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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matter of timing

이라 붙여놓은 유영의 글이 가슴 절절하다.

 

글의 내용은 사실 가슴 절절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담담, 평안, 소탈인데, 

그 제목을 달기까지, 사랑을 가지고 뒤흔들고 흔들리고 잡아채고 채이며 내달렸던 그녀의 연애사가 만져지면서, 새삼..... 오래된 기억에 가슴이 절절하다.

 

 

그런데, 나는 그렇다,  유영의 기억에는 가슴이 절절한데, 정작 내 과거사에는 그닥 가슴 절절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는 나의 나름대로 정리가 있다;  "모든 연애는 자기애더라,"라고......

 

결국 내가 한 사랑은 내 그릇 안에서 물튀기기 정도 밖에 되지 못했다는,  내 그릇이 작고 넉넉하지 못하다는 사적 고백이겠지만, 씨실날실 한 올 한 올이 어떻게 끼워졌는지 그 내막을 알고 있는 내 연애사에 관한 한, 아무튼 그것은...... 후에 되돌아봤을 때 가슴 절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이런 생각 와중에, 나는 아래의 글을 만났다.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에 있는 글이라는데, 아직 그 책을 읽지는 못함(빌려주기로 한 사람 잊지않고 빌려주기 바람 ).

 

 

가부장제 사회가 작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 중의 하나는, 남성이 여성의 친밀성 능력과 감정 노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남자 ―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연애할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남자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 속에 내재된 풍부한 감성과 사랑의 능력을, 상대 남자의 매력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성과 사랑의 주체는 남성이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여성이 한다. 여성이 노동을 그만두는 순간, 대부분의 관계도 끝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배려, 보살핌, 사랑의 생산을 위해 별다른 노동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성별 분업인데, 남성들은 주로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사적'인 영역이라고 간주되는 가족이나 연애 관계에서 관계성을 경시 혹은 부정함으로써 여성의 육체 노동, 감정 노동, 정신 노동에 무임승차한다. 관계에서 남성의 '과묵함'이나 모든 면에서 감정적이지 않으려는 심리는 이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연애를 하고 있는, 혹은 연애를 하였다는 여자들/남자들에게서 당신이 사랑한 것은 정말 무엇이(었)냐고 묻고 싶었다.  <클로져>에서 내가 나딸리 포트만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보냈던 것은,  그녀만이 인간 연애의 한계인 '자기애'를 벗어난,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인간이고 그녀는 사랑을 가르쳐주려온 천사라고 묘사하였었지.)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후에 생각해 볼수록 그녀 역시 '자기애'를 한 것이었다. 다만 그녀는 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에 대해. 자신에 대해. 

결코 그녀가 한 것이 '사랑'은 아니었다.

 

 

사랑은 무엇일까.

'올 유 니드 이즈 러브'라고 했던 존은 사랑을 알고 죽었을까.

'쉬 게이브 미 모어, 쉬 게이브 미 올.... 알러뷰'라고 했던 폴은 분명 사랑을 모르는 게 틀림없다.

 

 

사랑은, 슈타이너(라고 발도르프 교육을 처음 만든 인지학자이다.....)가 제시한 문장에 의하면, 인류의 다음 진화해야할 방향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지금껏 사랑이라하는 것이 건네주는 느낌으로는 참으로 믿지 못할 하나마나한 허접한 소리인 것이다. 그러나 어디 사랑이란 게 그런 것인가. 인류의 진화 운운.....이 그런 것인가.

 

나는 슈타이너 종교를 막 영접한 상태로 슈타이너가 한 말이라면 일단 감동부터 먹고 보는 상황이라, 그의 이 말로 인해 (이 말은, 역시 굉장히 감동적이었던 닷새짜리 강의 중에 나왔던 한 문장으로서, 그 강의 전체가 무지하게 감동적이어서 강의 전체에 대한 리뷰를 해야 그나마 이 문장으로 전달받은 내 감동의 깊이를 전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사랑'을 생각하고 있다. 요즘.

 

인류가 다음 진화해야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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