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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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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6/03/31
    기대 이상의 맛 : 차목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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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상하다

 

지난 목요일에 사무총장 만나기 전에 대표 비서하도고 통화했었다. 대표도 만나고 싶다고.

비서에게 말해두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걸 아는 나는

금요일에 대표와 직접 통화했다.

퇴직금 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니 직접 얘기해야겠다고.

이번주 초에 만나주겠다면서 비서실장과 구체적인 시간을 잡으라고 하더군.

일정을 대표가 직접 챙기는 건 아니니 비서실장과 통화했다.

비서실장에게 대표의 의사를 전하고 약속잡아달라고 했다.

알았단다.

 

그리고선 월요일이 다 지난 이 시간까지 연락이 없다.

아마도 나, 나와 함께 퇴직금을 요구한 사람들 마음이 급하다고 생각하나 보다.

보채는 사람이 적당히 보채줘야 대표 면담도 잡아주고 그럴 모양이다.

이 정도 되니 내 자존심이 심히 손상되었다.

내가 '만나주세요~오. 제발요~오. 잉잉잉~'하기까지 기다리는 모양인데,

더 이상 내가 전화를 거는 일은 없다.

대표 직접 만나서 할 얘기 내용증명으로 바로 보낼거다.

작성하고 함께 요구한 사람 회람하고 의견 조율하고 다시 작성하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목요일엔 보낼거다.

내용증명 받고 만나서 얘기하자 해봐야 소용없다.

이제는 놀러는 가도, 퇴직금 문제로 민주노동당사 가는 일 없을거다.

 

 

잠도 안오네...

 

내일, 아니 오늘 해가 뜨면 첫날이다.

무슨 첫날?

채권추심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날.

사무총장과 면담 약속을 했다.

오후에 만날거다.

 

이런 저런 정보를 취합해 보니 상황이 좋지 않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퇴직금을 조용하게 받지 못할 듯하다는 얘기다.

'노동'당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퇴직금을 시끄럽게 받아야 한다는 건 비극이다.

희극인가?

 

이미 민주노동당 퇴직금 미지급 건은 기자들 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별거 다 세 보았다

 

요즘 해야 할 일이 은근히 많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바쁘게 살 만큼 할 일은 많다. 그런데 난 별 생각없이, 별로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될 답들을 얻으려고 애쓰곤 한다. 내가 방금 전에 갑작스레 궁금해진 건...

 

'내 블로그는 진보net에서 몇 번째로 만들어졌을까?'

 

내 방식대로 세 보았더니 1,703개 중 588번째였다.

 

'그래서?'

'뭐, 별루... 그렇다구... 좀 세 보면 안돼?'

'돼! 그러고 살어!'

 

나는 이렇게 살다가 재미있는 취미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4만원 남았다

 

내 주거래 계좌가 하나 있다.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정리했다. 오늘 은행엘 갔다. 노동넷에 빚진 게 있어서 8만원 입금하러. 그리고 지갑이 털털 비어 있는 걸 보고선 3만원 인출했다. 명세표가 좁은 틈에서 찌익 등장하더니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야, 너 이제 4만원밖에 없어!"

 

목요일부터 본격적인 채권추심에 나설 예정이다. 채권 회수 전까지는 내 인생 처음으로 유사빈털털이 신세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로서는 생경하다. 외출도 자제하고, 가까우면 걷거나 자전거 타고, 멀어도 버스-지하철만 타고, 지방엔 가지 말고. 밥도 왠만하면 먹고 나가고 밖에서는 싼 것만 찾아 먹고. 지름신은 멀리 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병원엔 가야겠다. 병 키우지 말고...

 

에공.

 

 

하인즈 워드의 복수

 

하인즈 워드 열풍이 일고 있다. 워드 덕(?)에 정치권은 혼혈인 차별을 금지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법을 만들겠다 한다. 교육부도 다문화, 다인종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한다. 모든 언론이 워드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경복궁에서 신발 벗고 마루에 올라간 일까지 보도한다. 이 난리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워드 열풍도 곧 식을 것이다. 그러나 워드는, 열풍을 일으킨 다른 스포츠 스타와 달리 한국사회의 웃기는 작태를 가장 잘, 그리고 가장 한국사회다운 방식으로 드러내 준다.

 

 

워드의 어머니인 김영희씨는 펄벅재단 방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단다.

"한국 사람 안 쳐다보고, 생각 안 하고 살아온 30년이었어. 내가 워드 데리고 한국 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그 놈 거지밖에 안 됐겠지? 여기선 누가 파출부라도 시켜줬을까?… 이제 와서 우리 워드가 유명해지니 관심을 참 많이 가져준다. 좀 그래. 부담스럽지 뭐. 세상 사는 게 다 그런거 아니겠어?"

김영희씨의 말이 있는 그대로의 한국사회의 진실이다. 김영희씨가 하인즈를 혼자 키우게 되었을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하인즈는 지금 이 땅에서 차별받는 여느 혼혈인과 마찬가지로 하류 국민에도 끼지 못한 채 검둥이 소리나 해대는 사장 밑에서 세상의 온갖 불평불만을 안고 살고 있을지 모른다. 초등학교나 졸업했을까?

 

한국사회는 하인즈 워드에게 성공을 위한 경쟁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뻔한 사실이 아닌가. 그랬을 한국사회가 경쟁을 허락한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워드에게 '한국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성공하지 못한 혼혈인은 한국인이 아님을 확인해 주었다.

 

 

이 점은 김영희씨 뿐만 아니라 워드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워드도 한국사회의 추한 모습을 스타다운 여유와 자신감으로 지적하고 있다.

“혼혈인으로 태어난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창피한 것은 혼혈이 아니라 혼혈을 차별하는 것이다.”

“어릴 때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게 부끄러운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랑스럽다”

정말 자랑스러울까? 슈퍼볼 MVP 이상의 관심과 환대를 보내주는 한국사회가 앞으로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줄 거라서? 그럴수도 있다. 그래나 이건 나중 일인대다가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니까 상관할 바는 아니다.

 

한국인 이민 사회의 차별, 자신이 의지하는 유일한 가족 어머니의 고통, 부끄러운 자신을 딛고 성공한 워드는, "해 준 게 뭐 있다고 이제와서 지랄이야!"가 아니라, 열광하는 한국사회, 자기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언론과 정치권 등등 앞에서 "자랑스럽다!"는 말로 의연하게 복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니네가 차별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르지!' 하면서. 무시하는 넘들에게 성공해서 복수하리.

 

 

재미있는 건 이 화려한 복수에 한국사회, 한국의 언론과 정치권의 태도는, '당했다. 쪽팔린다'가 아니다. 이들에게도 여유가 있다. 기회는 찬스다. 적당한 반성의 제스처로 자기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 이 또한 한국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이 또한 놀랍다. 사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놀란다.

 

정치권의 혼혈인 차별금지법이나 복지증진법이니 따위가 잘 추진될까? 그거 적당히 만들고 말거다. 어쩌면 정치적 이용을 위해 한 2년 국회에서 뱅뱅 돌릴지도 모른다. 아마 이 법 추진이 반가운 사람들과 이들의 이해를 위해 싸우는 각종 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까지 학교에서 적응 못하고 상처만 깊어가는 혼혈아이들을 위한 실질적 조치도 방기했던 한국의 정부와 정치권, 언론이 주둥아리 놀리는 거 말고 뭘 더 하겠는가. 그리고, 혼혈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금지법이나 복지증진법을 제정한다고 한들, 이 법들은 지속적으로 '혼혈인'이라는 하류 한국민의 딱지를 붙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래도 차별 해소에 대한 국가의 정책이 제대로 진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혼혈인, 나아가 타인종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열리기는 할 것이다. 하인즈 워드의 성공과 복수가 계기가 됨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작은 변화가 하인즈 워드에서 시작했다고 봐서는 안된다. 한국사회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인종주의에 대한 싸움은 오랜동안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싸움과 함께 한국의 지배계급 또한 단일민족-단일국가 이데올로기가 앞으로 그들의 지배를 위협하리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저임금으로 착취한다 하더라도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바로 이민이고, 이민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타인종과 혼혈인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배려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인즈 워드의 '금의환향'(한국은 워드의 고향이 아니다!)은 그 자신과 어머니에게는 명예롭고 통쾌한 복수이고,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에게는 장삿거리고, 인종차별이 불쾌했던 자들에게는 민망함이다. 그렇다면 인종차별에 분노하고 투쟁했던 자들에게는 무엇이어야 할까.

 

 

짝꿍과 지음님께 감사 : 자전거 생기다

 

새 자전거가 생겼다. 이 포스트가 먼저 올라가고 '오랜만에 자전거 타다'가 나중에 올라가는 게 순서일 터이나, 요즘 시간순이란 게 별로 재미가 없어서 이러기도 한다. 이것도 이유지만 보다 사실에 가까운 이유는, 자전거가 생기자마자 해가 져버려서 자전거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새 자전거 소개하는데 사진이 없으면 밍숭맹숭하잖아.

 

 

1. 감사의 인사

 

새 자전거는 짝꿍이 교사 첫월급으로 쐈다. 내 자금 사정이 말라가는 가운데 얼마짜리 자전거를 사야하나 고심고심하고 있었는데 숨통이 확 트이는 선물을 받은 것이다. 어찌나 고마운지. 내가 이렇게 호강하고 사는 것도 다 짝꿍이 복덩어리라서 그런 것 같다. 짝꿍 만세!

 

이번 자전거 마련에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준 분이 지음님이다. 지음님 블로그의 잔차 코너에서 자전거에 대한 이런저런 글을 읽어보았다. 특히 '생활자전거 소개'글들은 내가 어떤 자전거를 선택해야 할까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뒷샥없는 유사MTB를 선택할 수 있었다. 특별히, 이 자리에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 새 자전거 사기

 

지음님의 글을 읽고 알톤의 '알로빅스500'을 점찍어 두었다. 내가 워낙 인터넷 쇼핑을 믿지 못해 돈 몇 푼 더주고서라도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고르는 걸 선호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팔리는 가격을 알아두고선 동네에서 눈에 띠는 자전거 가게에 갔다. 짝꿍과 함께.

 

"알톤 '알로빅스500' 얼마예요?" '알톤 알로빅스500'은 매장가격과 인터넷 쇼핑몰 가격의 차이가 많이 났다. "29만 원." 자전거집 싸장님이 그 정도 투자할 거라면 다른 자전거를 사는 게 어떠하겠냐 한다. 이것 저것 약간씩 가격이 더 높은 자전거들을 소개해 주는데, 매장마다 팔고 싶은 자전거가 있기 마련이라는 걸 알면서도 귀가 얇은 나와 짝꿍은 그 자리에서 가볍고 폼나게 생긴 녀석 하나를 찝었다.

 

레스포의 '하운드3000'

 

 

3. 하운드3000

 

이게 27단이고, 시마노 기어가 달렸고, 나중에 업그레이드 하기 좋고 등등. 뭐 이런 소개는 자전거집 싸장님이나 자전거 고수들이나 하는 얘기고, 난 잘 모르는 얘기니까 다 접어버리자. 내가 몇 시간 달려보니,

 

(1) 가볍다.

(2) 잘 나간다.

(3) 안정감이 있다.

 

이 세 가지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전에 타던 자전거는 뒷샥이 있었는데 사실 승차감은 전에 타던 자전거가 조금 좋긴 하다. 그렇지만 무게에 있어서나 속도를 내는 데 있어서는 새 자전거에 비할 게 못된다.

 

가벼우니 약간의 수고만으로 자전거를 들고 120여 개의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다. 12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집 앞이 나온다. 가벼워서 육교나 계단 오르내릴 때 편하겠다. 고생은 덜 하고 더 많은 곳을 가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뒷샥이 없어서 그런지 확실히 페달을 밟는 느낌이 다르다. 내가 힘 주는 만큼 자전거가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27단까지 사용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상황이 받쳐주어 27단 놓고 달릴 일이 있다면 유사 MTB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감을 맛볼 것 같다.

 

그리고, 가볍고 균형이 잘 잡힌 데다가 단단한 이미지도 있어서 타는 느낌이 안정적이다.

 

 

내가 자전거 곳곳의 명칭은 아는 게 없으니 설명은 못하겠고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나 주욱 늘어놓아야겠다.

 

 

 

 

 

 

 

이 친구하고 올해 하고 싶은 일은 서울시 한강변, 지천변 자전거 도로는 죄다 달려보는 거다. 시간이 지나 구리구리해져도 예뻐해야지.

 

 

고백하다

 

오늘 엄니한테 일 그만두었다고 고백했다.

 

"왜 그만두었니?"

"뭐 할거니?"

"아버지는 네가 돈은 못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데..."

 

등등

 

"좀 쉬어야겠어서."

"올 가을까지는 놀래."

"..."

 

 

그리고, 두 가지 말씀.

 

"돈 못 번다고 위축되진 말아."

"이왕 쉬는 거 한 번 가보자던 히말라야 가보자."

 

 

 

 

나 올가을에 히말라야로 효도관광 갈거다.

 

 

오랜만에 자전거 타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지난 겨울 내내 이제까지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사실은 1월 내 생일날 한 번 탔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별로 좋지도 않고 쪽팔리니 그냥 겨울 내내 자전거 한.번.도.안.탄.걸.로.할.란.다.

 

 

요즘 밤에 잠도 안 오고 해서 11시가 넘어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홍제천변 연가교에서 시작해서 성산대교 북단 근처 홍제천이 한강과 만나는 곳을 경유해 가양대교 방면으로 강을 따라 내려갔다. 성산대교 북단과 가양대교 북단 중간쯤부터는 비포장 자전거도로다. 여기서부터는 '고수생태공원(?)'이라나 뭐라나 해서 키가 작은 숲이다. 따뜻한 계절이면 그 숲에서 새소리 벌레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예전엔 이 공원을 가로질러 가양대교 북단까지 가곤 했었는데, 오랜만인지 어둡고 울퉁불퉁한 길에 자신이 없어서 잠시 쉬다가 방향을 돌렸다.

 

 

잠시 쉬면서 흔들리는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가양대교다. 한강물에 반사되는 가양대교 불빛을 받아 강물에 떠 있는 것들이 보인다. 새떼다. 철새들 같은데 울어대는 소리만 듣고서는 무슨 새인지 모르겠다. 물론, 눈으로 본다고 해서 알 리도 없다. 밤에는 이렇게 강물 위에 내려 앉아 쉬나 보다. 나름대로 장관이었다. 나 같은 친구는 별로일 것 같아서 그냥 쉬라고 자리를 비켰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는데 이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강 북쪽 길을 따라 서강대교 북단까지 갔다. 성산대교 북단부터 양화대교 북단까지는 길이 곧게 뻗어 줄창 내달리기는 좋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은 없다. 양화대교 북단을 지나면 길도 약간 좁아지면서 분위기가 좋아진다. 절두산 성당을 지나 서강대교 북단을 찍고 잠시 쉬면서 친구 사진 몇 장 찍어줬다.

 

 

이 친구 덕에 나름대로 폼잡고 한강변 잘 달렸다. 다시 홍제천으로 들어서니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오랜만에 너무 무리한 듯하다. 그래도 땀을 빼고 달리니 맘은 편해졌다.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한 것(진짜 시작한 거 맞나?)만으로도 '두 가지 증상'을 거역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약간 생겼다. 역시 운동이란 꾸준히 해야 돼.

 

아직 3시도 되지 않았는데 잠이 온다. 자야지.

 

 

봄이 오긴 오는구나

 

집 옥상에 올라가면 바로 옆이 산이다. 산이래봐야 해발 104미터에 불과하다. 그러고 보니 이 작은 동산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동산 아래 버스정류장 이름은 '104 고지 앞'이라는 군사용어에서 따왔다. 사람 사는 곳에까지 군대의 흔적이라니... 안타깝다고 해야하나... 좀 무섭기도 하다.

 

옥상에 올라가면 계절이 느껴진다.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의 온도로도 알 수 있지만 빛깔로도 알 수 있다.

 

 

지난 몇 개월 내내 삭막했던 산, 숭숭 털이 빠져버린 듯한 산은 아직 겨울의 자취를 숨기지 않았다. 아직 무채색에 가깝다.

 

 

그 무채색에 색깔이 칠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강한 노란색이 여기저기 솟아나며 봄을 알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주 연한 연두색도 보인다. 노랑과 연두와 소나무 색이 무채색 배경으로 톡톡 튄다. 그러나다 시간이 지나면 이 숲에 푸른빛이 강해지고 나뭇잎이 가득해진다. 울창해진다. 여름이 된다.

 

봄은 오긴 온다.

 

 

두 가지 증상

 

요즘 두 가지 증상이 생겼다. 요즘이라 하면 앓던 몸살을 지난 주 주말쯤에 끝낸 후부터이다. 그리고 두 가지 증상은 '잠 안자기'와 '심장의 불편함'이다.

 

이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 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의 일이다. 잠을 못 자고 왠지 불안해서 밤을 새고 해가 뜨면 잠이 들던 날은 자주 있었다. 그냥 괴롭고 귀찮아지고 피곤해도 잠에 들지 않는 자학을 하던 일. 이런 건 예사로 반복되었다. 당에서 일하면서 점점 더 심해진 증상이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이런 적은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열흘 가까이. 한편으로는 지금이야 일을 하지 않으니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는 생각은 든다..

 

왠지 모를 불안에 떨면서 잠을 거부하는 증상에 더해지는 '심장의 불편함'은 꽤 오랜만이다. 너무나 너무나 스트레스가 심하고 몸이 쇠약해지면 슬쩍 찾아오는 증상이었다. 돌아보니 분노, 앞날 예측 불가, 위협, 자존심의 상처, 두려움, 꽤나 괴로운 질병의 발병 등이 원인이거나 동반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도 이런 것들 때문인가?

 

 

집안일에 막 재미를 붙이려는 순간에 몸살이 걸렸고 무기력해졌다. 그러고 나니 두 달 가까이 별로 한 일이 없다는 조바심, 깨끗하게 정리해야 할 일을 정리하지 않은 불쾌감이 점점 커지더니, 조금씩 싹을 보이던 삶의 재미를 밟아버리고 있는 듯하다.

 

성격은 급한데 게으르고, 약간의 강박은 있는데 눈앞에서 시원하게 마무리되는 건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기까지는 다 내 의지의 문제이긴 한 것 같다. 그냥 하고싶거나 해야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그때 그때 다 해치워버리면 되는데, 스스로 안하고 개기니까 그런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의지와 달리 외부의 압박이 있다. 남들에게는 내가 일을 그만두었다는 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해된다. 그러니 주변으로부터의 '기대'라는 게 있다. 이게 왜 이리 부담스러운지. 또 퇴직금 문제도 그렇다. 당연히 알아서 처리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상황이 닥칠거라는 게 날 괴롭게 만든다. 갈등은 피곤하니까.

 

어쩌면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까를 생각하는 게 나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불안.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잠을 못자는 건 영혼이고 심장이 시끄럽게 요동치는 건 육체. 불안은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다.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