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어버이날이었다.
다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동생네 부부랑 친정에 갔다.
우리 부모님의 집은 수지에 있는데,
한창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고 있는 개발의 현장 하고도 매우 변두리에 있어서,
조금만 벗어나면 시골같은 분위기를 맘껏 느낄 수가 있다.
저녁식사를 하려고 간곳은 그런곳이었다.
물론 식당 자체는 그리 시골스럽지 않았다.
잘 정돈된 정원,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
북적거리는 손님들..
그런데도 어쩐지,
단지 주변에 한적한 논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거였다.
생각보다 손님은 꽤 많았다.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정원을 왔다갔다 하는 동안 발견한 나무 한그루!
연초록색 꽃들이 다 큰 남자의 주먹만하게 피어있었다.
주렁주렁 열려있었다고 해야 맞을것도 같다.
꽃꽂이를 하는 동생의 얼굴이 밝아졌다.
'목수국'이라고 했다.
수경재배를 하는 꽃꽂이용 목수국은 이보다 꽃이 작고 색깔도 덜 화사하다면서 좋아했다.
정말 탐스럽게 예쁜 꽃이었다.
세송이를 꺾어서 몰래 가방에 넣어가지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왔다.
안그래도 어버이날이라고 동생이 가져다 놓은 꽃바구니에 목수국을 꽂았다.
참 예쁘다..
그리고 그 옆에 화려한 빛깔로 꽂혀있는 '작약'..
그 옆에 '조팝'..
많이 들어본 이름의 꽃들이지만 나는 처음 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진서가 노래를 불렀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따라 부르라고 했다.
그저,
부르라기에 중얼중얼 따라 불렀다.
시영이형도 따라 불렀다.
진서의 목소리가 참 귀엽고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영이형의 목소리는 정직했다.
나는,
내 목소리는 불안하고 떨림이 많고 기어들어갔다.
마음속에 따뜻한 물이 확 끼얹어진것 같은 느낌이었다.
순수하고 정직한 목소리들이 나를 감싸고 마음속에선 따뜻한 물이 흘렀다.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진서와 시영이형은..
조팝같고 작약같고 목수국같다.

행복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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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5 12:41 2005/04/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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