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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지난 2월 학교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은 나에게 새삼 진리와 진실을 운운하게 하였다.

진리, 진실, 그리고 인간, 약한 인간, 나약한 인간.

 

그것을 계기로 나는 옛날옛적에 만빵관심만 보였다가 말았던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21>을 책장에서 빼어 들었다. 그리고 넘겼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있었다.  맥베스가 거기에 등장하게 된 것은 일본의 신좌익운동 때문인데, 내가 겪은 학교의 2월 사건은, 말하자면 신좌익운동의 유치한 판일지도 모른다(일본의 신좌익운동이 뭔지 잘 모르지만...)는 착각으로 나는, <윤리21>은 관두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빼어 들었다.

 

그리고 몇 개월... 신좌익운동의 유치판일지도 모르는 일로 나는 지쳤고, 사람들에게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나는 화가 나는 것이 싫었다. 화를 내는 사람도 싫었고.

나는 내 안에 누가 화를 내는지 느꼈다. 나이 서른후반이니, 그게 그렇다, 이제 여기저기 들은 풍월도 있고, 이십대처럼 끓는 피에 가만 있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가만가만 앉아서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맞춰보면 내 안에 내가 보이는 것이다.

나는 화 내는 나를 지혜롭게 거두고 달래고 싶었다.

그래서 덜컥 심리분석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옆에서의 조언도 큰 역할을 했다.)

 

심리분석을 받기로 하고나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50분에 십만원. 끼약... 심리학과 갈걸, 심리학 공부 할걸, 대학원 가보겠다고 할 떄 갈걸,하는 후회를 처음 했음)

서점엘 가보니 심리분석이라는 이름만으로 책이 산더미.

 

그 무렵에 나는 김소진 10주기를 맞아, <열린사회와 그 적들>을 주문했었다.

 

심리분석 책들 앞에서 길을 잃었다.

<맥베스>를 읽고있자니, 계속 화가 났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있자니, 순수하지 못 한 내 마음이 김소진을 읽어내지 못 했다.

 

나는 다시 심리분석 책들 앞에서 서성이게 되었다.

무엇을 읽어야할지 몰랐다.

남편은 집에 있는 김형경의 <천개의 공감>부터 읽으라고 했다.

"그건 너무 나열식이라 재미가 없어."

그러고 나는 도서관에서 <내 안에 있는 여신>을 빌렸다.

몇 해 전에 친구로부터 재미있게 봤었다는 책이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을 빼어 들었다.

 

............................ (정신분석을 받고 싶다는) 질문을 공적, 사적인 자리에서 자주 받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질문자의 내면에서 우선 짚어낼 수 있는 마음은 과도한 의존성입니다. 의사를 만나기만 하면 그가 요술쟁이처럼 자신의 모든 문제를 꺠끗이 해결해줄거라 기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맞다, 집에 있는 책부터 보자.

 

그리고 < 내 안에 있는 여신>을 보고, 그리고, 누군가 빌려준다는 성격에 관한 책을 보고, 그리고, 얼마전에 서점에서 점찍어두었던 책을 하나 보고... 그러면.... 그러면,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 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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