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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03/17
    힘은 나누는 것, 누르는 것이 아니라 (1)(3)
    FLOSS

힘은 나누는 것, 누르는 것이 아니라 (1)

* 이 글은 간장 오타맨...님의 [십일월의 여자, 아니 십이월의 여자] 에 관련된 글입니다.

힘은 달콤한 유혹이다. 힘이 있으면 마구 쓰고 싶은게 사람의 본능일까? 어렸을 적 친구 집에 놀려갔다가 친구 여동생을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말쑥하게 생긴 친구였기에 그 여동생도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 맨발로 세멘트 바닥으로 된 마당을 이리저리 다니며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맨발이 그냥 맨발이 아니었다. 단단히 굳은, 그리고 짙은 갈색.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고 깨끗한 친구 옷과는 구별되는 허르슴한 옷. 친구 엄마는 다소 높은 목소리로 이것 저것 심부름을 시키고 있었다. 궁금증을 억누르지 못하고 친구한테 물어봤다. 진짜 너 동생 맞냐? 친구는 다소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고아원에서 데려 왔다고... 그 후론 그 친구 집에 가지 않았고 그 친구와 더 이상 놀지도 못했다. 이성적으로 그걸 표현할 길이 없었지만 느낌이라는 거, 사람의 느낌이라는 거는 어린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래서 안 되는데,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라면 더 잘 해주지는 못해도 자기 아이와 똑같이 해줘야 하는데, 왜 머슴처럼 부려 먹는걸까. 나이 들어 그들의 행동이 입양을 가장한 아동 노동력 착취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것도 아주 악질이라는 걸. 힘은 그렇게 힘 없는 이를 누르는데 쓰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힘 없는 이를 일으켜 세워주는데, 힘 없는 이와 함께 나누는데 쓰여야 한다. 그런데 머슴 살이 하던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아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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