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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Conscientious Objector 병역거부자 은국 기자회견

http://coinkoreamovie.blogspot.com/2009/03/eun-guks-declaration-of-conscientious.html



어쩌다 내 아들은 감옥에 가는가

 

윤혜숙 (은국의 어머니)

 

내 아들은 나쁜 놈입니다.

국방의 의무가 국민의 의무인 대한민국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놈이지요.

나도 이런 아들을 욕하고 비난했습니다.

남 다 가는 군대를, 그것도 4주 군사훈련만 하고 지하철에서 공익으로 근무하라는 것도 마다했을 때,

정말 미웠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어미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진정 가족을 생각하는 자식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도 이기적이고 자기 생각만 하는 나쁜 놈이라고 욕했습니다.

나는 그 애를 알지 못했기에, 내가 편하고 싶었기에 아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미인 나는 그저 아침에 따뜻한 밥을 먹이고 저녁이면 따뜻하게 재우고 싶은 마음밖에 없습니다.

신념? 정의? 잘못된 체제? 다 개나 물어가라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그래, 다 좋다. 너만 안 하면 누가 뭐라냐?

여호와의 증인도 있고 다른 애들도 있지 않은가?

다만 내 아들은 조용히 살아 주길 바랬습니다.

좋은 한의사로서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단체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서 누가 보아도 보기 좋은 이웃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동안 아들은 내가 모르는 곳,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많이 다녔습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지구, 이라크에서 또한 내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가슴 아프게 겪고 왔고, 또 그 일이 그에게 많은 고민과 갈등을 갖게 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평화이고 비폭력이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총과 무기가 없는 세상이라면, 살상도 전쟁도 없으리라고 믿는 아이의 신념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모여서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하는 것처럼 단순합니다.

그러나 그 단순함이 모이고 합쳐지다면 진정 전쟁없는 세상이 오리라고 저도 믿습니다.

모두 총을 거두고 무기를 없앤다면, 지금처럼 끔찍한 학살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아들의 신념을 믿습니다. 그것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라도

나는 그 아이의 어미이기에 힘을 더 해주고 격려해주며 이 힘든 시기를 겪어 나갈 것입니다.

가족이 외면한다면 누가 이 아이를 응원하고 힘이 되어 주겠습니까?

지난 몇 달 간 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수히 많은 질책과 비난을 받았습니다.

애를 어떻게 길러서 그러냐? 에미가 오냐 오냐 하니까 자식이 제 멋대로다.

그런 나쁜 놈은 호적을 파 가라고 그래라.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나는 그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괴롭히는 내 자식이 미웠던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길이 있습니다.

그것이 이해하기 어렵고 인정하기 힘든 길일지라도 본인이 꼭 가야겠다면,

가야만 할 길이 있기에 나는 내 아들을 보냅니다.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일은 내 아들로서 끝이 나길 바랍니다.

세월이 가면 반드시 모병제가 될 것이며, 병역거부로 감옥에도 갔다는 전설이 생길 것입니다.

욕하고 비난하고 격려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글 출처 재성이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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