제>로 긴 싸움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민주노동당도 그거 하지 말라고 악다구니를 썼습니다. 기자들이 찾아와서 <인터네 내용 등급제>의 대안은 무엇이냐고 묻더군요. 없으면 될 걸, 만들면 안될 걸 만드는 놈들한테 만들지 말라고 한 것뿐인데 대안이라뇨.

이번 선관위의 당원게시판의 실명표시화 조치에 대한 대안은 없습니다. 그냥 예전처럼 하면 됩니다. 다만, 앞으로 좀 구상해 볼 만한 아이템은 있습니다. 당은 어차피 1년 내내 선거하는 조직 아닙니까. 지역에서부터 중앙까지. 모든 당직, 공직후보 선거를 위한, 당원들의 시선을 끌만한 통합 컨텐츠를 구성해서 운영하는 것이지요. 지지고 볶고 싸울 인간들 다 모이는 곳. 이곳에 가면 쌈구경도 하지만, 감동과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 곳 말이지요. 사실 선관위가 당원게시판 실명표시화한 것은,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실명표시로 운영되는 선거게시판 만들어봐야 당원게시판만큼 사람들이 몰리지도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겠죠.

또 하나, 이런 일 생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당규제15호]도 개정해야 할 듯합니다. 더 정교하게.

 

 

정책위원회를 싫어하는 이유, 좋아하는 이유

 
정책위원회 구성원으로서 이런 글을 쓴다면, 아무래도 다들 '변명'처럼 읽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글이 제3자로서의 입장은 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글을 읽는 당원들이 나름대로 정책위원회가 싫은 이유를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써 본다.

 


[정책위원회를 싫어하는 이유]

 


1. 정책위원회가 제시하는 정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ㅇ 당원들, 특히 열성 활동 당원들 입장에서 보면, "지역에서 뭔가 지역주민들과 대화하고 일도 벌이고 싶은데 머릿속 가슴속 감동을 주는 정책, 즉 필 꽂히는 정책이 별로 없다."

 

- 우선, 세상에 오만가지 일이 다 문제다. 정책위가 그 오만가지 일에 대한 답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런 불만은 해소할 수 없다. 일개 정당의 정책위가 그 거대한 국가기구도 제시하지 못하는 오만가지 답을 다 만들 리 만무하다. 그래서 정책위는 존재 자체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 그렇다고 '감동을 주는 정책'을 만들 수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감동은 '정책적 논리성'이 주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 적합성'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정책위의 정책생산 활동은 '정치적 적합성'에서 취약한 측면이 있다.

 

- 진보정당의 정책의 수준은, 그 사회의 진보적인 지적 활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진보진영의 지적 활동은 각 영역별로(정치, 경제, 노동, 복지, 의료, 환경, 교육, 문화, 여성 등) 분절되어 있다. 인간의 삶이란 영역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책이 '정치적 적합성'을 가지려면 영역별로 분절되어서는 안된다. 한국사회의 이러한 지적 환경에서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만이 거의 유일하게 분절된 곳을 연결하는 지적활동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그 힘, 통합의 힘이 아직은 부분적으로만 작동하고 있다.

 


2. 정책위원회가 제시하는 정책을 믿을 수가 없다.

 

ㅇ "다른 정당들과 정부는 뽀대나는 정책을 많이 제시하는데, 정책위가 하는 얘기는 논리적이지도 않고 구체적이지 않다. 맞아, 빈곤해 보인다."

 

- 정책위원회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영역들이 있긴 한데(이를테면 환경), 이 영역들을 제외하면 논리 싸움에서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열에 아홉은 무조건 이긴다. 진짜다. 2002년 대선에서 그랬고 2004년 총선에서 그랬다. 지금도 왠만하면 이긴다. 왜냐고? 민주노동당 정책이 완벽하다기 보다는 다른 정당들이나 정부가 하는 얘기가 우리보다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민주노동당의 정책에 대한 믿음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믿음'의 문제이다.

 

-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기 마련이라, 당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당원들, 특히 귀 얇은 이들은 모두, 당의 정책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의 정책에 신뢰를 보내지 않는 이들이 모두 당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당원들은 아니다.(이 대목을 읽을 때는 주의하라!)

 

- 정책에 대한 믿음의 근거는 '논리성'에만 있지 않고 '정치적 적합성'에도 있으므로 믿음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 '정책의 빈곤함'을 느끼는 것은, '정책적 논리성 결여'보다는 '정치적 적합성 부족'이나 '힘의 상대적 빈곤함' 때문인 경우도 많다.

 


3. 정책위원회가 제시하는 정책은 나의 이해관계와 다르다.

 

ㅇ "정책위가 제시한 이 정책은 나의 이러저러한 사정을 해결하지 못한다."

 

- 자신의 특정한 이해관계 때문에 당의 정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자. 작년 부유세 1단계 법안이 최고위에서 한번 씹힌 적이 있었다. 그때 몇몇 최고위원들이 "1가구1주택 소유라고 해도 양도차익을 2억 이상 얻은자에게 세금을 걷는 건 중산층을 적으로 돌리는 정책이다" , "간이과세제 폐지는 영세 상인만을 당의 적으로 만드는 정책이다"라고 공격했었다.

 

- 이해관계는 경제적 이해관계만이 아니다. 직업적 특성이나 또 다른 요인에 의한 특성 때문에 이해관계가 발생한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은 노조나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때 정책위는 욕 뒤지게 많이 먹는다.

 


4. 정책위원회는 특정 정파의 정치적 견해를 대변한다.

 

ㅇ "정책위원회는 진정추 조직이 장악하고 있다", "우리 정파의 의견은 애써 무시한다", "정책위원회는 개량주의다" 등등

 

- 정책위원회가 특정 정파, 특히 진정추의 견해를 대변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이런 얘기 들을면 화가 난다. '나를 진정추 따위로 분류하다니...'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진정추가 있나?

 

- 정책위원회가 정책을 만들 때 결국에는 반영되지 않는 정파들의 견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대체로 그 정파들은, 정책위원회가 만드는 특정 분야의 정책에 대한 견해가 별로 없다.

 

-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개량주의, 혹은 의회주의'라는 비판은 지속적인 긴장을 유발할 것이다. 정책위원회가 제시하는 정책은, 어떤 면에서 보면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이는 '의회에서의 법안 통과', '유권자들의 통념'에서 더욱 자유로와져야 가능하다. 즉, '정치적 적합성'이 정책을 생산하는 주요한 기준이 되었을 때 가능하다.

 


5. 정책위원회는 딴지를 건다.

 

ㅇ "정책이나 제대로 만들지, 내가 하는 일에 딴지나 걸고 있다."

 

- 정책위원회는 사무총국과 각종위원회, 의원단(실)에 딴지 꽤나 많이 걸었다. 그리고 이번엔 몇몇 지방의원들의 감세조례발의 및 동의에 늦게 나마 딴지를 걸고 있다.

 

- 그런데, 이렇게 딴지 거는 걸 정파 문제로 본다면 큰 오해다. 어쨌든 사무총국과 각종위원회를 책임지는 최고위원들과 정책위의장의 정파가 확연히 달랐던 건 사실이었지만, 정파적 배경때문에 딴지를 걸지는 않는다.

 


6. 정책위원회는 오만하다.

 

ㅇ "하여튼 뭐 좀 아는 것들은 재수없어."

 

- 개개인의 능력에도 좌우되기는 하나, 당의 기관으로서의 특성으로 인해 정책위원회는 정보에 있어서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편이다. 그리고, 정책을 고민하는 게 일이다 보니 대체로 정보 분석에 있어서도 훨씬 탁월하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독특한 문화 환경 때문인지, 대체로 말빨에서 밀리다보면 말빨 좋은 것들이 재수없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 기본적인 자질이 있는 당원 중 누구든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게 된다면 다 그런 오해를 사게 된다. 애초부터 재수없는 것들이 모인 데는 아니라는 것이다.

 


7. 남 일 해주기에 바쁘다 : 정책위원회 내부에서 이는 불만

 

ㅇ "자기 할 일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남겨야지, 왜 남의 일이나 대신하고 있어!"

 

- 사무총국과 각종 위원회에서 집행해야 할 사업계획을 정책위원회 구성원들이 작성해 준 사례가 많다 또, 위원회에서 발간하기로 한 선전 자료집들도 내용 뿐만 아니라 심지어 편집까지 해 준 적도 여러 번이다. 이게 다 사무총국과 각종 위원회 명의로 회람되거나 발표되니까 정책위원회 구성원이 했다는 티가 안 난다.(그렇다고 모든 일을 대신했다는 건 아니다)

 

- 정책위원회에서는 올해 보육 사업을 해야겠다고 맘 먹고, 2월에 보육조례표준안까지도 만들어 놓았는데, 이 시점에 비하면 정작 당의 보육 사업은 늦게 시작되었다. 보육 사업 담당 최고위원이 사업계획안 마련을 미루다 미루다 그렇게 되었다. 정책위원회에서 사업 아이디어까지 정리(거의 계획안 수준이었음)해서 줬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 일 잘하는 보좌관들도 꽤 있고, 능력 있는 의원들도 있다. 하지만, 의원실들도 마찬가지다. 몇몇 의원실은 아예 노골적으로 일을 대신해 달라고 한다. 순진해 빠진 정책위원회 구성원들은 그일을 한다. 잘 나가는 의원실들도 한번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떠 넘긴 적이 있다.

 

- 이런 관계는 업무 협력과는 다른 것이다. 물론 대신해주기와 협력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도 있긴 하겠지만 명백한 '대신해주기'가 많다.

 

- 일을 대신해 주는 건, 당을 위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필요한 일을 해결하는 듯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든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본분을 잊는 짓이다.

 


8. 또 무슨 이유가 있을까?

 

- 이 글을 읽는 당원들은 위의 7가지 이유 중 무엇때문에 정책위원회를 싫어하시나. 또 다른 이유도 있을 듯하다.

 

- 나는 개인적으로 1.과 7. 때문에 정책위원회가 종종 싫다.

 


[정책위원회를 좋아하는 이유]

 


- 나는 개인적으로 정책위원회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당원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정책위원회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있다는 사실은 안다. '좋고 싫음'과 '지지와 반대'는 다르다.

 

- 정책위원회가 제시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정책위 구성원들은 일을 한다. 당원들 중에 '좋아한다'는 표현을 해 주는 이가 있다면 좀 더 기쁘게 일을 할 것도 같다.
 

 

 

뻔뻔한 마지막(?) 인사

 

2005년 10월 31일(월) 최고위원회 12인이 사퇴했다.

그리고 다음날, 11월 1일(화) 오전 9시 30분 상근자 전체 회합에서

몇몇 전최고위원들이 '마지막 인사'를 했다.

 

김혜경, 김창현, 박인숙, 김미희, 이용식, 이영희.

이영희는 늦게 와서 사무부총장의 공지 중간에 인사를 했다.

늦게 와서 인사까지...

 

솔직히 김혜경 전대표만 '반성'과 '통탄'의 감정을 전달했다.

나머지는 씁씁한 마음을 전하기는 했으나, '반성'은 없었다.

심지어 박인숙 전최고는 부처와 그의 제자들 일화까지 소개하며

당직자들도 각자 자신을 믿으라고 했다.

최고위원 12인의 사퇴를 부처의 죽음과 비유하다니...

 

다들 왜 이리 당부가 긴지 한심하다.

당면한 투쟁이 주절주절, 잘 하세요, 등등

 

물론, 아쉬운 마음에, 혹은 흔들릴지 모르는 상근자들에게

작게나마 안도감을 주려고 했는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다.

잘못해서 물러났으면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게 예의다.

지난날 잘못으로 당과 당을 위해서 일하는 상근자들에게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하면 된다.

 

아무래도 진짜 퇴장이 아니니 '마직막 인사'도 아닌 듯하다.

11월 2일(수)에 있을 중요한 회의, 중앙위에 제출할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안건을 만드는 회의에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참석한단다.

'마지막 인사'라더니 뻔뻔한 인사일 뿐이다.

 

심지어는 잘못으로 퇴장한 자들이, 책임지겠다고 사퇴한 자들이 다음 지도부 선거를 노린다.

그래야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도모할 수 있을 터이니.

 

 

<부유세-무상교육-무상의료>의 실현 가능성


1.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정책 실현 가능성

 


(1) 제시한 정책이 그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
(2) 정책을 추구하는 주체가 처한 권력 관계로 보아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

 

(2)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90%의 정책·공약은, 당장은 실현 가능성 없음. 민주노동당이 '당'이 된 이유는 노동자·민중에게 필요한 정책을 '도입·실현'하기 위해 권력을 키우고자 함임.(지금의 권력관계에서도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정책을 일부 실현하기도 함. 이동보장법률 등이 그 예.)

 

어떤 정책이든, (2)의 기준과는 달리 (1)의 기준으로도 평가받음.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1)의 기준에 의한 평가도 사실은 이데올로기 투쟁임. 어떤 정치세력이 제시한 정책이 맘에 들지 않는 또 다른 정치세력은, 이를 부정하기 위해 온갖 '객관적 지표'를 제시해 가며 실현 가능성을 훼손함. 이는 우파나 좌파나 다 똑같음.(우파끼리 좌파끼리도 그러함.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그러함.)

 

<현실 상황-그로 인한 문제점-정책 대안-정책 효과>를 논리적이고 일관성을 갖도록 구성하여 대중들에게 제시, 그들로부터 그 정책에 대한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바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과정임. 이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지지 기반의 계급적 속성이 드러나게 되어 있음. 즉,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보면 부르조아지들의 세련된 비판을 되받아칠 논리는 마련해야 하나, 그들의 세련된 비판 때문에 당정책을 심각하게 수정할 이유가 없음.(수정하면 계급적 속성이 무뎌져 당의 정체성이 수정될 수 있음. 즉, 지지 기반의 이탈이 형성되고 결국 지지 기반이 달라짐.)

 


2. <부유세-무상교육-무상의료> 정책의 실현 가능성

 


(1) <무상교육-무상의료>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획기적으로 국방예산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민주노동당의 주장임. 민주노동당 국가 예산 정책은 언제나 국방예산 감축을 적시하고 있음. 다만, 현재상황에서 국방예산을 아주 세세하게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 현재의 정보 수집의 한계(국가권력에 대한 당의 권력의 약소함)를 고려한다면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국방예산의 감축(동아시아 평화 프로세스의 구체화와 함께)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2) <부유세>로 얼마를 거둘 수 있는가

 

정하기 나름임. 민주노동당은 16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부유세> 과세 기준을 순자산 10억으로 제시했었는데, 3억으로 정할 수도 있고 30억으로 정할 수도 있음. 그리고 세율/누진율도 정하기 나름임. 따라서 사회적 필요에 따라 6조를 거둘 수도 11조(16대 대선에서 제시한 수치)를 거둘 수도 있음. '사회적 필요'가 곧 '사회적 쟁점'은 아님. 따라서 <부유세>의 '사회적 필요'를 어떻게 '사회적 쟁점'으로 형성하느냐에 따라 도입과정에서 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세금을 거둘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음. 세수의 액수는 <부유세>라는 이름으로 미리부터 정해진 바가 아님.

 

(3) <부유세>만으로 <무상교육-무상의료> 재원이 마련되는가

 

민주노동당은 <부유세> 도입과 함께 이런저런, 그러나 상호 유기적인 조세 개혁으로 사회복지에 투여할 재원을 확보하는 바를 정책으로 삼음. <무상교육-무상의료> 등 사회복지 재원의 확보는, 돈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둔다는 조세 형평의 실현과 함께 불합리한(혹은 부당한) 세출을 줄임으로써 가능함. 즉, <무상교육-무상의료>의 재원을 <부유세>만으로 확보할 이유가 없음. 그리고, <부유세> 도입 등 조세 개혁과 국방비 감축은 충돌하는 정책이 아님.

 

(4) <부유세-무상교육-무상의료> 정책의 실현 가능성

 

<부유세-무상교육-무상의료>는 한국의 경제력을 달성했던 서구의 대부분 국가는 이미 도입하고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따라서, '제시한 정책이 그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기준으로 볼 때는 한국사회에서 무리한 정책이라 할 수 없음. 다만, 민주노동당이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라는 기준으로 볼 때, 민주노동당은 더욱 성장해야 함. 앞서 말했듯이, 정책의 사회적 필요를 대중들에게 설득하여 지지를 획득하는 과정이 바로 정책 실현의 과정임을 확인할 때 비로소, 왜 민주노동당은 <부유세-무상교육-무상의료>를 주장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짐.

 

(5) 정책 도입에 대한 저항

 

<부유세> 등 조세 개혁 조치는 당연히 힘있는 자들로부터 저항이 큼.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의 정착과 군축을 통한 국방예산의 획기적 감축 또한 힘있는 자들로부터 저항이 큼. <부유세> 도입에 대한 저항을 이유로 <부유세> 도입보다는 국방예산의 획기적 감축이 세수 확보에 더 현실적이라는 근거는 없음. 수구 꼴통을 없애버리면 당연히 공평한 과세와 평등한 재정 운용이 가능하나, '수구 꼴통 없어져라'라고 외친다고 수구 꼴통이 없어지는 게 아님. 민주노동당이 공평 과세로서 <부유세>를, 평등 재정으로서의 <무상교육-무상의료>를 외치면서 대중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과정이 수구 꼴통의 입지를 줄여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임.

 


3. 결국에는,

 


<무상교육-무상의료>가 한국 노동자·민중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①정책의 실현 경로를 합리적으로 구성하고 그 재원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②정책을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하여 그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대중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해야 함.

 

<무상교육-무상의료> 정책이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점을 설파하여 지지를 얻는 만큼 정책 실현의 가능성이 증대되므로, 민주노동당이 <무상교육-무상의료>의 재원으로 주요하게 제시하고 있는 <부유세> 등 조세 개혁에 대한 저항을 이유로 현재의 당 정책을 '사기'라고 한다면, 민주노동당은 어떠한 정책도 제시해서는 안됨.(한반도 평화·통일, 미군 축출 등도 마찬가지)

 

 

12월 17일(금) 밤에 벌어진 총장의 월권행위

12월 17일에 주의장, 기조실장과 함께 저녁에 외유가 있었다.

이날이 무슨 날이냐,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이 있던 날이다.

원래, '의전'이라 한다면 폐막식엔 가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래도, 독립영화진영의 당원들 만나려면 이 날도 좋은 날이라,

졸라서 두분 모시고 갔다.

 

폐막식을 마치고 나서 분위기를 보아하니 자리를 뜨는 게 예의일 것 같아

폐막작 한 편만 보고 셋은 나왔다.

인사동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며 독립영화에 대한 이런 저전 얘기를 나눴다.

기조실장이 영화라면 한가락 하는 양반이라 주의장 '교육'을 제대로 하더라.

 

여기까지는 사족.

 

 

한참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주의장 핸드폰으로 문자가 하나 날라왔다.

10시가 넘어선 시각이었다.

 

"[알림] 18일 오전 11시 긴급최고회의, 조선일보 기사 건"

메시지 요지는 이거였다.

 

의장이랑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에 가기 전에 4층 기관지를 잠시 들렀었는데,

당사에서 막 나오려 할 때, 사무총장이 의장에게 공문을 하나 건넸었다.

국보폐지국민연대에서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이었다.

 

총장은, 이실장이 진보누리에 올린 글과 조선일보의 기사가,

당에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최고위원회를 긴급하게 열어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 의도를 갖는 건 그의 정치적 판단이고 정치적으로 평가할 문제이므로,

일단 이 글에서는 평가 생략.

 

총장이 보낸 긴급최고위원회 공지가 생뚱맞게 여겨져서

주의장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께서 최고위원회를 소집하셨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비서실장은 총장에게, 대표께서는 18일 11시 이후에나 시간이 나신다는 말만 전했다는데...

 

주의장은 잠시 후 대표와 직접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대표께서는, 총장으로부터 최고위원회 소집을 요청받았지만,

긴급하게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 아니므로 최고위원회 소집 요청을 반려하셨단다.

이런 내용의 통화가 오가는 사이에, 주의장 핸드폰으로 또 하나의 문자가 날라왔다.

 

"[죄송] 18일 최고위원회 취소"

 

취소? 열리기로 한 적도 없던 최고위원회가 취소라니...

공지부터 날리고 대표한테 전화해서는 최고위원회 하자고 조른 총장.

소수만의 독자들에게 질문. 재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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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당헌

 

제4장 집행기관

제2절 최고위원회

제26조(소집) ① 최고위원회는 주1회 이상 의장이 소집한다. 단,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재적위원 1/3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즉각 최고위원회를 소집한다.

 

 

너무 지저분하면 글도 못 써

내 블로그에 글이 올라가지 않으니,

당이 좀 깨끗해졌나 의심할 이가 있을지 몰라서,

일단 '아니'라고 말하려고 왔다.

 

너무 지저분하면 글도 못 쓰겠더라.

뭘 써야 할지, 뭐부터 써야 할지, 고민만 하다 시간이 다 가더라.

 

헉.

 

약속대로 '문건' 얘기도 해야 할 거고,

최근 불거진 <이론과 실천>과 <출근부>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할 듯.

또 지저분한 얘기가 뭐 있지?

 

 

[스크랩] 기사를 모아 둠

기록을 위해 조선일보와 프레시안 기사를 스크랩한다.

조선일보는 '내부 문건'이라고 표현했지만,

프레시안은 진보누리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이라 했다.

'내부 문건'이란 식의 표현은 왠지 음흉한 운동권 냄새를 풍기게 한다.

이 점에서 조선일보는 탁월하다.

 

이 기사와 관련해서 벌어진 헤프닝은 다음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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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이념에서 민생으로"

"국보법 폐지 투쟁은 부당" 내부 문건서 비판
정책·기획라인 중심 "노선 전환해야" 목소리


정우상기자 / 입력 : 2004.12.16 18:49 06' / 수정 : 2004.12.17 06:12 46'

 


민주노동당에서 “먹고사는(民生) 문제에 당력을 모으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올 한해 파병반대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념투쟁에 집중하다 보니, 주 지지층인 저소득층과 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민생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념 중심에서 민생으로 당의 노선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민노당 이재영 정책실장은 16일 내부 문건에서 “지금의 국보법 폐지 투쟁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국보법 폐지가 틀렸다기보다는 민생과제를 외면한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폐지 후 형법 보완’의 허점을 공격하지 않은 채 ‘여당 2중대’ 역할에 충실했다는 비판이다.

 

이 실장은 “IMF에 버금가는 민생고가 계속되고, 어느 당도 의미있는 민생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국보법 폐지에 매몰돼 민생문제를 등한시했다”고 했다. 그는 “여당의 폐지 후 형법 보완과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형식만 다를 뿐 국보법의 실효성(實效性)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민노당의 입장과 다르다”고 말했다.

 

문명학 기획조정실장도 “국보법 폐지 삭발·단식투쟁을 하는 노력 만큼 민생을 신경써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 빈곤퇴치 등 민노당만이 주장할 수 있는 빈곤문제를 이슈로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노당의 지지층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민생 중심으로의 노선 전환이 필요한 증거”라고 했다.

 

이념 중심 투쟁에 대한 비판은 민노당의 정책과 기획라인 일부에서 나오고 있고, 의원 중에는 노회찬(魯會燦) 심상정(沈相 ) 단병호(段炳浩) 조승수(趙承洙) 의원 등이 노선 전환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국보법 폐지가 국민들의 지지를 못 얻은 것은 먹고사는 문제에 정치권이 무능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민생과 빈곤퇴치는 민노당의 최우선 가치”라고 말했다. 조승수 의원은 “당의 힘을 국보법 폐지에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지금이 국보법을 폐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2중대’라는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여당 방침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김웅 정책기획실장은 “경기침체가 더 심화될 내년에는 민생 중심으로의 노선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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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노선 문제 많다", 민노당 내부비판 봇물
민노당 '비정규직등 민생 과제 소흘' 내부 비판 무성 
 
최서영 기자 / 2004-12-17 오후 1:49:18    
 
 
열린우리당 '국보법 연내처리' 입장이 후퇴하면서 우리당에 힘을 실어주었던 민주노동당이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 민노당이 최근 '개혁연대'를 내세워 국보법 폐지에 매달렸지만, 그 결과는 국보법 폐지 견인은커녕 민생정당의 역할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생 등한시한 '국보법 투쟁 집중' 문제있어"
  
민주노동당 이재영 정책실장은 지난 15일 인터넷 매체 <진보누리>에 올린 글을 통해 "국보법 폐지투쟁은 정당하나 민생문제를 등한시하고 국보법 투쟁에만 매몰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더구나 민주노동당은 현재 '폐지후 형법 보완'이라는 열린우리당안이 형식만 다를 뿐 한나라당 개정안과 '국보법 실효성 유지'차원에서는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또 "IMF사태에 버금가는 민생고에 어느 정치세력도 대안 제시를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민주노동당은 상대적 우위를 과시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는 저학력-저소득층의 지지의 정체 내지는 퇴조"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KOSI의 여론조사 결과 블루칼라의 민주노동당 지지도는 3.4%까지 추락한 바 있다.
  
이재영 정책실장도 이와 관련, "지금까지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당의 이미지와 존재 자체에 대한 지식층의 지지였지, 구체적인 정책행위를 통한 서민층의 지지는 아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아젠다 제시에 대한 무능이 계속되니 보수 양당의 이탈층 흡수는 물론, 서민층의 지지도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진 법제실장도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로부터 버림받았다"며 "당의 주 지지층인 노동자들이 경기양극화로 가장 큰 피해를 받았음에도 민주노동당은 민생해결을 위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개혁공조와 2중대'로 요약되는 기존 정치권의 비민생 정치공방에 그대로 편승했다"고 비판했다.
  
김 실장은 "비정규 보호입법 문제도 사실 당에서는 보조적 사업으로 취급되었으며, 의원단과 최고위원들은 노동자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이 이대로 간다면 남는 것은 2006년 지방선거의 대패뿐"이라고 경고했다.
  
당지도부 "지금이야말로 국보법 폐지시킬 절호의 기회"
  
그러나 이같은 내부 비판에 대해 일부 최고위원등 당 지도부는 "지금이 국보법을 폐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집중하자는 것이지 1년내내 '국보법 폐지 투쟁'만 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원내에 들어간 만큼 우리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경직된 자세를 버리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냐"는 입장이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당 의원단과 최고위원간에 '전략'과 '폐지 투쟁 집중 시기'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간의 경험으로 우리당이 민주노동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는 했지만, 현재는 지금 시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노선에 대한 내부 비판은 만만치 않아, 앞으로도 노선을 둘러싼 내홍은 계속될 전망이다.

 

 

뒤통수 맞다

의정지원단 강실장이 8일 오전에 있었던 의원실 정책수석 회의 얘기를 했다. 각 의원실 정책수석들(경우에 따라서는 정책담당보좌 중 하나가 참여)이 무슨 얘기를 하던 별로 관심없어 할 걸 알면서 나에게 무슨 말을.

 

천의원실 서보좌가 예산 사업 관련 평가를 하면서 나를 아주 무책임한 사람으로 만들었단다. 무책임함의 근거는 거짓이었다. 서보좌가 그러다니. 서보좌의 어려움이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거짓으로 나를 무책임한 놈으로 만든 건 확실히 뒤통수 맞은 것이다.

 

 

예산과 관련하여 해야 할 일을 안했다는 것이다. 내용도 맘에 안든다는 것이다. 천의원실 보좌진이 새로 정비된 후에 양자간에 만남이 있었다.

 

'의원실 국감할 때 주로 예산준비할 것이니, 이미 준비하기로 한 국감 꼭지 외에는 국감일 안할 거다. 그리고, 예산도 진보국감 컨셉으로 준비하는 것이지 의원실 예산준비 하듯 하는 거 아니다.'

 

이렇게 정리했다. 서보좌는 우리가 예산사업을 의원실 하듯이 하기로 했다는 식이다. 전부 책임지기로 해놓고서는 안했다는 것이다. 정책위가 의원실에서 부리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남? 의원실 보좌들이 해야 할 일을 정책위에서 하면 보좌는 왜 두나?

 

내용이 맘에 안들 수도 있다. 진보예산은 정부예산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목적도 있다. 이에 충실하다보면 의원실에서 바로 써먹지 못할 수도 있다. 뭐, 당연한 일 아닌가.

 

 

무지 열받았는데, 서보좌한테 전화 안했다. 어떤 오해가 있을 지 모르니까 얘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나... 왜냐구? 이유는 한참 후에나 쓰련다.

 

 

누가누가 잘났나?

"현실적으로 정책위원회의 정책역량이 의원단에 못 미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 경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정감사에서 당이 소외되었다'는 표현이 잘 보여주고 있다.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의원단의 정책역량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정보의 축적과 민중.사회단체와의 정책네트워크도 당 정책위원회를 앞서기 시작했다."

 

위에 인용한 문구는 최의원실 홍수석이 당 기관지 <이론과실천> 12월호에 기고한 <당은 정치적으로 미숙한 '거대한 소수'였다>의 일부이다. '원내진출 이후, 민주노동당은 무엇을 이뤘는가'를 주제로 실린 특집 코너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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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수), 여섯 명이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 원래 가고자했던 식당에 자리가 없어서 그 식당 옆 중국집에 갔더니 정책위 사람들이 왕창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여섯이 한 데 모인 이유를 알면서도 무슨 일이냐고 하니, 여섯 중 하나가 '6자 회담'이라 농을 던졌다.

 

최의원실 홍수석과 홍보좌, 의정지원단 이실장과 강실장, 그리고 교육담당 정책연구원과 내가 '6자 회담'을 했다. 위 글에 대한 홍수석의 해명을 듣기 위함이었다. 홍수석의 글(정확히 말하자면 위에 인용된 문구)이 정책위 내에서 돌려 읽혀지면서 한순간에 분노가 정책위를 감쌌기 때문이다.

 

지난 주 위 문구가 회람된 후에, 보건의료담당 정책연구원 하나가, 최의원실과 함께 준비하던 학교보건법 개정 공청회 준비를 못하겠다고 선언한 일이 있었다. 7일에 열린 공청회에 최의원이 발제를 맡기로 해서 6일 저녁에 의원에게 하기로한 내용 브리핑을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보건의료담당 정책연구원이 이런 반응을 보인 건 맥락이 있다. 그냥 자존심 상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사연이 있다. 보건복지위 현의원실에서 발표하는, 제대로 된 내용은 전부 3정조 보건복지 담당 연구원들이 다 만들어 줬다. 때로는 현의원실 어느 누구도 못알아 들어서 연구원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단다. 6개월 동안 이런 경험을 한 정책연구원에게 위의 문구는 분명히 '모독'이다.

 

6일 오후에 전화가 왔다. 회의원실 이보좌였는데, 홍수석의 글이 최의원실 공식입장도 아닌데 학교보건법 브리핑을 거부하는 건 문제 아니냐는 항의였다. 타당하다. 열받은 보건의료 담당 연구원은 예정대로 브리핑을 했고, 최의원 상임위 일정으로 발제를 하지 못하게 되자 발제까지 담당했다. 공무 진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위의 문구는 지난 주 4정조 회의에서 교육담당이 거론했다. 정조위원장은 이런 표현은 문제가 있다며 정책위 의장에게 보고했다. 의장과 부의장은 홍수석을 불러다가 해명을 듣고 주의를 주려고 했다. 강실장과 나는 좀 견해를 달리했다. 의장까지 나서면 의원실과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으니 실국장들이 해명을 듣고 잘못을 지적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6자 회담'이 열렸다.

 

 

위 문구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인 게 아니다. 물론 사실도 아니다. 정책위원회와 의원단(결국 의원실들의 집합)을 '정책역량'이라는 기준으로 둘 관계를 파악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설정한 게 문제다. 정책역량을 비교해 버리면 정책위원회와 의원단은 '누가누가 잘났나'를 판가름해야 하는 경쟁관계가 되어버린다. 정책위원회와 의원단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책 사업을 펼치는 기관들이다. 정책역량을 앞서니 뒤서니 한다는 것 자체가 민주노동당에서는, 정책위와 의원단의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것이다. 이는, 홍수석은 모르겠으나, 나머지 다섯은 전부 명시적으로 동의했다.

 

정보수집 면에서는 당연히 의원실이 앞선다. 앞서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보좌관을 싸그리 다 갈아치워야 한다(당내 해고불가 신화를 깨자!). 의원실이 앞장서서 확보한 정보를 정책위에 전파하고 양자가 함께 정리하여, 정책위는 당론의 방향과 정책의 줄기를 마련하고 의원실은 의회에서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정책역량'을 따지자면 정책위와 의원실은 각기 다른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소위 민중.사회단체하고의 관계로 다르다. 의원실은 로비의 대상이 되기 싶상이다. 민원성 정책 제안이, 그 취지는 타당하지만 당의 현실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역할을 정책위가 담당해야 한다. 이는 정책위가 전략을 가지고 민중.사회단체와 사업을 함께 함으로써 가능하다.

 

 

홍수석은, 정책위와 의원단(실)의 역할이 바람직하게 조정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면 될 뿐이었다. 위의 문구를 표현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물론, 홍수석의 글 전반은 의정과 관련하여 당내 각 기관의 역할을 평가하고 있다. 결국, 위 문구를 쓰지 않았으면 되었을 걸 괜히 집어넣은 것이다.

 

근데, 실수였을까?

 

홍수석은 우리가 자기의 의도와 달리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문구가 오해를 살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표현이 잘못되었고, 이런 표현은 정책위와 의원실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경고는 된 듯싶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홍수석이 점심값을 낸 것도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