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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폭력의 악순환_사타르 카셈

[세계의창] 미국의 ‘파괴적’ 금융원조 / 사타르 카셈   한겨레 | 2006.09.11 18:26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이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일부러 다리와 발전소 등 기반시설을 파괴했고, 8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전기와 물이 끊긴 채 살아가고 있다. 집과 농장은 파괴됐다. 여성과 어린이까지 50여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숨졌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가자지구 전체가 포위됐고, 인도적 원조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뒤 팔레스타인에 남은 세 조각의 땅 가운데 하나다. 약 140만명이 살고 있는데, 주민의 대부분은 이스라엘이 건국될 때 집과 땅을 빼앗기고 쫓겨난 난민들이다. 이때부터 50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중동 곳곳의 난민촌에서 비참하게 살고 있다. 67년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아랍 나라들에 압승을 거두고 팔레스타인에 남아 있던 땅 세 조각도 점령했다. 이때부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며 권리회복 운동을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이들에게 ‘테러리스트’ 딱지를 붙였다.

 

몇 해 전부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순교공격’으로 부르는 자살폭탄 공격을 시작했고, 사정거리 10㎞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원시적 로켓도 만들어냈다. 이스라엘은 이를 안보 위협으로 간주했다. 안보는 이스라엘 건국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이유였다. 유대인들은 수세기 동안 유럽에서 박해당하면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조국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을 조국을 건설할 땅으로 선택했다. 영국 등 서방은 우간다를 대체지로 제안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오니스트들의 선택을 따랐다. 유대인들은 안보와 평화를 얻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안보 위협에 민감하다. 이스라엘은 적이 공격능력을 갖추기 전에 적군을 파괴하라는 선제공격론을 실천해 왔고, 반드시 이스라엘 인구 밀집지역과 떨어진 적군의 땅에서 전쟁을 벌이라는 원칙도 고수했다.

 

첨단 군사장비를 동원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끈질기게 저항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이스라엘 군 초소를 공격해 병사 3명을 죽이고 1명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병사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8천명이 넘는 수감자들과 교환하기를 희망한다.

 

가자지구 공격에 나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는 있지만, 사로잡힌 병사도 석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스라엘은 오히려 이번 공격으로 자국 병사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병사의 목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작전도 매우 위험한 형편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병사의 생환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국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력에 굴복할 것인가? 지난 몇 해 동안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력에 여러차례 굴복했고, ‘배신자’로 몰릴 것을 알면서도 이스라엘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적으로 통합돼 있고 희생도 감수하려 하는 새 하마스 정부는 과거의 파타당 정부와는 다르다.

 

이스라엘이 병사를 구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병사를 교환하는 협상에 나설 것이다. 이스라엘이 병사가 갇힌 장소를 공격하기로 결정한다면 병사의 운명은 끝이 날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중공세를 계속할 것이다. 그들은 이미 팔레스타인 장관과 의원들을 붙잡았고, 총리를 비롯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암살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폭력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며,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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