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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20일

4월 16일

[MP]

세번째 모닝페이지. '작심3일'의 3일째. 6시에 다들 일어나시더라. 난 6시 30분까지는 자고 싶었는데. 하지만 "to me"가 아니라 "for me"의 마음으로. 덕분에 여유있게 스트레칭, 호흡, 모닝페이지까지.

어젯 밤 뭉쳐진게 느껴지던 어깨를 계속 주물러주고 잤더니 오늘 아침은 좀 가벼워졌다. 장 운동도 적당히 활발한 것 같고. 이불을 소지 분이 새로 갔다주셔서 덕분에 더 편하게 잔 것 같기도. 수면안대를 본 그분이 "완전 다 준비해왔네" 하신다. 그렇게 큰 자극은 아닌데, 그 말을 했을 때 그 분들 느낌과 욕구,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느낌 내욕구도 한번 고민해봐야겠다. 첫 주말, 잘 보내자

덧, 어젯 밤 다같이 이불을 깔면서 MT 온 기분이 난다고 말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서는 무의식 중으로 그동안 밤새 온 문자가 없는지 핸드폰을 찾았다.

 

가장 기운이 있을 때 쓰는 편지. 햄, 엄마 그리고 후원회.

 

4월 17일

[MP]

밤에 다가이 이불을 펴고 기존 두 분이 자기 시작할 때 나와 선규씨는 조용한 가운데 독서에 집중한다. 9시부터 10시 반까지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독서를 한다. 밤에 잠을 못잤다고 낮잠을 자고 싶진 않다. 10시 반이 넘어도 졸리진 않지만 눈을 붙이려고 누웠다. 안대를 한다. 하루중 거의 유일하게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내 의식은 비로소 이 좁은 방을 벗어나 바깥 친구들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리움이 몰려오는 순간이다. 지난 주 월요일 헤어지던 날의 풍경들. 햄과 갔던 낙산, 강릉의 풍경들이 영사사진처럼 한장면 한장면 넘어간다.

밖에 못 나가니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더 해야겠다. TV 소리가 안 나니 조용하다. 점검을 기다리는 지금 시간은 아침 6시 30분.

 

4월 18일

[MP]

월요일이다. 애초에 내가 들어왔으면 했던 날짜. 그래도 일주일이 가긴 갔구나. 어젯밤 꿈엔 교도관과 대화를 나눴다. 내 힘듦을 토로하고 있었다. "잘 지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것 가다고. 실제로 잘 지내고 있는지는 헷갈리기도 한다고. 어쨌든 이제 잠은 잘 드는 것 같다. 오늘은 면도를 좀 해야겠다.

 

4월 19일

[MP]

어제는 6통의 전자서신+상우에게서 온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얼른 다 답을 해야한다는 조급함이 몰려왔다. 기계 찍듯이 편지 쓸 시간을 확보하려고 시야가 '핀 포인트'가 되었다. 엄마와의 관계가 큰 화두이다. 그 사이에서 조정하는 일을 맡아준 고마운 아침에게 어제는 사무적인 편지만 써버렸다. 매일 익일특급을 보낼 것이 아니라면 좀 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을 목욕이 있는 날. 일주일 중 가장 설레는 날이 되었다. 날씨가 맑다. 오늘 밤에도 보름달을 지켜봐야겠다. 혀를 데었다. 뜨거운 물인줄 모르고.

 

4월 20일

[MP]

장애인의 날. 어제는 현민을 만났다. 가석방 대상 심사에 오르지 못했다는 그의 이야기. 어떻게 잘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의 처지에 놓였을 때도 지금처럼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오늘 아침 자기공감 명상을 하는데 평소보다 집중이 잘 안되는 걸 느꼈다. 멍한 기분이랄까. 벌써 이곳의 일상에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헤이스팅스를 다녀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떠오른 곳은 낙산 그리고 햄이었다. 금요일에 접견이 있다고 하니 확실히 설렌다. 후원회에 보낸 편지 두 통 모두 잘 갔는지 궁금하다. 상대를 탓하거나 아쉬워할 게 아니라 내가 그냥 중요하다 생각되는 편지는 등기로 보내는게 현명할 것 같다. 그리고 상대를 믿는 것. 여기 바람을 통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제 받은 염 편지 덕분에 여기서도 면도 잘 하고 자주 씻고 깔끔하게 관리햐야겠단 다짐을 해보았다. 오늘은 좀 더 시력 관리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열심히 해야겠다. 자기 공감 후 찾은 욕구를 말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았다. 등장인물들의 마음씀씀이가 감동적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맘 놓고 울 수가 없었다. vulnerable 하기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 상시적인 긴장을 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만화 속 예쁜 사랑을 보면서 햄 생각이 많이 났다.

"(혼자) 오래 살아라." '혼자'라는 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난다. 채식을 한다고 닭훈제나 소세지, 구운 계란을 안 먹는다고 하고 콜라나 커피도 사양을 하지만 두유와 사과는 잘 챙겨먹고 물을 자주 먹는 나는 "몸 챙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까는 컵라면을 뜯으면서 스프를 반만 부었더니 왜 반만 넣냐면서 또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그런 말들을 별 자극없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는 순간 확 자극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이러면 보기 불편해?"라고 물었다. 한국 남자들은 느낌으로 물어보면 안 된다는데. 역시나 그는 바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불편한 건 아니고..." 하면서 말이다. 일단은 자기 공감. 아니 자칼쇼부터. 왜 다르다는 걸 가만 못 두는지 모르겠다. 그냥 자기랑 다르면 다른 거지. 왜 자꾸 사사건건 나를 특이한 존재처럼 보는지. 상대의 말이 비난으로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고기를 먹는다면, 스프도 하나 꼬박 넣어 먹는다면, 그의 어떤 욕구가 충족이 될까? 유대감? 소속감? 친밀함? 내가 찾은 나의 욕구는 이해, 존중, 배려, 평탄함, 여유 정도. 신뢰의 욕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 자극이 되는 말을 했던 이는 정작 '비타민약'은 늘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웃기는 일이다. 그가 낮잠을 곤히 자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풀리긴 했다. 자기부탁. 다시 :너 왜 안먹어?"라는 식의 질문을 들으면 느낌 대신 "내가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 "같이 먹으면 더 친해질 것 같아?"라고 물어봐야겠다. 그 다음에 나는 "나도 친해지고 싶긴 한데 이걸 먹지 않고도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어"라는 식으로 말을 해봐야겠다. 나는 대인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마음을 넓게. 할말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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