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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4/20
- 이런 날도
1년 전
하은:(쑥스럽게 웃으며) 엄마, 오늘 성적 발표났는데 나 19등 했다.
나: 잘했네~
하은:우리 반 몇 명인지 안 물어봐?
나: 몇 명이야?
하은:21명
나:......
하은:......
나: 그런데 하은아, 괜찮아. 엄마도 1등 해본 적 있는데 그거 별거 아냐.
우리 집 가훈이 '행복하게 잘 살자'니까 니가 행복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자, 이 정도 쯤에서 뭔가 촉촉, 감동,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하은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우리 담임 선생님이 그러는데 엄마, 아빠들은 맨날 자기들은 1등 했다고 하는데
그거 다 뻥이래.
급당황 속에서 대화는 그렇게 급 마무리.
그리고 1년후,
어제 상영 땜에 강릉에 있는데
저녁에 하은이가 전화를 했다.
한옥타브 올라간 들뜬 목소리로 하은은
작년 자기반 1등보다 시험을 잘 봤다는 소식을 들려주었다.
우리 하은이가
그렇게 기뻐하는 걸 본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나는 일단은 하은이가 나한테 전화를 걸어준 게 너무 고마웠다.
틱틱거리는 말투 때문에 몇 번 언쟁을 했었고
그래서 나는 하은이가 이제 사춘기인건가, 이제 나 싫어하는 건가
그런 걱정에 빠지곤 했는데
기쁨에 찬 하은이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어리고 순진한 나의 첫 아이였다.
그리고.. 1등 때문이 아니라
자기의 성취에 기뻐하는 하은이와 함께 기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하은이도 그 질서에 자기 몸을 맡기게 된 것에 대해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
나도 공부 열심히 해서 1등 장학금 타는 걸로 화답을 해야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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