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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

한경대학교에서 생태건축과정을 개설한다고 해서

거기를 물어물어 찾아가는 중이었다.

동국대 앞 풍경이 확실한데 꿈 속에서 거기는 한경대이고

나는 입학절차를 밟기 위해 동대 후문 충무로 근처를 걷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어

동국대에서 어떤 집회가 있고

나는 거기에 참석+촬영하기 위해 사진작가 TY랑 같이 걷고 있다.

경찰을 만나면 연행되기 때문에

우리는 골목골목을 잘도 숨어가며 잘 찾아가고 있다.

내 머리는 무척 길었는데 TY가 거추장스러울 것같다고

노란 리본으로 곱게 양갈래머리를 만들어주었다.

약간은 어색하고 약간은 수줍은 채 TY랑 같이 길을 걷는다.

그러다 일군의 백골단 무리를 만난다.

연행되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뛴다.

TY는 아마 무사히 피한 것같고

나는 6층 정도 되는 건물의 옥상까지 쫓기다가

맞은편 건물로 훌쩍 뛴다.

현실의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꿈 속의 나는 높은 곳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건물과 건물 사이가 꽤 넓었는데도 훌쩍 뛰어넘는다.

꿈에서 깨자마자 꿈 속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만약에 나였다면 그만큼을 뛰지도 못했을 거고

그래도 나는 경찰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뛰었을 것이고

그리고 나는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꿈인지 상상인지 노란 리본으로 곱게 머리를 묶은 한 소녀가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 영상이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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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만남이 없으니 사이버스페이스의 게시물들이 이렇게 직조된다.

낮에 나는 귀농사모 까페에서 한경대 생태건축트랙에 대한 게시물을 보았다.

그리고 토요일, 밀양에서 TY를 보았다.

TY는 투쟁의 현장 어디에나 있다.

TY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답답한 내 상황이

이런 식으로 나타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함.

 

꿈 해설가에게 꿈이 뒤숭숭했다고 하니 좀더 자세히 얘기해보라고 했다. .

근데 자세히 이야기하기가 좀 그랬다.

그냥 경찰에게 쫓기다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다,라고만 말했다.

디테일에 들어가면 디테일하게 분석할 것이고

TY가 나의 머리를 곱게 빗겨주고 묶어줄 때

약간 설레어하고 수줍어 했던 내 마음이 생각나서

꿈이라도 그 느낌은 나만 간직하고 싶었다.

<조선마술사>를 봐서 그런가.

어리고 낡은 사랑이야기.

김대승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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