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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03
    "여선생이 너무 많아"
    말걸기
  2. 2006/05/01
    나, 요즘 이런 거 좋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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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04/29
    노동계 뽀스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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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06/04/24
    이거 참, 너무 긴장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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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6/04/21
    자칭 '비정규직 담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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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6/04/21
    '공교육' vs '사교육'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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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6/04/20
    '활동가'를 정의해 봅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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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6/04/19
    소위 '활동가'에게 싹트는 '정치적 욕망'(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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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선생이 너무 많아"

 

突破, 늘 그랬듯이님의 [[이황현아] 왜 '여성노동권'인가] 에 관련된 글.

 

위 글을 읽고 생각난 김에 쓰는 글. 뭐, 꼭 트랙백까지 할 것인가 싶으나 '연상'이 되어.

그리고 진보네 블로그에서 이황현아씨의 글을 읽을 수 있어 무척 반가왔음.

 

 

1.

 

"여선생이 너무 많아."

 

내 짝꿍은 2개월짜리 신입 중등교사다. 직장도 몇 개 옮겨다니면서 결국 교사의 꿈을 키웠고 올해야 그 꿈을 이루었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1주일짜리 연수를 갔는데 190명이 넘는 국어과 신규 교사 중 남자는 몇 안되었단다. 그리고 학교로 출근을 했더니 거기도 남자선생이 훨씬 적단다.

 

"여선생이 너무 많다"는 말을 내 짝꿍이 한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은 세간에 떠도는 말이기도 하고 내 주변에서도 듣는 얘기다. 더욱 기가막힌 건 "여선생이 너무 많은 건 문제이니 여선생 남선생을 똑같은 수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도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 특히 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 남선생이 별로 없어서 문제를 겪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종의 '아빠' 모델이 학교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 성장에 장애가 된다나? 뭐 꼭 차별적인 성역할이 아니다 하더라도 여자랑 남자는 다르긴 하니까 어른 여자와 어른 남자의 행동이나 감정을 동시에 배우는 것도 좋다고 할 수는 있겠지. 근데 이런게 뭐지 잘 모르니, 여선생이 다수인 학교에서 정말 학생들의 성장에 어려움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교사와 같은 공공영역(사립교 빼고)에서 여성들이 훨신 많은 이유가 뭔지 알고는 있으면서 "여선생이 너무 많아" 따위의 말을 뱉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면서 결국 여선생 남선생 동수로 뽑자는 주장을 하기까지 이르는데 난 이 주장은 학생들을 위한 생각이 아니라 공공영역으로 밀려들어오는 여성, 즉 남성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여성을 밀어내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짝꿍이 예전에 다니던 회사도 산업계 성분업상 여성들이 다수인 기업이었는데, 소위 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리해고 되었다. 내 짝꿍도 그 중 하나였다. 정리해고로 회사 밖으로 쫓겨난 동료들의 대부분은 '정규직으로 정규직으로'의 강력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으로 고향엘 내려갔다. 그 바닥에서 갈고 닦은 경력으로 훨씬 안정된 동일계 회사로 간 동료도 있다. '아이를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프리랜서'가 된 동료도 있단다.

 

'여성들이 안정적 일자리로 꼽는'(이건 여성들의 생각이라는 뜻이 아니다) 공공영역은 시험을 치러서 얻는 일자리기 때문에 '차별'이 가장 적은 일자리로 볼 수 있다. 기업에서는 채용에서부터 차별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학력이 비교적 높은 여성들이 교사나 공무원시험에 응시한다. 물론 이런 기회는 저햑력, 저소득, 고령 여성은 제외다.

 

모든 다른 영역에서 여성을 밀어내 놓고서 공공부문에서 여성이 많다고 한탄하는 게 참 어처구니가 없다. 진정 학교에서의 교육을 걱정해서 여선생 남성생 똑같이 뽑길 바란다면 모든 기업에서 여-남 모두에게 똑같은 질의 일자리를 똑같은 수로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해야 할 것 아닌가. 아마 이 얘기하면 '기업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걸? 임용고시나 공무원시험(5급은 아니겠지. 이건 또 다른 사회적 배경이 있어야 가능하니까)에서는 확실히 여성이 능력 있어서 통과한 건데 그건 또 아니란다.

 

2.

 

내 후배이기도 한 짝꿍의 친구는 지금 교사다. 근데 비정규직 교사, 즉 기간제 교사다. 사립학교에서 근무하는데, 하는 일은 다른 정규직 교사랑 다를 바가 없단다. 이 친구는 요즘 고민이 많단다. 과연 교사가 자신의 길인가에 대한 고민. 돈을 벌어야 하니까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데 그 사립학교를 다니면서 교직사회라는 게 실망스러운 모양이다.

 

이 친구가 겪었을 법한 일상을 나와 짝꿍이 목격한 적이 있다. 신촌에 냉면 잘하는 집이 있어서 가끔 가는데 이곳은 한우전문 식당이다. 진짜 고급스런 음식인데 왕 비싸서 나름대로 주머니 두둑한 사람들이 회식하는 모습을 곧잘 본다. 옆자리에 7-8명이 앉아서 육사시미를 먹으며 술마시고 있었다. 그 중 하나만 여성. 20대 중반 정도. 나머지는 젊은 사람에서부터 아저씨까지 골고루. 분명 직장 회식. 호칭을 '선생' '부장' 따위로 부르는 것으로 보아 교사들 같았다. 공립교 교사들은 이렇게 비싼 데 오길 꺼리기도 하고 남성 비율이 월등한 것으로 보아 사립교 교사들임이 분명했다. 오가는 얘기라고는 듣기 민망한 연애 얘기 따위였는데 그들 눈에는 동료 여교사가 없는 듯했다. 아니면 그 사람 들으라고 더 뻥튀기며 얘기하나? 사립교에서 기간제 교사하는 그 친구도 거절하기 힘든 회식 자리에 불려다닌단다. 임용고시 보려면 공부도 해야 하는데...힘이 없으니 어쩔 수 있나...이렇게 포기하면서도 매번 괴로움과 후회로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면 여성으로서는 사립교는 지옥이다.

 

반면 짝꿍과 이 친구의 동기 녀석 하나는 사립교 선생인데 그 학교도 뭐 별로 분위기가 좋지는 못한가보다. 학교 생활을 썩 맘에 들어하지 않는 이 녀석은 내 짝꿍을 부러워한다. 임용고시 합격해서 공립학교 갔다고. 근데, 이 녀석은 임용고시 공부하기 싫어서 사립고 갔고, 그것은 남자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약간 도둑놈 심보가 보인다.

 

3.

 

내 짝꿍 옛동료는 애기 땜에 프리랜서가 되었다 했다. 학습지를 만드는 일은 그 과정 중 일부는 집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렇게 되었다. 일이 많은 철과 그렇지 못한 철 사이의 소득 차이는 불안의 원인이 되겠지만 애 키우는 입장에서 그나마 좋은 일거리일 수도 있다.

 

지난 일요일 밤 <위기의 주부들 2>에서 리네트가 겪는 일이 문득 생각난다. 리네트는 결혼 전 나름대로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훌륭한 주부/엄마로 살고 싶어서 직장을 버리고 네 아이의 엄마로 살았다. 여기까지는 시즌1의 내용이다. 남편의 실직과 함께 다시 옛날의 커리어 우먼으로 돌아가 회사일을 한다. 여기에는 부부의 역할 바꾸기 합의도 있었다.

 

셋째 아들 파커가 엄마의 부재에 충격을 받아 엉뚱한 사람을 상상으로 만들어 내더니 유모라 한다. 엄마로서의 자존심도 상하고 경쟁심이 유독 많은 리네트로서는 두고보기 힘든 일이었다. 리네트는 회사일도 일찍 끝내려고 무지 애쓰며 일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와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한다. 지난 회에서는 파커의 유치원 입학식에 가지 못해 안절부절했는데 결국 사무실에 웹캠을 설치해서 파커 곁에 있지 못함을 보상했다.

 

아빠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자주 출장을 갈 때는 아빠의 부재는 별일이 아니었다. 근데, 엄마가 출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는 이 난리다. 어린 아이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지만 유독 엄마만큼은 자기를 챙겨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 어린 아이 때부터 머리와 심장에 새겨지는 건 좋아보이지 않는다.

 

이 드라마의 나레이터는, 일이 많아 늦게 들어와도 아빠는 죄책감이 없고 엄마는 죄책감을 갖는단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

 

 

나, 요즘 이런 거 좋아.

 

레이님의 [뒤늦게 자미두수.] 에 관련된 글.

 

점치는 거라고나 할까. 예전에는 이런 거 별로였는데, 요즘은 너무 좋다. 나 스스로 나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런가부다. 누구든, 이런 거 있으면 언능언능 알려 주시길, 꼭 해보게. 앙겔리마, 레이님에게 감사.

 

이런 거는 여럿이 함께 읽으면서, '맞아맞아!' 내지는 '글쎄..'하면서 맞장구치는 게 재밌는데... 혹시, 날 관찰하신 분 있음 덧글로 달아보는 것도 좋것소.

 

자미두수 보실 분 : http://www.egosan.com/menu_02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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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의 자미두수]

 

 

*파랑색 : 맞아맞아!

*빨강색 : 글쎄...

*초록색 : 주석

 

 

이 사람은 인물이 잘 생기진 않았지만(나 잘 생겼는데... 나이 먹으면 못생겨지나?)볼수록 싫증이 안 나고 귀티가 나는 타입이라 하겠고 그릇된 일을 싫어하며 묵뚝뚝하고 저돌적이지만 정직한 편이다. 사람이 포부가 크며 무슨 일이든 능숙하게 처리하는 재능이 있으며 남다른 특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욕심이 과해 이해관계가 얽히면 형제간에도 단절을 할 수 있는 성격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성급하게 돌진하는 형이고 학벌보다는 실무능력이나 지혜를 위주로 살아가는 사람이며 누구에게 구속받거나 간섭받지 않고 제멋에 자율적으로 삶을 사는 타입이라 하겠다.


대개 맏이나 막내가 많고 효자효녀로 자상하고 포근한 맛은 없지만 생각보다 깊이가 있고 속정이 많은 편이며 생각이 봉건적인 면이 있어 어른에게 예의가 있고 경우가 밝다. 이런 사람 중에 투기업이나 돈놀이를 하는 사람이 많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형도 많은데 재물도 좋지만 욕심을 과하게 부리다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목적이나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를 않는 타입이며 학교다닐 때는 수학을 못하는 편이지만 실생활에선 숫자 개념이 확실하고 계산이나 이재에 밝다고 하겠다. 이상이나 막연한 것보다는 실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고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최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끈기도 있으며 자기가 손해를 보는 것은 양보를 하지 않는 사람(난 내가 양보 많이 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가?)이다.


이 사람은 속말을 안 하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기가 힘들고 겉으로는 부드럽게 보이나 무엇인가 결정한다던가 하면 냉정하게 판단을 하는 사람이고 득이 별로 안 된다고 생각하면 친구로 사귀지도 않는다. 원체 주관이 강하고 고집이 세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남의 말을 전혀 안 듣기 때문에 간혹 득보다 손해를 볼 때가 많고 자신의 계획은 혼자만 알고 남 모르게 진행을 하는 편이라 남들이 볼 때 비밀이 많은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사람은 남에게 신세를 져도 겉으로는 표현을 안 하는 성격이 많고 자존심은 세지만 상황에 따라선 내숭 떨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상대의 기분을 맞춰가며 다 하는 타입(예전엔 안 그랬는데 몇년 일하다 이렇게 되었다)이다. 또한 평소 눈물이 별로 없으며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속으로 울지언정 겉으로는 내색이 없는 편이고 일이나 계획도 먼 앞날이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꼼꼼하게 추진하는 것이 많다. 여성은 귀걸이나 메니큐어, 쌍꺼풀을 되도록 안 하는 것이 좋은데 왜냐하면 부부궁이 불안하거나 일이 안 풀리는 경향이 있다.


이 사람의 종교는 불교가 잘 맞지만 천주교(난 어머니쪽으로 따져보면 모태신앙으로서 5대째다. 지금은 신앙심이 없지만.)도 괜찮으며 직업의 귀천을 가리는 사람은 아닌데 일반 월급생활은 적성에 안 맞으고 특수직이나 사업 등 자영업이 잘 맞는다. 사업도 굵고 특색이 있는 것으로 외국을 상대하는 고가의 제품이나 기계, 금속, 전자 등 정밀성이 있는 것이 좋고 음식 장사를 한다면 한식이나 고급 요리를 취급하는 것이 잘 된다. 직업으론 국가 관직(나 솔직히 이건 진짜 자신 있다), 금융업, 무역업, 제조업, 디자이너(이것도 잘 할 자신 있다. 근데 왜 예술가는 없지?), 외국인 회사, 무관, 호텔업 등 특수한 쪽으로 빛을 발한다.


이 사람은 공부도 간섭하지 말고 스스로 맡겨놓으면 알아서 노력하는 타입이라 놀다가도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다. 나중에라도 반드시 외국어를 기본으로 익혀두면 크게 도움이 되고 대학은 국립대를 위주로 고대, 성균관대, 홍대, 한양대, 건대, 단대, 명지대, 세종대, 이대, 숙대 등(어, 나 학교 잘못 나왔나봐)과 지방대나 전문대도 괜찮고 전공은 미술 디자인, 경영, 경제, 법률, 금융, 무역, 어학, 기계 금속, 호텔 경영 등 전문성이 있는 것을 전공해야 한다.


결혼은 서기로 홀수 년에 만나서(97년도에 만났네) 홀수 년에 결혼(2003년에 결혼했네. 근데 2002년부터 같이 살았는데...)해야 이상이 별로 없지만 연애는 실패가 많으니(두번 실패했었지) 소개나 중매를 받아 궁합을 보고 결혼하는 것이 좋다(벌써 연애 결혼했는데). 이 사람은 대인관계에서는 이성간 대화가 잘 되(이게 너무 잘 되서 문제가 생기긴 하지)지만 연애관계에선 서로 속을 잘 안주며 파악이 안돼 진전이 없으니 주변에서 소개하고 궁합이 잘 맞으면 반강제성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상대는 맏이 막내에서 많고 부모를 모시는 효자효녀이며 주관이 강하고 예의가 있으며 정직한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면 애로가 많아 이루기 어렵고 또한 결혼 후 힘들어도 이혼이 별로 없이 속을 썩으면 썩는대로 견뎌나가는 사람이지만 궁합만 잘 맞으면 자수성가하고 잘 사는 팔자라 하겠다.

 

 

[짝꿍의 자미두수]

 

 

*파랑색 : 맞아맞아!

*빨강색 : 글쎄...

*초록색 : 주석

 

 

일단은 똑똑한 사람이나 공부할 때 미루다가 보면 못하고 나중에 후회를 한다. 이 사람은 꼭 공부를 많이 해야만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사람이라 어디까지 학교를 나왔냐에 따라서 팔자가 틀려진다(나름대로 명문대 나왔고 석사까지 했으니 다행인가?). 일반적으로 힘든 일은 못하고 머리나 말로 먹고 살 사람(딱, 샘이네)이라 아는 것이 없으면 평생 한이 된다. 성격은 좀 까다롭지만 싹싹한 맛이 있고 인정도 있는 사람('까다롭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꽤 많을 듯하나, 나로서는 맞다고 할 수밖에)인데 환경 적응을 잘 못하고 남의 집에 가서는 잠도 잘 못 자는 사람(업어 가도 모를텐데, 무슨)이다. 일이 아무리 많더라도 처음에는 다 할 것 같이 시작 하지만 나중에 싫증을 빨리 느껴 마무리가 약하고 포기도 잘하며 현실에 이상적인 경향이 있어 뜬구름만 잡다가 세월만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처음은 큰돈을 벌 것처럼 하지만 이 사람은 꾸준한 가운데 돈을 모으는 사람이라 인내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인정은 많아서 남의 초상집에 가서 대신 우는 격으로 똑똑하지만 헛 똑똑일 때가 많고 참을 때는 잘 참다가도 갑작스레 폭탄터지듯 하는 성격이 있어 손해를 본다. 아무리 바빠도 바쁠수록 돌다리도 두드리고 돌아서 가라.

 

맞는 직업은 서비스 계통이나 교직(내가 보기에도 천직이다. 역시 샘), 관직, 일반 사무직, 관광, 방송, 광고, 관리직이 어울리고 사업은 안 맞지만 꼭 한다면 자본이 많이 투자되는 사업은 삼가고 서비스 업, 아이디어 사업 쪽이 괜찮다. 아무튼 일이나 거래나 끝까지 들은 다음 신중하게 검토를 해보고 나서 가부를 결정해야지 무턱대고 다할 것 같은 마음으로 덥석 시작하면 미스가 많고 실수를 하게된다(최근 이런 비스므레한 일이 있었는데).무조건 내 생각이 옳다고 밀고 나가지 말고 남의 말이나 의견을 듣는 것도 필요하며 내 상황이 안 좋다고 주위 사람들을 피하지만 말고 그럴수록 많은 사람과 접촉해 보면 도움이 있을 것이다.

 

이 사람에게 맞는 학교는 연고대(이거대로라면 학교 제대로 나왔네), 경희대, 외대, 서강대, 중앙대, 이대 쪽이 좋지만 실력은 모자라는데 일류대만 고집하지 말고 노력을 더하거나 현실에 맞춰가라. 대개 이런 사람은 어려서 부모의 교육열 때문에 과보호 속에 자란 사람이 많은데 부모를 잘못 만나 공부를 많이 못한 사람은 나중에 일어서기가 힘들고 파란이 많다.


종교는 기독교나 자유스럽고 결혼은 서기로 홀수 년에 만나 홀수 년에 해야 문제가 없다(나랑 같다. 이렇게 맞을 수가)연애결혼이 많고 눈이 높아 항상 자기보다 나은 상대만을 찾아 학벌이나 인물을 많이 따지는 편이고 싫증을 빨리 느껴 마음에 드는 사람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결혼도 쉽지 않은데 이리 저리 많이 재다가 제 짝은 놓치고 엉뚱한 사람과 결혼하여 나중에 이혼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는 대체로 미남미녀가 많고 성격이 정직하며 깔끔한 타입이지만 융통성이 없고 낮선 환경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성격이 여리고 작은 정이 많은 사람(이게 나다.ㅋㅋㅋ)이다. 남녀 공히 장남이나 맏며느리 감은 아니고 중간이나 외동이 잘 맞는다. 부모를 멀리 떨어져서 효도하는 것이 좋고 신랑감은 사업가보다는 서비스 쪽이나 직장인이 잘 맞으며 잔재미가 있는 사람으로 다정다감한 성격에 집안 일도 거드는 남자가 제격이다. 교포나 외국인, 혹은 연하의 남자도 잘 맞으나 나이가 훨씬 더 많은 남자가 좋다. 신부 감으로는 남자 의견에 잘 따라주는 여자라야 하고 외동이나 막내딸이 어울린다. 연상의 여인도 잘 맞고 모성애가 많은 여자로 싹싹하고 정직해야 편히 산다. 단 남자는 가정 일은 여자에게 주권을 모두 일임하고 간섭하지 않아야 하며 월급은 봉투 째 갖다주어야 돈도 모으고 잘 살게된다. 남녀 공히 연애 시절에는 궁합을 무시하지만 궁합이 안 맞으면 여자는 살다가 애를 두고도 떠나며 실패가 많으니 주의하라(헉! 나랑 짝꿍은 우리의 궁합을 모른다! 어째 불안).

 

 

노동계 뽀스떠

 

붉은사랑님의 [입 아프다!]에 관련된 글

귀연이슬님의 [왕저질 포스터]에 관련된 글

노란리본님의 [민주노총 노동절포스터의 문제]에 관련된 글

 

 

@ 2005년도 3월 비정규직 포스터 - 민주노총,민주노동당 / 공식적으로는 배포중지

 

① 위 포스터는 성차별적이라 하여 당 안팎의 갈등 끝에 당의 비정규직운동본부에서 배포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가 있는 포스터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② 위 포스터는 민주노동당 및 노조가 실제로 있었던, 여러 사람들로부터 증언을 들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한 포스터입니다. 현실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배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성차별적이라는 주장에 반하는 논리를 만들어 봅시다.

 

③ 위 포스터가 성차별적이라서 문제라면, 성차별적이기 때문에만 문제인가요? 민주노동당은 정당으로서, 위의 포스터를 공식 배포하였다면 어떤 정치적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었을까요?

 

⑤ 위 포스터를 [1999년도 민주노총 노동절 포스터]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성평등의식이 많이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나요?

 

@ 1999년도 노동절 포스터 - 민주노총

 

⑥ 민주노동당이 홍보물을 제작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면 좋을까요? 바람직한 홍보물 제작 과정을 생각해 봅시다.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성평등 교육 자료 2005. 11. 26.>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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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동절 뽀스떠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 구설수라는 게, "너무 나간 거 아냐?", "아직은 사람들이 이해 못할걸?" 따위로 포스트모던하다거나, 상당히 예술적이라거나, 더 나아가 아직은 한국사회의 주류 사고에서는 익숙치 않은 진정 진보한 이미지 때문이라면 환영할 만하다. 근데 현실은, 앞이 아니라 뒤쳐지는 이미지 때문에 말이 많다.

 

1.

 

지난해 3월이겠지, 슬렁슬렁 출근을 하자마자 노동담당 정책연구원 중 하나가, "이 포스터 땜에 김XX씨 화났어. 어떻게 좀 해봐"하는 게 아닌가. 사무실 벽에 붙은 비정규직 뽀스떠를 봤다. 순간 첫번째 떠오르는 생각은, '오! 이 바닥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이런 뽀스떠를 만들 생각을 다하다니.' 두번째 든 생각은, '역쒸! 민주노동당은 씩.씩.한.싸.나.이.들.의.정.당.이야'였다.

 

김XX씨는 여성분야 정책연구원이다. 이 양반은 정말 성질을 버럭버럭 내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쪽팔려 죽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럴만도 하지. 문제는 이 뽀스떠 배포를 중지시키는거였는데 김씨의 노동계 인맥과 호소 능력이 상당한지라 알아서 여기저기 선동을 잘했다. 물론, 당홍보실과 비정규운동본부에게도 배포 중지를 요청하고.

 

나는 노동계쪽 인맥이 없으니 뻠뿌질할 곳도 없었다. 그래도 당내에서는 작은 역할 하나했다. 소위 '윗선 타고 찍어누르기' 시도에 대한 방어라고나 할까. 여성분야는 내가 총괄하는 사회문화분야 중 하나였으므로 직제상 여성분야 정책연구원의 활동은 나의 업무 영역이기도 했다. 회사로 치면 내가 직속상관인 셈. 나에게 전화 여러 통 걸려왔다.

 

당시 여성위원장(지금도 그러네)은 처음에는 이 뽀스떠를 문제 삼지 않았다. 이게 왜 문제인지 몰라서 그랬는데, 여론이 나빠지니 그제서야 나섰다. 어쨌든 많은 여성위원장들(당, 노조의 크고 작은 단위)이 "그게 왜 문제야?"라는 반응을 보였단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여자들도 문제가 없다는 걸 니들은 왜 문제 삼냐?"였다.

 

김XX를 잠재우라는 얘기지. 난 갈등이 시로. 그래서 걸려오는 전화통에 처음엔 좋게좋게 얘기했는데 점점 짜증이 나서 나도 할소리 다 해버렸다. 나름대로 방어 성공.

 

이런 뽀스떠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는 항상 앞이 캄캄하다. 그래도 그땐 '공식적'으로는 배포중지가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2.

 

2005년 비정규직 뽀스떠를 제작했던 제작진 중 한 명과 얘기를 나누었었다. 노동계 뽀스떠가 자주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여러차례 수정도 했단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제작 과정의 진전은 있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작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은 당홍보실의 여성동지들이 인쇄 전에 이 뽀스떠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했었단다. 그런데 이 지적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작 과정은 여전히 문제였던 것이다. 일종의 '검증' 과정이 생략되었던 것이다.

 

노동계 뽀스떠는 제작 과정에 '검증'이라는 절차가 없다. 이를 두고 제작진의 자율성을 언급하며 '검열'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뜻이다. 내가 환장(난 굶으면 환장한다)할 정도로 표현의 자유를 외쳐본 적이 있어서 아는 척 하는데, 당이나 노조가 뽀스떠 만드는데 내부적으로 검증 절차를 두는 건 검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건 언론사의 기자나 PD가 갖는 자율성 따위하고도 한 참 멀어 있는 얘기다.

 

노동계 뽀스떠의 성차별 시비가 오래오래 반복되어 왔는데 진지한 검증의 과정이 아직까지 없다는 것만으로도 노동계는 정신 못차리고 있는 게 확실하다.

 

3.

 

붉은사랑님의 [입 아프다!]의 덧글에 올해 노동절 뽀스떠 사진을 찍은 분의 글이 올라와 있다. 뽀스떠 사진의 모델이 되었던 노동자를 희화하는 듯하여 마음 아프다는 얘기.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이 뽀스떠가 되었다면 그 작가으로서는 뽀스떠가 씹히는 것도 자존심 상할 것이다. 나라도 그렇겠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은 작가로서, 특히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가로서 철학이 얉다.

 

모든 이미지는 그 이미지가 어느 맥락에 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2006 노동절 뽀스떠의 그 사진이 덤프연대 파업 사진전에 걸려 있다면 훌륭한 사진이 될 것이다(물론, 왜 하필 덤프연대 파업 사진전일까에 대한 질문은 제쳐두고). 그러나 이 사진이 노동절 뽀스떠에 선택된 순간 최악의 사진이 되어버린 것이다.

 

만약 내가 이와 비슷한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을 뽀스떠 제작에 사용하겠다고 한다면 거절할 것이다. 그래도 막 써버리면 가장 악.랄.한.수.단.으로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물먹일거다. 그 수단이 뭐냐고? 내가 진짜 악.랄.하.다.고 생각하는 저작권 침해. 돈 왕창 뜯어내서 제대로 된 포스터 만들거다.

 

4.

 

소위 운동권들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언제냐며, 순 내부정치하고 앉아 있을 때다. 홍보물도 운동권들이나 돌려보라는 식의 내부정치. 귀연이슬님의 [왕저질 포스터]에 달린 덧글에 노동운동사나 공부하라는 글이 달렸다. 내가 볼때는 노동운동의 사건들을 잘 알고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인 사람이 달아놓은 듯하다. 대체로 유심히 보는 건 운동권들이긴 하지만 노동절 뽀스떠는 운동권보다 아닌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다. 아무리 유명한 투쟁 사진인들 뽀스떠에 넣어봐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인상을 받겠는가? 운동권들 몰려 있는 단체, 노조 사무실, 그리고 대학 학생회실에 있는 데서나 '이게 무슨 사진이냐면... 주절주절...'할 텐데. 노동운동 공부 많이 했다면 내부정치나 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배움을 얻어야지.

 

2005년도 비정규직 뽀스떠의 특징은 긴 이야기의 한 컷을 잡아냄으로써 뽀스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이야기의 당사자나 깊은 관계의 주변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감정이입을 노린다. 이 뽀스떠가 무슨 의미인지는 누구나 이해한다. 그러나 이해한다고 해서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뽀스떠는 실패했다. 비정규직의 2/3 이상이 여성인데, 여성들의 감성에는 별호소력이 없다. 오히려, '남자이야기'가 됨으로써 소외를 느낀다. 비정규직 투쟁은 남성비정규직 투쟁이라는 이미지를 남긴다.

 

내 생각에 노동계는 여성노동자들이 조직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들이 조직되면 귀찮은 일도 많아지고 무엇보다도 가진 권력 일부를 떼어줘야 하니 싫다.

 

5.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성평등 교육 자료 2005. 11. 26.> 중에서 뽑은 질문에 ④번이 없다. 그게 뭐냐면,

 

"④ 그림 한 장을 두고 볼 때와 서로 다른 그림 두 장을 나란히 두고 볼 때는 맥락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포스터와 함께 나란히 붙여놓으면 좋을 법한 포스터를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 봅시다."

 

이다. 이 뽀스떠가 문제가 되었을 때 나의 주장은 뽀스떠 하나 더 찍자였다. 돈없다며 한칼에 씹혔다. 맥락이 달라지도록 하면 이왕 찍은 뽀스떠 버릴 일도 없잖은가.

 

만약, 내가 성차별적이지 않은, 혹은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포스터 이미지를 머릿속에 형상화할 수 있다면 내가 그 포스터 만든다. 그런데 내 머릿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협업의 공간이 있다면 내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인쇄에 돈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디자인까지의 협업이라면 그렇게 품과 비용을 들이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민주노총더러 '받아라'해보는 것은 어떨지. 아마 10년 동안 받으라고 해야 받을까 말까 하겠지만 안받으면 돈 모아서 되는 만큼 포스터 찍어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매년, 매번 반복되는 노동계 뽀스떠의 성차별 시비가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내 생각에는 '대안 노동절 포스터'의 제작에 있는 듯하다. 나도 그렇지만 노동계는 '무성적'이라기보다는 '초성적' 포스터 이미지를 그리지 못하고 있다. 즉, 형상을 본 적이 없으니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냥 '이게 왜 문제야?'만 반복한다. 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이런 게 있단다'가 아닐까 싶다.

 

&quot;직업이 뭐예요?&quot; - (1)

 

나의 게으름과 귀차니즘은 상당한 깊이가 있다. 얼마나 질질 끌었는지 3년이나 되었다. 아마 그 정도 되었으려니 기억하고 있다. 3년 전에 사무실 근처 치과엘 갔었다. 어금니 때운 금덩어리가 떨어져나가서였다. 결국 어금니 전체를 덧씌우는 치료를 받았다. 그때 치료를 담당한 의사가 사랑니 빼란다.

 

"빼 주세요."

"이건 큰 수술이라 종합병원 가세요."

 

미루다 미루다 3년이 지난 어제서야 세브란스 치과병원엘 갔다. 외출 준비를 미적미적대다가 낭패를 당할 뻔했다. 사실은 지난 월요일에도 갔었는데, 미적대다가 접수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한 것이었다. 그날은 설마 5시면 접수는 받겠지 했었다. 어제는 마감시간이 4시 30분인 걸 알고 있었느니 좀 일찍 나가자 맘 먹었지만, 몸은 어슬렁어슬렁 움직이기도 싫어 치과병원 로비에 도착한 시각이 4시 21분 경이었다. 접수대기표 뽑고 내 차례가 되어 접수처에 갔더니,

 

"저기가서 신청서 작성해 주세요. 빨리 하시면 진료 받으실 수 있습니다."

"네"

 

어디서 어떻게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몰라 살짝 헤맸다. 어쨌든 접수를 마친 시각은 거의 4시 30분. 이것저것 한보따리를 건네주었다.

 

"서둘러 5층 구강외과로 가세요."

"5층이요? 네."

 

5층. 로비 접수처에서 받은 한보따리를 구강외과 접수창에 들이밀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사랑니 빼러 왔는데요."

"이거 가지고 4층 수납을 들렀다 방사선과로 가세요. 사진 찍고 올라오시면 됩니다."

"네."

 

4층에도 수납하는 데가 있었다. 주로 X-레이 찍는 돈을 내는 곳인 듯. 돈 내고 방사선과에 가서 조금 기다렸다 사진을 찍었다. 오, 신기하대. 내 구강구조를 입체적으로 찍기 위해서 그런지, A5만한 검은색 판이 내 왼쪽 뺨쪽에서 정수리를 넘어 오른쪽 뺨까지 '지잉~'하면서 움직였다.

 

"다 되었습니다. 구강외과로 가시면 됩니다."

"네."

 

이 공정을 마치니 4시 40분 정도 되었다. 병원에 와서 20분도 안되서 진료 준비를 완료했다. 3년 기다린 것 치고는 좀 짧았다. 하지만 의사를 만난 것 한참 뒤였다.

 

5시가 다 되어서 간호사가 나를 불렀다. 의자에 앉혀 놓고 기다리란다. 처음에 기다리는 건 지겹지 않았다. 내 바로 앞 LCD 스크린에 좀 전에 찍었던 X-레이 사진이 이따만하게 나와있지 않은가. 아~ 내 이들이 저렇게 생겼군. 재미와 함께 걱정이 드는 내 이들. 양쪽 아래에 있는 사랑니가 장난이 아니었다. 90도로, 진짜 90도로 누워있었다. 게다가 옆에 있는 어금니 뿌리에 바싹 붙어 있었다. 내가 저것들을 빼러 왔다 이거지...

 

그러다 X-레이 사진을 보는 것도 지겨워졌다. 앉아서 졸았다.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한참 기다리는 내게 눈치가 보였는지,

 

"선생님들이 다 어디 가셨지?"

(부산하게 돌아다니다) "선생님, 저기 초진환자 좀 봐주실 수 있었요?"

 

5시 30분이 다 되어서 젋은 의사가 들어왔다.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사랑니 빼는 얘기를 한다. 1-2주간 통증이 있고, 한달은 되어야 불편함을 못 느끼고, 6개월 정도는 되어야 완치된다고 할 수 있단다. 완치란, 이가 없어졌으니 남은 이들이 제자리 찾는 시간이라나. 그리고 겁나는 얘기를 또 한다. 내 사랑니 뿌리 근처에 신경이 지나가고 있는데, 수술 중에 그게 상처 입을 수도 있단다. 그러면 아랫입술과 그 아래 안면의 감각이 둔해진단다.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 있으면 자연 치유되는데 소수의 경우는 영구적으로 그렇게 된단다. 으이그~.

 

"한쪽 뽑고 나서 얼마나 있어야 다른쪽 뽑을 수 있죠?

"한달은 기다려야죠. 음식 씹는 게 불편하지 않을 때까지요."

"저 6월 25일 경에 한 달 동안 시베리아 가는데요."

"가기 전에 한쪽 뽑고, 갔다 와서 마저 뽑아도 돼요. 예약을 하시면 한 달 후 정도에 뽑을 수 있을 겁니다."

"5월 말이라... 한쪽 뽑고 갈래요. 왼쪽부터 뽑아주세요."

 

예약은 간호사가 담당이었다.

 

"지금은 6월예약밖에 없는데, 시베리아 가신다니 5월 17일로 해드릴게요. 하지만 오셔서 좀 기다리실지도 몰라요. 9시까지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근데, 직업이 뭐예요?"

 

 

자, 이제까지가 서론 격이다. 애초에 하고싶은 얘기는 이보다 짧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중에 쓸란다. 지금은 알바를 해야 한다. 오늘 해 뜨기 전에 끝내지 못하면 괴로와지는 알바다. 왜냐고? 깊은 게으름과 귀차니즘으로 미루고 또 미룬 알바이기 때문이다.

 

 

퇴직금 지급 협상 타결 인사

 

적지 않은 진보네 블로거 여러분께서 성원해주신 덕분으로 퇴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직 계좌에 착! 들어온 건 아니지만...

뭐, 어쨌든 공개적인 쪽팔림 사건은 피해가겠군요.

 

 

나름대로 독한 마음 먹고 시작한 퇴직금 받기 프로젝트가 이제 마무리만 남았으니 좋긴 좋네요. 퇴직금을 받아야 여기서 한뭉칫돈 떼어내서 큰 일 벌이려 궁리하던 저로서는 한 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퇴직금 요구할 여덟 명 모으고, 함께 요구하는 사항도 조정하고, 퇴직금 달라고 요구하고, 안 좋은 결과에 대비도 하고, 여기저기 전화해대고, 이런저런 스트레스 받고... 이 과정에서 확인한 건, (1)퇴직금 요구한 여덟 명은 생각보다 모진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 (2)당 지도부가 퇴직금 요구를 뭉개지 않을 만큼, 또한 모진 인간들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원만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 여덟 명이 많이 양보하긴 했습니다만, '쪽팔림'을 동반할 격렬한 갈등을 피했으니 이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또 제가 남들보다 노력한 게 있어서인지 제가 헤택을 먼저 받게 될 듯합니다. 모두 한 번에 퇴직금을 받게 되면 나머지 일곱에게 '삥' 좀 뜯으려 했는데 밥이나 얻어 먹는 걸로 해야겠습니다.

 

진보네 블로거 여러분 격려에 감사드립니다.(꾸~버억)

 

 

이거 참, 너무 긴장되는군

 

내일(25일)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만난다.

퇴직금 건으로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지만 사실 상 첫 협상이라고 봐야한다.

지난 21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퇴직금은 지급해야 한다고 확인한 모양이다.

오늘 내가 전화를 했더니 만나서 얘기하자고 한다.

아마, 언제까지 지급할 것인가로 협상을 벌이겠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8명의 문제라 부담이 크다.

벌써부터 긴장이 되는군.

 

나는 왜 항상 나중 일을 지금부터 걱정할까?

 

 

자칭 '비정규직 담당' 최고위원

 

민주노동당은 총선 후 최고위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13인의 최고위원 중 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과 같은 선출 때부터 특별한 지위를 가진 자는 6인이고 7인은 그냥 최고위원이다. 지난 지도부까지는 나머지 7인도 당헌-당규에 따라 특정한 지위를, 당선 후에 부여받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학생-청년 담당 최고위원' 따위.

 

선출부터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는 최고위원 중 하나가 노동부문최고위원인데, 이는 민주노총에게 배타적 추천권이 있어서 민주노총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서 찬반을 묻는다. 민주노총이 지난 최고위 선거에서 추천하지 않아 민주노동당에는 지금 노동담당이 없다.

 

그런데, 일반명부 최고위원이 된 이해삼이란 자가 있다. 이 사람은 작년에 당의 비정규직운동본부장을 지낸 이력을 앞세워 당선되었는데, 당의 비정규직 사업 담당 최고위원처럼 되었다. 그는 여전히 비정규직운동본부의 활동을 이끌고 있다. 즉, 민주노동당의 비정규직 사업의 대가리이며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노동'에 대한 개념이 무엇일까 의아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4월 11일 최고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 것이다.

 

"상근자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정치간부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 사람의 활동을 주욱 지켜보는 사람들의 일반적 평가는 '똑똑하지는 못해도 심지가 굳은 사람이다' 또는 '그 사람의 진정성은 어찌 의심하겠는가'이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예전에 당의 기획위원장을 역임했던 적이 있었는데 별 기획을 내놓지 못했었다. 정치기획이란 팽팽 돌아가는 머리가 있어야 하나 그게 없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당시 그가 의욕적으로 기획안을 제시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사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전당원 헌혈 캠페인'이었다.

 

이 사람이 똑똑하지 못한 건 지난해 비정규직운동본부장일 때도 확인되었다. 지난해 당의 비정규직 사업의 방향은 냉철한 정세분석이나 정책적 정교함을 요만큼도 반영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사업장을 쫒아다녔고 농성만 열심히 하였을 뿐이다. 물론 열정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똑똑하진 못해도 믿을만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단지, 정책위원회의 담당 연구원과 그와 함께 노력했던 몇몇 사람들이 성과를 냈을 뿐이다. 소위 한방 먹인 건 다 이들 손에서 나온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등.

 

이제는 이 사람에 대한 평가도 수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 사람은 '노동자'를 자본주의의 질서에서 특정하게 위치한 자들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하게 '자본가가 고용한 자'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돈벌기 위해 기업 만든 자를 자본가, 이 기업에 고용된 자를 노동자, 이걸 문구대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의 문제는 한편으로는 '특례', 그로 인한 '제외'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권의 개념이 성장한 20세기에는 착취를 해도 룰이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고 이때문에 계급 타협으로 노동법 따위의 룰이 만들어졌다. 약자인 노동자를 최소한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일반 적용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소위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최소 보호 장치를 무력화하기 위해 별별 논리와 계약관계를 만들어댔다. 사실 이것들은 신자유주의만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자본가가 호시탐탐 노리다가 전방위 공세를 하게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게 바로 특수고용직이니, 노동자성이 있니없니, 똑같은 일은 해도 돈도 적게 주고 기간을 정할 수 있다느니, 이런 직종도 파견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느니 등등.

 

일반적 룰을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일.반.적. 방식이 바로 예외, 특례를 마구 만드는 것이다. 이러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되는 거고 약자가 기댈 수 있는 기둥은 쓰러져 버린다. 결국 야만이 일반적 규범이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한국, 그리고 세계의 노동자들은 이 국면에 있는 것이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이 사실을 알까? 자신의 노동관으로 이걸 파악하고 있다면 그것도 미스테리다. 수 세기에 걸쳐 굶주림에 허덕이거나,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거나, 잡혀가 고문당하다가 끝내 죽었던 그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만들어냈던 '노동의 일반 규범'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당당하게 "상근자는 일반 노동자와는 다른 정치간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말 한마디로 깔끔하게 부정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도 자기는 확실히 '자본가'나 '기업의 이사'가 아니니 당의 상근자는 노동자일 수 없다는 신념에서 우러나온 말인 듯하다.

 

한국의 고용관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은 민주노동당에는 없고 오히려 노동관청이나 법원에 있을 것 같다. 아마도 퇴지금 문제 등이 법적인 문제로 비화하게 되면 민주노동당의 상근자의 노동자성은 노동관청이나 법원이 인정해 줄테니까.

 

 

'공교육' vs '사교육'의 대결

 

내가 교육문제로 골치를 앓기 시작한 건 2002년 대선 때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사회 걱정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2002년 대선을 준비하던 그해 여름부터 민주노동당 정책위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나더러 교육공약까지 만들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라면 해야지. 교육공약 만들었다. 사실 '조합'을 했다. 당에 열심인 교육계 인사들의 도움으로.

 

2002년 대선은, 진보정당이 진보운동진영에 운동의 계기나 동력, 동기를 강하게 부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최소한 교육분야에서는 그러했는데, 그게 바로 '무상교육'이라는 공약이었다. 사실 2002년 대선에서 '무상교육'은 하나의 이념적 지표로 작용을 했지만 정책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것은 '국공립대 통합(나아가 대학평준화)'이었다. 이 정책은 2003년을 지나 2004년 총선에서 상당히 수준 높게 다듬어졌고 총선 이후에도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다. 무상교육 정책은 총선에서도 뻥치는 수준이었지만 총선 후에 상당히 진전된 내용으로 다듬어졌다. 이로써 민주노동당과 진보적 교육계는 공교육 개혁의 기본 방향과 그 내용을 수준 높게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교육 개혁의 내용은 무상교육(재정)과 대학평준화(경쟁질서와 그 폐해의 극복)만으로는 전부 채워질 수는 없다. 관련 있는 여러 문제들도 많다. 그 중에 두 가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싶은데, 하나는 지방교육자치이고 또 하나는 자립형 사립고 문제이다. 이 두 가지는 교육 정책적 수준에서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 경선(형식은 민주노총 추천 후보 경선)에서는 단순하게 연결되기도 한다. 어떻게?

 

노옥희 vs 김창현 = 전 교육위윈 vs 전 명문학원장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공교육 vs 사교육의 대결'이라는 비유가 만연했었다. 약간 치사한 비유라고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맞는 비유다. 치사할지언정.

 

 

노옥희 후보가 울산시 교육위원이었을 때 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지방교육자치 문제 때문이었다. 민주노동당도 당이니 이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2005년 초 수개월에 걸쳐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과 만나 결국 기본안을 만들었는데 그때 혁신교육위원들의 의견 청취 자리에서 노옥희 후보를 만났다. 사적인 인사나 대화는 없었고 철저하게 공적인 대화만 있었다.

 

이때 노옥희 후보의 태도에 사뭇 놀랐다. 왜냐면, 아무리 진보적인 교육계 인사라고 하더라도 교사 출신인 경우에는 대부분 현재의 교육자치체제(영주 분할 체제 : 난 현재의 '교육부-교육청-학교 체제'를 이렇게 부른다)를 기본적으로 옹호한다. 그러나 노옥희 후보는 이 체제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었다. 즉, 일반자치-교육자치의 통합 흐름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교육계의 정치적 지형(특히, 혁신교육인사들의 교육위원회 진출) 때문에 수년간 유예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었다. 이런 입장은 노옥희 후보만의 것은 아니었고, 교사 출신이라 하더라도 수년간 교육위원으로서 교육개혁에 헌신했던 다수의 교육위원들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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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정부-여당이 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고 일반자치-교육자치를 통합하여 이번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교육감 선거도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게 2004년말부터 2005년초의 일이었는데 이때문에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었다. 그 이유는 이론적으로나 헌법-교육기본법 등 법률 체계로나 상당히 복잡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순하게 말하자면 교육계가 자신들의 영지를 내주기 싫기 때문에 문제가 커졌었다.  교육계의 반발로 일반자치-교육자치 통합 등은 실현되지 않았다. 정치권 입장에서는 선거를 겨냥한 계산이 있었는데 논의가 길어지니 이번 선거에 반영할 수는 없고 해서 포기한 것이다. 물론, 차후에 다시 고개를 들긴 할거다. 민주노동당은 이때 '일반자치-교육자치 통합'을 기본방향으로 정했다. 몇 가지 독특한 장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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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노옥희 후보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출신 배경이나 이해보다 한 차원 높은 대중의 이해를 고려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고 있는 인사라는 것이다. 이는 공교육 개혁(사실 상 교육 개혁)에 대한 수준 있는 철학적-이념적 사고 체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로써 진보적 정치인의 덕목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자신의 사적 배경이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보고 사회 진보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기본 덕목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정도면 일단 현재 민주노동당 수준에서는 탑클래스다. 물론,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노옥희 후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와 달리 사교육의 대명사 김창현 전총장은 교육 철학이라고는 개똥밖에 없는 사람이다. 나는 이 사람이 울산 동구에서 최고 명문입시학원을 운영한 걸 문제삼지 않는다. 먹고 살자고 시작한 것이고 한편으로는 지역운동의 활로와 네트워크 확장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벌인 사업이다. 동네 학생들 입시 공부만 시킨 것도 아니고 지역 주민을 위해 좋은 일도 많이 했다고 하니 믿어줘야지.

 

내가 김창현 전총장을 두고 하고픈 얘기는 자신의 사적인 영역과 한국 사회의 진보에 대한 상을 구별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엉터리 교육관으로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대해 변명이나 하는 한심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창현 전총장은 자립형 사립고에 반대를 한다. 그건 귀족학교이기 때문이란다. 여기까지는 콜. 별문제 없다.

 

근데 공개적으로 자신의 딸이 서울 명문외고에 진학한 사실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다. 딸은 자립형 사립고에 진학하길 바랬는데 아버지가 자립형 사립고 정책을 반대하기 때문에 스스로 외국어고에 진학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마치 김창현 전총장 스스로가 자립형 사립고에 철저히 반대하고 있고, 가족 내에서는 관철시키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김창현 전총장의 딸이 자립형 사립고를 가길 원했다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서울의 명문외고에 진학한 사실을 문제삼을 수 없다. 김창현 전총장의 딸은 그런 선택을 할 권리, 어떤 비난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딸의 의견을 듣고 외고에 진학하게 한 김창현 전총장도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다만, 자립형 사립고 정책이 문제가 있어서 외고에 진학했다는 딸의 일화를 들며 자신이 교육 문제에 대한 진보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선전한 사실이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이러면서 진보적 인사의 내적 갈등, 학원에서 학생들을 자사고에 입학시키는 게 어떻게 비춰질까 따위의 갈등을 소개한다. 비록 사교육으로 돈을 벌지언정 '교육 문제'라는 정책적 수준에서는 분명한 교육 개혁의 상을 갖고 있어야 진보정당의 지도자로 자격이 있다.

 

외고와 같은 특목고는 자립형 사립고(귀족학교)로 가기 위한 길목에서 설치한 학교다. 한번에 귀족학교로 가기 어려우니까 우파들이 우회로로 삼은 학교란 말이다. 본질적으로 이 둘은 같다. v.1.0과 v.2.0의 차이라고나 할까. 근데 자립형 사립고는 반대하니까 딸이 진학을 포기하도록 분위기 잡고, 외고는 반대 안하니까(이 사람은 보통의 우파처럼 소위 '영재교육'을 주장한다) 진학을 밀어주고. 무슨 교육관이 이런가. 이렇게 교육이념이 엉터리인 이유는 진보진영의 구호(자사고 반대 따위)에 반응은 해야겠고, 자기는 사교육에 뿌리를 둔 사람이 보니 헷갈려서 그런거다. 철학도 없고 깊이도 없으니 얄팍할 수밖에.

 

 

사람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적인 배경이나 이해관계에 놓일 때와는 달리 대중의 큰 이해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노옥희 후보는 이런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다. 반면 김창현 전총장은 이런 훈련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김창현의 부인인 이영순 의원이 울산동구청장이었을 때 학원 건물 앞에 소방도로가 뚫리는거다.

 

오늘은 생뚱맞는 비교를 늘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공교육이나 사교육에 대한 내용은 아니었군.

 

 

'활동가'를 정의해 봅시다

 

[초짜 블로거의 도발적 제안]

진보네 블로거 여러분, 함께 '활동가'를 정의해 볼까요?

 

 

자, 이왕 지른 김에 한번 쭈욱 가봅시다. 행인님의 [기냥...] 때문에 얘기가 많이 번졌지요. ["기냥..."에 대한 변명]까지 하시고. 게다가 제가 '활동가의 욕망'에 대해서도 씨부리구요.

 

아마도 여기 진보네 블로거 여러분들은 '활동가'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거나, '활동가'는 어떠하다는 생각들을 이래저래 많이 하고 계실 것 같군요. 뭐, 꼭 스스로 '활동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공익적 목적으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무언가를 하고 계시다면 관심을 가지실만한 주제이기도 하겠군요.

 

'활동가'라는 게 한편으로는 정체성이나 삶의 가치, 이념과 관련한 문제라서 골치 아픈 주제일 수도 있겠군요. '활동가'가 무엇인지, 살면서 각자 정리는 하겠지만 이 시점에서 집단적으로 정의해 보는 것도 괜찮은 시도라 생각합니다. 이런 주제는 별달리 '계기'라는 게 따로 없으니 대충 말 나온 김에 해보자구요.

 

 

'활동가'를 정의하기 위해 제가 먼저 화두를 먼저 던지겠습니다. 이 화두에 매이지는 마세요. 기냥 제가 던지는 겁니다.

 

* * * * *

 

1. '활동가'는 '노동자'인가?

 

- 단체나 정당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상 근로자이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가? 혹시 이는 단체나 정당이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인가?

- 퇴직금 문제로 말걸기는 심적, 경제적 고생을 하고 있음. 벌써 민주노동당 상근자들 중 적잖은 사람들이 퇴직금을 요구하는 말걸기 등등을 '활동가도 아니다'라고 하고 있음.

 

2. '활동가' 사이에도 '계급'이 있는가?

 

- 이 사람은 스탭, 저 사람은 대표자.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 보아도 스탭하던 사람은 몇년이 지나도 대체로 스탭질하고 있음. 물론, 그 바닥을 떠나지 않았다면. 한편, 대표자 하던 사람은 새 연대체가 등장할 때마다 수식어 바꾼 대표가 됨.

- 가끔 '활동가'에는 두 가지 정의가 있지 않나 생각됨. (1)큰 의미에서의 활동가=공익적 목적의 활동을 하는 자, (2)작은 의미에서의 활동가=대체로 공익단체에 소속된 자로서 직업적 성격을 띠며, 공익활동의 스탭 역할을 하는 자.

 

3. '활동가'와 '전문가'는 구별되는가?

 

- ㅇㅇㅇ변호나사, ㅇㅇㅇ교수는 활동가인가, 전문가인가?

- 변호사나 교수가 전문가이고, 말걸기나 행인은 활동가인가?

 

4. '활동가'는 직업을 의미하는가?

 

- 먹고 사는 문제는 아르바이트나 단체에서 지급하는 활동비로 해결하고, 하는 일이라고는 공익활동 뿐인 사람들이 '활동가'인가?

- 그럼, '노조 활동가'는 뭔가? 전임자나 해고자만을 의미하는 않는 듯한데.

 

5. '활동가'의 윤리적 덕목은 무엇인가?

 

- '활동가'가 '활동가'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을 목적으로 살아가는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 '활동가'가 가져서는 안되는 생각은 무엇인가? '활동가'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은 무엇인가?

 

6. '활동가'는 자신을 위하여 활동하면 안되는가?

 

- '활동가'는 언제나 '이타적'이어야 하는가?

- '활동가'는 자신의 욕망(어떤 종류의 것이든)을 표현하고 분출하고 이를 만족하기 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하는가?

 

7. '활동가'는 '정치인'과 무엇이 다른가?

 

- 공익활동은 언제나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전히 투신하는 사람들이 있음. 이들을 '정치인'이라고 함. '활동가'라고 하든 '정치인'이라고 하든 모두 '정치적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데 둘은 정말 다른가?

 

* * * * *

 

열거한 질문은 '활동가'를 정의하기 위한 핵심 개념만은 아닌 듯 하군요. 그러나 현실에서 느끼고 부딪히는 문제들인 것 사실입니다.

 

각자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저와는 다른 화두를 갖고 계시겠지요. 진보네 블로거 여러분도 한번 펼쳐보세요. 이렇게 마구 던지다 보면 하나씩 하나씩 선명해지는 게 있지 않을까요?

 

 

소위 '활동가'에게 싹트는 '정치적 욕망'

 

행인님의 [기냥...] 에 관련된 글.

행인이, "가끔은 내가 기냥 확 변호사고, 교수고, 국회의원이고 해버릴까 그런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래놓고선, "나약하게도..."라는 말은 붙였다.

 

 

소위 '활동가'라는 직업 혹은 정체성을 가진 자들이 갖는 '정치적 욕망'의 발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이건 내 맘대로 구분한거다.

 

'활동가' 직업을 유지하다 보면 죽죽 올라가다 멈추는 시점에 다다른다. 이 바닥에서 해볼 건 다 했다는거다. '교수'나 '변호사' 등 이 사회에서 알아주는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표'까지 해먹기는 어렵고 고작 '처장'이나 '집행위원장'을 맡는다. 이쯤 되면 '미래'를 생각한다. "나도 이 나이에 이렇게 살 수는 없잖아?" 그래서 한 급수 업그레이드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런 저런 방안을 모색한다. 놀라운 정치적 막후 교섭력으로 힘센 정당들과 거래를 트며 '시민사회의 이너써클'이 된다거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거나, 아니면 '공천'에 기웃거린다.

 

두번째는, '전문가' 집단의 그 치사하고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작태에 치를 떨다가 갖게 되는 욕망이다. "이것들한테 비비느니 내가 차라리 국회의원하겠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도 안다. 행인이라면 변호사나 교수가 되는 방법도 잘 알거다.

 

 

위의 두 가지 경우는 겉보기에는 같은 결과이다. 사실 인간의 내면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두 가지를 구별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두번째가 더 '순수한 욕망'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욕망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애초의 계획은 수정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옥 구별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렇게 둘 사이의 경계가 차츰 흐려진다 해도 두 가지 욕망은 다르다. 동기에서 다른 점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욕망이란 건 '순수'한 게 없으니까, '순수'의 기준은 쓸데없다. 또,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도 구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자기가 좋은 게 아니면 국회의원이고 나발이고 할 이유가 없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문제 해결의 의지'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지위를 획득하고 그 지위를 이용해 사회 문제에 접근하여 정치 활동을 하는 자와, 정치적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사회 문제를 소재로 삼는 자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개념적으로 구별하는 건 사실 어렵다. 그러나 현실에서 직관으로 정치인들을 평가해보면 선명하다.

 

 

나도 소위 '정치적 욕망'을 갖는다는 건 활동가로서 뻘쭘한 태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당에서 일하다 보니 '정치적 욕망'을 갖는 것도 하나의 '미덕'이라는 걸 깨닫긴 했지만 나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차라리 내가 국회의원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라는 것들이 하는 짓이라고는 보수정당 국회의원 흉내나 내면서 '정치적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사회 문제를 소재로 삼'아 정치 활동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반세기 이상 국회가 쌓아놓은 부르조아지 정치 문화에 익숙해지는 게 수준높은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뼈속 깊이 새기며 국회를 드나드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저것들은 원래 좌파가 아니었군... 내가 속았다... 쪽팔리게 정치를 저렇게밖에 못하나... 좌파라면 부르조아지 정치 문법을 거부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지... 쯧쯧... 바부팅이들... 저런 것들보단 내가 훨씬 낫겠다. 내가 국회의원하는 게 낫겠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인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을거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결코 '나약'한 게 아니다. 지금의 처지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피하고 싶어하는 생각이 아니다. 혹은 무엇이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지위를 얻겠다는 생각도 아니다. 난 오히려 활동가들이 이런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실제로 일하고 문제 해결의 방안을 찾아내고 조직을 하고 연구를 했던 활동가들이 '정치적 욕망'을 갖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활동가들이 많이 생겨야 진보진영 내의 정치적 경쟁이 합리화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끔씩 바닥을 박박 기는 활동가들이 '순수성'이나 '고상함'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의구심을 갖는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단을 다 동원해도 활동가들이 국회의원이나 전문가 앞에서 초라해지는 상황(이건 결코 주관적인 초라함이 아니다!)이 반복되는 걸 경험하면서도 그들을 뭉개버릴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어리석게 보일 때가 있다.

 

물론, '정치적 욕망'을 키우는 게 별달리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에 어울리지 않는 활동가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정치적 욕망'이란 진정 '사회 문제의 해결'일 것이다. 이런 걸 활동가의 자세나 윤리, 정치적 자세 따위와 연관짓지 말고 '성격'이나 '취향'으로, '나름대로의 삶의 선택'으로 연관짓는 문화가 있었으면 한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 활동을 하는 자와, 정치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 문제를 소재로 삼는 자를 구별짓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게 한국 사회, 특히 진보진영이 합리화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이다. 이 조치를 위해서는 정치의 영역에 손을 많이 대야 한다. 손을 대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정치의 영역에 스스로 끼어들기 하는 것이다. '내가 나서서 저것들 교통정리 해야지'하는 생각, 그 의지, 그 실천.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가 국회의원이 된다면?' '내가 장관이 된다면'하는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성격과 취향에 맞아 진짜 도전하기도 할테니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나름의 활동 방식은 있으니까 손해 볼 것도 없지 않은가.

 

가끔 생각해 보시라! 행인이 국회의원 되면 국회가 어찌될까? 재밌겠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