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다섯번째 영화의 제작일지

31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6/01/29
    2016년 1월 29일 오후 3시 19분
    하루

2016년 1월 29일 오후 3시 19분

2016년 1월 29일 오후 3시 19분

       에 쓰고 오후 6시 26분에 덧붙임

 

낮에는 경험하고 밤에는 기록한다.

이것을 이번 여행의 원칙으로.

지금은 낮인데 기록하고 있다. 너무 지쳤다.

신수반호텔에서 택시 타고 랏크라방

랏크라방에서 파야타이

파야타이에서 시암

시암에서 총논시(사실은 한정거장 전인 살라댕에서 잘못 내렸다가 다시 한정거장 더 감)

에스컬레이터가 거의 없어서 지하철을 갈아탈 때마다 계단을 오르내려야하고

그 때마다 캐리어를 일일이 들고 다녀야 했다.

무거운 짐을 들면 가슴이 아프다.

 

원래 하은이 잡은 일정

소이 프라딧 시장 방문

점심 소이 프라딧 시장에 있는 반 치앙

마지막으로 실롬역 룸피니공원 산책

롬피니공원에 있는 초코랩(초코까페)

저녁은 솜뿐시푸드(실롬역)

 

오늘 우리 일정

아침 산책

점심은 노점에서 모 한 그릇.

저녁도 노점에서 쌀국수 한 그릇. 메추리알 튀김.

음식은 다 짜고 달았다.

의사선생님이 맵고 짜고 단 건 피하라고 했는데

태국음식은 맵고 짜고 단 게 특징인 듯.

밥을 먹고 나면 늘 속이 안좋다.

숙소에서 물을 끓여 텀블러에 넣고 다니며 마신다.

숙소에 들어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배를 따뜻하게 하면서 하은에게 

"이번 여행에서 체하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한 목표다"라고 하니

"체하지 않으려고 여행을 왔다는 거야?"라고 해서 다시 설명해줌.

근데 약 먹는 게 너무 힘들다.

약이 너무 맛이 없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라는 속담을 하은에게도 그리고 내게도 말해줌.

약을 먹고 나면 약의 여운이 몇시간은 가는 듯.

 

점심을 먹고 메인 숙소 글로 트리니티 실롬에서 한참 쉬었다.

계획서를 작성한다면 ‘메인숙소 이동’이라고 짧게 썼을 이 일은

하고보니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할 만큼 큰 일이었다.

전철역에서 내려 걷다가 찾을 수가 없어서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물어봤는데.....

세상에나, 영어를 못하셔서 그런지

직접 나와서 숙소 앞까지 안내해주셨다.

여행플래너로서의 하은의 첫 여행지를 방콕으로 선택한 건

이런 친절 때문이었다.

 

은별과 왔을 때에도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다 친절했다.

눈이 마주치면 웃고 은별이 서있으면 양보했다.

불교가 국교라서 그런가. 그냥 이 나라의 마음은 참 좋다.

 

하은과의 산책길,

방직공장, 식당, 노점 등등을 구경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강화 또한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면

흥미로운 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그러니까 강화에도 볼 게 많은데

왜 방콕까지 와서 이러고 있을까 라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은 살아가고 그 모습은 닮아 있으면서도 다르다.

그리고 나는 먼 나라에서 온 여행객이기에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허락되는 것이다.

미끄러지듯 얄팍하게라도.

 

오늘 본 풍경들은

정주민들에게는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의 한 조각이겠지만

내게는 먼 훗날 문득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 때의 공기, 냄새, 온도, 바람...

잠시 다녀온 다른 세계에 대한 기억.

 

다큐멘터리감독은 삶의 삶을 살 수 있다.

동강주민을 찍을 땐 동강주민처럼 살 수 있고

장애인센터를 찍을 땐 장애인센터의 실무자처럼

매일 그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렇게 짧은 시기 깊게 머물다가

촬영이 끝나면 주섬주섬 짐을 챙겨 떠난다.

한 영화가 끝나면 다른 삶으로 옮겨가는

떠돌이같은 삶이 나한테 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나의 삶을 살고 나의 삶을 찍는다.

그래서 이런 식의 여행은

떠돌며, 미끄러지며, 삶의 삶을 살았던

아니 살고 싶었던 20대를 생각나게 한다.

 

두 다리가 없이 떠돌던 나는

다리를 얻고 날개를 잃었다.

괜찮다.

 

오늘의 지출:

신수반 호텔 메이드 팁(1달러)

신수반호텔에서 택시 타고 랏크라방(50바트)

랏크라방에서 파야타이(80바트)

파야타이에서 시암-총논시(62바트)

점심 모(35바트)

딸기 슬러시 (19바트)

벨보이 팁(1달러)

저녁 쌀국수 2그릇(60바트), 메추리알 튀김(50바트)

디저트로 용과+파인애플+00애플(50바트)

오렌지(90바트)

합 496바트 (16720원)+ 2달러(2409원) =19129

 

결산을 하고서 아저씨가 땀흘리며 말아준 국수 두 그릇이  2100원인데

가방 올려다주신 아저씨께 드리는 팁이 1245원이라는 것이 뭔가 부당하지 않냐고

팁을 계속 드려야하냐고 물어보니

하은은 단호하게 팁은 드려야한다고 주장.

알았다.

 

방콕으로 떠나기 전에 미리 지출한 총액 : 2,324,727원

항공료 : 388,500원 곱하기 2명=777,000원

숙박비 : 첫날 신수반 43,465원

           메인 글로 트리니티 실롬 379,962(6박,익스피디아 50%할인 특가) 

환전 : 33,000바트(1,124,300)--->여기서 남겨가는 만큼 여행경비는 줄어들 듯.

 

내가 원고료, 강의료, 방송출연료들 딱딱 긁어모아서 여행경비를 마련했으니

여행계획은 하은 너가 세워야한다고

그게 평등한 역할 분담이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랬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은 여행계획서의 치명적인 결함은

전철역 이름만 있다는 거.

노선이 여러개이고 이름도 낯선데 그냥 역 이름만 딸랑 써져있다.

날은 습하고 더운데 나는 자꾸 기침이 나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잘못 내려 다시 무거운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그리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지도를 본다.

나는 원래 지도를 못 보는데. 아니 못 본다고 생각했는데

믿을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까막눈으로라도 지도를 본다!

하은은 그래도, 쉬지않고,  즐겁다!

내 딸이 이토록 낙천적인 인간이었다니!

아니면 나를 너무나 믿는 건가.

아마도 짜증이 나있었을 것같은 내 뒷모습을 찍어놓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엄마 사진 보내줄께!"하고 보내줌.

무거운 어깨가, 심난한 얼굴이 상상되는 뒷모습.

 

사실은 저녁은 쏨뿐씨푸드라는 고급진 음식점에 가려 했다.

하은이 너무나 가고 싶어해서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역시나 게이트 번호를 적어놓지 않아서 물어물어 헤매다가 지쳐가는데

하은이 갑자기 길거리 쌀국수마차를 가리키며  "그냥 오늘은 쌀국수 먹자!" 라고 해서

저녁은 쌀국수와 과일로.

오늘은 너무 많은 힘을 써서 일찍 잔다.

내일은 또 새로운 태양이 뜰 거니까.

건강해진 몸으로 내일을 맞아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