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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파괴적’ 금융원조_사타르 카셈

[세계의창] 미국의 ‘파괴적’ 금융원조 / 사타르 카셈 2006-09-11 오후 06:15:49
 
미국은 항상 전세계 사람들에게 미국이 많은 나라에 금융원조를 하는 ‘가장 관대한’ 국가라고 말한다. 통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인도주의적 관대함인가, 아니면 미국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인가?


팔레스타인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곤 하는 미국의 실리적 금융원조 정책의 사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구성된 1994년 미국은 유럽과 함께 팔레스타인에 대한 금융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도움이 팔레스타인의 양보에 대한 대가임은 명백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특히 안보문제에서 이스라엘과 협력하기로 결정했고,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란 낙인이 찍힌 세력들과 싸우기로 했다. 미국과 그 동맹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의 요구를 따르고자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한 달 단위로 돈을 주기로 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금융원조를 계속 제공하면서 자치정부의 경제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첫째, 팔레스타인의 가난한 경제를 압도적인 이스라엘 경제에 병합시키는 자유시장 정책을 강요했다. 둘째, 팔레스타인의 제품 생산을 중단시키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봉급에 의존해 살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미국의 국제 경제정책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가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강요한 조건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팔레스타인에선 경제적 헤게모니를 세계은행이 아닌 이스라엘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미국은 금융원조를 통한 식민지화 구상을 감출 수 없었다. 미국은 유럽 나라들과 함께,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동의하지 않고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스라엘에 양보했던 것들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면 자치정부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하마스는 자신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뜻을 배신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언제나 민주주의가 인간 진보에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해 온 미국이 팔레스타인 선거 결과를 극도로 불쾌하게 여긴 것은 윤리적으로 놀라운 이분법이다. 중동의 모든 이들에게 미국이 민주주의의 가치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 맞게 재단된 민주주의에 관심을 둔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윤리·도덕은 미국이 하마스 정부 붕괴를 희망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금융제재 상황에 몰아넣기로 결정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협력하면서 유럽과 꼭두각시 아랍정권들, 과거 팔레스타인 여당인 파타에 속한 일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 팔레스타인에 지점을 둔 아랍은행들을 동원했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 공무원들은 7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땀이 아닌, 외국의 경제원조에 의존해 살았던 것이 전략적 실수였다고 깨닫기 시작했다.

 

이제 팔레스타인에서는 파업이 벌어지고, 공무원들은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하마스가 미국의 압박을 받는다는 것은 알지만, 배고픔을 해결할 대책은 내놔야 한다고 요구한다. 맞는 주장이지만 파산 상태인 정부가 그들에게 돈을 줄 가능성은 없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미국과 협력하는 반하마스 세력이 이 파업을 선동했다고 지적한다. 이들 세력의 바람대로 하마스 정부가 사라진다면 봉급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팔레스타인의 굴욕적인 대외 의존의 상징인 경제문제는 여전할 것이다.

 

미국의 ‘관대함’은 윤리적이지 않다. 아랍권에서 미국의 접근법은 전형적이며, 반드시 반작용을 일으킨다. 중동의 누구도 이유 없이 미국과 싸우려고 나서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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