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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4 오전 3:50

내 아기.

 
자고 있는 하은을 보면 여전히 아기다.
여행기간 중에 세 번 싸웠다.
싸웠다기 보다는 내가 일방적으로
화를 냈다.
하은은 말없이 가만히 듣기만 했고
방금은 울었다.
하은이 빠져있는 빙의글 이라는 걸 찾아봤는데
그러니까 팬픽과 비슷한 것같은데
암튼 뭐랄까....
 
나도 중고등학교 때 하이틴 로맨스 많이 봤다.
하은이 빙의글 읽는 게 뭐가 문제라고.
여행 마지막날, 수상택시를 타고
왓룬, 왓포, 차이나타운 다 가봤고
렛츠릴랙스에서 발마사지,
재즈바 
계획했던 걸 다 했다.
 
하은은 좋아했다.
여정의 마지막이었던 재즈바에서는
남친에게 들려주려고 녹음을 했고
공항으로 오는 전철안에서
휴대폰을 내 귀에 대주며
녹음이 잘 되었다고 활짝 웃었다.
그런 순간이 기쁘다.
 
나는 하은이 늘 최고의 것을 선택하길 바란다.
최고의 것이란
가장 비싼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상은 넓고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
그 많은 것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가장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최선을 알기를 바란다.
 
나는 하은이
강화가 전부인 줄 알고 살까 봐 겁난다.
강화의 순진하고 착한 남자를 
어린 나이에 사랑해서
그 사랑이, 그 사람이, 그 삶이
가장 최고라고 생각할까 봐 겁이 난다.
 
나는 늘 가장 좋은 것만을 선택해왔다.
지금의 내 자리가
부나 명예,권력과는 무관한 자리일지라도
지금의 내 자리는
삶의 굽이굽이마다 
늘 최고의 것만을 선택한 결과이다.
나중에 그 선택이 실수였다는 걸 알게 될지라도
그건 나중 일이지
당시의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하은도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하은은 나랑 다른 인간.
오늘의 시간이 하은에게
어떤 요소, 어떤 토양, 어떤 기억이 될지는
온전히 하은의 몫.
 
너와 내가 다른 인간이라는 것을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하더라도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내가...
인정해야 하는데
조급해하지 말아야하는데
그냥 네게
상처를 준 건 아닌지
나는 걱정이 된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데
너를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공항의 의자에
지쳐 잠든 하은의 얼굴
창백한 뺨에 드리워진 
긴 속눈썹 그림자가
애처롭다.
 
착하고 
순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왜 이토록 괴로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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