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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여러가지 꿈을 꾸었다.

 

1. 옛날 집에 내가 싫어하는 어떤 사람의 차가 주차되어있었다.

왜 저 사람 차가 여기에 주차가 되어있지?

나는 남편이 또 오지랍 부렸다고 생각하고 꿈 속에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까만색 큰 차가 주차하면서 그 차에 흠집을 내는데

나는 그걸 고소해하며 바라봄.

 

그러다 내가 집에 들어오자

까만 차의 사람들이 나를 따라 들어와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나는 기가 막혔다.

 

나는 방금 전에도

네 명의 남자가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시간이 안된다고 말했는데.

네 명의 남자와 진행하는 인터뷰는

내가 허락은 했으나

내 일정 때문에

아직 날짜는 못 잡은 상태였는데

갑자기 쳐들어오듯이 와서

내가 완곡하게(하지만 단호하게)

지금은 시간이 안된다고 물리친 직후였다.

 

까만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아이들의 학부모 혹은 동네에서 자기들끼리 어울려다니는 여성들이었다.

나는 기가 막혔다.

처음엔 방금 전에 네 명의 남자들을 물리친 것처럼

"지금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을 낼 수가 없으니 나중에 다시 연락을 하자"고 했고

여성들 중 한 명이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라고 해서

"그럼 저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하는 내 마음 속에는

'안그래도 이상한 여자라고 찍혀있는데 더 찍히겠군'

하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으나

그런 걸 다 신경쓰기에는 내가 화가 너무 많이 나있었다.

이 무례를 참을 수가 없었다.

 

여성들 중에 한 명이 미안하다고 함

 

2. <송환> 상영회.

그런데 내가 본 영화와 달랐다.

정동진영화제처럼 관객들이 무척 많은데

나는 돌아다니고 있었고

이상하게 나레이션을 하는 사람이 0선생님이었다.

(원래 영화에서는 0선생님은 주인공, 나레이션은 K선배)

"이들의 삶의 태도는 좀 독특하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르고 나면

바닥에 누워있는 돌부처같은 게 화면과 함께

"모든 사물들은 다 각자의 태도를 가지고 있으니 그냥 그대로 두세요"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깔린다.

 

나는 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기뻤다.

그리고 얼굴이 나오지 않아서 더 기뻤다.

나는 푸른영상의 여러 감독들 중에 한 사람으로 등장하는데

우리들은 모두 저런 태도를 갖고 살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그 태도가 참 독특하다고

0선생님이 설명하고 계신 거다.

 

나는 정동진영화제처럼 

여기저기 흩어져서 바닥에 편하게 앉아 영화를 보는 사람들 사이를

기분좋게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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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편과 크게 싸우고

두 개의 수업을 하고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 가서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한테 영화들을 추천받고

ㅇㅣㄴ도에서 온(자판 왜 이러지?)

우마를 만나서 파파고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사적 다큐:개념의 재전유와 현재의 흐름' 포럼에 참석하고

'추방자'를 보고 집에 돌아왔다.

 

아 그 전에 잠깐,

주차장 가는 길에

k선배를 만났다.

0선생님 책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 때 목차 점검하고 연락 주신다고 하지 않았냐고 묻자

역시나 0선배는

니가 다 하기로 했잖아

라는 대답을 하셨고

네 알겠습니다 하고 집으로 돌아옴.

 

엄마 집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

엄마 집에 가서 편히 쉬고 싶은 유혹이 강렬했음.

 

어릴 때 아버지랑 싸우고 나면 엄마는 집을 나가서

외갓집에 가거나

아니면 어디 더 먼 데로 다니곤 했는데.

내가 없어지는 것으로 남편에게 골탕을 먹여볼까 생각하다가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추석 전 가족모임을 해남에서 했다.

오빠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 일이 있기 며칠 전,

아주 기분이 상한 채로 교육가는 길,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빠가 좋아해서 자주 듣던 노래

그래서 나도 좋아했던 노래.

오빠가 가사를 적어줘서

ㄴㅏ도 가사를 외웠던 그 노래

 

나는 가끔 생각하기를

하느님은 나를 너무 드라마틱한, 혹은 너무 힘겨운 상황에 자주 던져놓고서

가끔 이렇게 우연한 음악으로

마음을 다스리게 해주는 듯.

 

일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꿈에서도 일을 한다.

 

어제 남편과 싸우면서

니 사업 때문에 내가 돈 빌리러 다니고 돈 벌러 다니느라 아무것도 못한다.

내가 밥도 제대로 못먹으면서 이렇게 다닌다.

그런데 이 생활이 끝날 것같지가 않다....

과연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내가 벗어날 수 있는 거냐

소리쳤다.

 

남편은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쩌란 밀이냐. 내가 죽을까" 맞받아쳤고

나는 말했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한다면 죽는 사람은 내가 되어야해.

남아서 견디면서 저 아이들을 책임지는 일은

내가 아니라 니가 해야 한다고.

 

헤어날 수 없는 진창에 빠져서 사는 것같다.

이래서 사람은 마음이 굳세어야 하고

선택을 잘해야 하는 거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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