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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퇴진 논쟁을 하다보면...

정권퇴진 논쟁을 하다보면... 2006.09.01

 

정권퇴진 논쟁을 하다보면 종종 정권 퇴진이 만고불변의 당연한 이야기고 그래서 이를 틈만나면 슬로화하는 것이냐는 질문들이 제기됩니다. 그러다 보면 '문민화 이후 정권 말기(대선 2년 전)만되면 시작'된다느니 같은 의문까지 제기되죠.
정권 퇴진이 주장으로보면 참 간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정권퇴진이 [지배적인 국가권력으로부터] 사회운동의 자율성을 고양하고, 현 시기 투쟁의 방향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손쉽게 '또?' 하며 딱지를 붙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현 시기 투쟁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의 한복판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퇴진' 주장들을 일일이 찾아 길게 설명을 달아놓은 것은 '정권 말기만 되면 시작'된다는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회진보연대가 특정한 시기에 '퇴진' 주장을 외쳤던 것은 원칙의 단순 확인이 아니라 해당 시기 이데올로기와 논쟁 지형 속에서 정치적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어서 입니다.
(참고로 노무현 탄핵으로 정세가 급변할 때 사회진보연대가 제기했던 주장은 '퇴진(/민중탄핵)'이 아니었습니다. "신자유주의 반대/ 노동권 쟁취", "파병철회", "국민발의, 국민소환" 등의 요구들을 전면적으로 제기하며 신자유주의 개혁세력들의 '개혁적' 이미지가 거짓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폭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5월 4,5일 대추초등학교에 대한 국가권력의 광폭한 폭력이 확인된 상황에서 어떤 이들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폭력 없이 유지될 수 없는 노무현 정권에 파산선고를' 주장하고 다녔습니다. 하종근 열사 투쟁에서 어떤 이들은 '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주장한 것입니다. 하반기 전 민중의 총궐기를 주장하면서 어떤 이들은 '평택미군기지 저지투쟁과 한미FTA 투쟁이 결합되어야 한다' 며 구호와 슬로의 나열속에서 일점돌파식 집회를 제안한 반면 어떤 이들은 '노무현 정권 퇴진투쟁이 전선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 논점이 되고 있는 것은 끊임없이 회귀하는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에 대한 지지와 동요속에서, 제기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태를 인식해야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의 정치적 단락을 꾀할 수 있는가입니다. '각성'이라고 표현하든, '새로운 관념'의 형성이라고 표현하든 문제는 사태의 원인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지배적인 통념으로부터의 정치적 단락을 전제하지 않고는 상황의 반전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논쟁이 이 차원에서 붙는다면(이는 아주 세련되고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현실 가능성, 집권가능성, 구체성 등등 과거 운동권 용어들이 총동원되어서 말이죠.) 저는 추호도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관성적으로 퇴진주장에 동의하는 운동세력들의 모험주의적 경향 역시 비판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일리는 있지만 사실 이 차원에서 보면 현재로서는 매우 부차적입니다.
회원5님께서 혼용하여 지적하고 있는 '퇴진'(주장)만 하면 되냐? 오로지(!) '퇴진' 주장으로 대중운동의 전면적인 혁신, 사회운동의 연대와 단결을 꾀할 수 있냐? 같은 질문은 상당히 다른 차원의 논점입니다. '퇴진'주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이는 현 상황에서 (대중의 투쟁 방향으로서, 토론 방향으로서) 긴급한(!) 문제일 뿐입니다. 자기 사안에만 매몰되어 있는 대중운동에게, 자신의 목표만 달성된다고 생각하는 대중운동(평택투쟁이건, FTA투쟁이건, 열사투쟁이건 현시기 모든 투쟁이 이런 경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에게 '노무현 퇴진' 주장이 덧칠해진다고 대중운동의 혁신,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사회운동의 출현과 연합이라는 과제가 저절로 달성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님이 지적한 대로 이와는 결이 다른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자운동의 혁신과 여성운동의 새로운 출발을 주장하는 여타의 글에서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던지는 고민이기도 하죠. 이런 주장이 일반화된 테제로 정리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현재는 진행중(!)임이 사실입니다.
현재 대중 이데올로기 지형에서는 노무현 정권의 실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성격은 또한 무엇인지를 정확히 규정하고, 이를 폭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폭력이 어떤 구조적 원인으로부터 인과하는지를 밝혀내고 이를 폭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노무현 퇴진' 주장은 바로 이 지점을 명확히 하는 정치적 방향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긴급하다고 생각하고요.

 

 

http://www.pssp.org/bbs/view.php?board=board&id=4129&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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