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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맥주를 마실까 말까 한 50번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냉장고에서 캔 하나를 꺼내오다. 오늘 저녁은 감자전에 다시 도전, 이 정도 맛이면 저번보다 훨씬 더 나아진 것 같다. 감자를 강판에 열심히 갈다가 막판에는 팔이 너무 아파서 부엌 어딘가에 믹서기가 숨겨져 있는데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어쨌든 이 동네에서 파는 빵 만들 때 쓰는 밀가루로도 맛이 괜찮게 나와서, 앞으로 종종 붙여먹게 될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산책 삼아 놀러간 모리슨에서 인도 난을 보았다. 큰 거 두 장 한세트에 1.19파운드, 두 세트 사면 1.5파운드. 그 주변에서 잠시 서성이며 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다음에 사기로 결정. 8월 초까지는 그 가격에 판다고 하니 끝나기 전에 한번쯤 사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올 봄이었던가, 오리랑 함께 노춘기 쌤 일로 고대병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인도 레스토랑 생각이 났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던 날이었는데.

 

저녁 먹고 8시쯤 모리슨에 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슬렁슬렁 돌아볼 수가 있다. 학교 끝나고 4시 5시 이때쯤 가면 저녁 먹기 전에 장보러 온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비는데, 저녁 먹고 나서는 그러지 않아서 맘에 든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임박해서 싸게 나온 것들 중에 괜찮은 간식 거리들을 건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 고른 건 pecan plait이라고 적힌 파이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무슨 미국 땅콩 종류인 것 같은데, 씹히는 맛도 있고 달달하니 맥주 안주로 딱인 것 같다.

 

오늘 아침엔 무려 5분정도나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이 지역 도서관에서 빌린 멋진 책을 방에 모셔만 놓곤 읽을 시간을 못 찾고 있는데, 아침에 해도 일찍 뜨고, 그 전날 늦게까지 노느라 못 자는 일도 없으니 아침에 약간만 더 일찍 일어나서 책을 보고 여유있게 점심 도시락도 만들면서 학교에 여유롭게 걸어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거 원 아침마다 종종 걸음으로 걷다보면 서울 살 때 바삐 전철타러 걸어가던 거랑 별 다를바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머쓱해진다.

 

상쾌하게 도착한 월요일 아침, Ian 이라는 동네 할아버지처럼 구수한 선생님이 날 보더니 반이 옮겨졌다고 다른 교실로 들어가라고 말해줬다. inter에서 upper-inter로 옮겨진건데, 나름 레벨업이어서 내심 긴장을 했는데, 생각처럼 수준이 확 높거나 한 것 같진 않았다. 전에 같이 살던 하우스메이트가 얼핏 봐도 나보다 영어가 서툰데 레벨은 나보다 높은 반에 있던 걸 경험해서 그런지 이 학원에서의 레벨이 크게 의미있게 다가오진 않는다. 다만 느낌에 왠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전처럼 편하게 물어보기 약간 뻘줌한 느낌은 있는 듯 하다. 물론 내가 모르는 단어는 다른 학생들도 다 모를 거라는 이유없는 자신감이 있긴 하지만.-_-;;

 

하루에 한번씩은 꼭 불쑥불쑥 찾아드는 외로운 감정들을 어떻게 대면할 것인지, 지금 여기서의 가장 큰 화두인 것 같다. 외로움, 한편으론 지금 내가 왜 여기 있는가에 대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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