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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오늘 아침엔 타이밍을 못 잡아서 자기연결할 시간을 놓치고, 처음으로 풀타임 일을 한 뒤 돌아와 TV(해리포터)를 눈앞에 두고 호흡을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그동안 한달을 했으니, 하루쯤 못해도 괜찮겠지 생각 중이다. '식깡' 외우는 게 일이긴 한데, 너무 조급하게 생각말고, 여기 나 잡아 먹는 사람 없고 결국 다들 각자의 징역을 사는 사람들이니, 쿠사리 주는 혹은 까칠한 사람은 그 정도의 인격밖에 안된다 생각하며 내 할일 최선을 다해서 하면 곧 적응해서 '평탄'한 시간이 오리라 믿어야겠다. 많이 긴장한 상태란 걸 부정할 순 없을 것 같고, 다만 내 사고가 이 곳에 매몰되지 않도록 수시로 스스로 깨우쳐줘야 할 것 같다. 급한대로 편지 쓸 시간도 있을 것 같고 뭐 나쁘지 않다.ㅎ 일단은 6월 말까지 꾸욱 참고. 그럼 이제 딱 1년 남은 셈이다.
5월 15일
"On Air"- 딱 듣고 난 이제 저녁 설거지할 거리들이 들어온다는 소린 줄 알고 급 긴장을(?). 긴장까진 아니고 준비를 했는데, 알고 보니 오늘부터 일요일 저녁 5시 25분(잘 기억이ㅠ)부터 해주는 "나는 가수다"방송 얘기였다. 참, 취장 휴게실에는 벽걸이 평면 TV가 있다. 만화책도 많고. 참, 사동 방 화장실에선 바깥의 네온사인까지 보여서 기분이 참 묘하다. 징역이란 생각이 안 들고 그냥 '노동'하는 기분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저녁 식깡 설거지가 끝나고 나서 흘린 땀. 곧이어 이어지는 샤워. 그 개운한 기분. 하루가 끝났다는. 일종의 성취감마저 든다. 그 시간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보내야지. 1시간 운동시간도 마음에 든다. 슬슬 리듬도 잡혀가고 있다. 나의 적응력이란.ㅋ
5월 16일
훈련생 신청을 했다. 서울대라는 학벌이 주는 후광이 크다. "선생님"소리를 듣다니. 허허. 얼른 햄에게 편지쓰고 자야겠다. 내일 하루도 무사히 마쳐야할텐데. 시간 잘 간다.ㅎ
5월 17일
운동시간에 운동을 안 하고 누워서 혼자 울었다. 복창을 안 한다고 지적을 받고 기분이 급 다운되었다. 관찰로 다시 적고 싶지가 않다. 계속 드는 생각이지만 서로 같은 '존중'의 욕구를 갖고 있지만 그게 비극적으로 표현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어렸을 적 싸우다가도 불리해지거나 혼자 힘으로 안 될때 아빠한테 달려가면 해결이 되던. 지금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순 없다는 사실이 날 울게 만든 것 같다. 결국 내가 이 상황을 온전히 혼자 견디고 헤쳐나가야 한다는 막막함. 지원, 따뜻한 돌봄이 필요하다. 축 쳐져 있는 기분이 오후에 작업장 찾아온 현민을 보고, 5시 입방하며 만난 영배씨를 만나 좀 회복이 되었다. 아침엔 재리 반장이 나 보고 이발 배워볼 생각이 있냐고 해서, 바로 훈련생 신청 포기를 했다. 알고보니 전업에 2달 이상 걸린다는 말에 바로 후회를 해서 기분이 더 안 좋았다. 에휴. 영배씨 얘기 들으면서 다시 희망이 생기긴 했지만, 이런게 희망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고. 취장에서 눌러 앉아야지 생각해야겠다 싶지만, 그래도 이 곳의 문화에서 버틸 자신이 없다. 결국은 각자 징역이고, 역할극을 하는 것인데 그 사실이 잘 안보이고 인격에 대한 비난으로 들리는 상황이 힘들다.
5월 18일 - 햄 접견
긴 하루의 끝. 재진이, 수봉, 아침한테 온 편지를 읽으며 하루를 정리해본다. 내가 훈련생 신청했다 취소하고 다시 재리 가볼까 한다는 말이 돌아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너 재리 간다매?"하는 소리를 들었다. 봉사원(서열 1위를 봉사원이라고 칭하는 게 아이러닉하긴 하다)한테도 한 소리 듣고 데미지가 컸다. 접견 온 햄을 만나 내내 울었다. 안 울려고 했는데. 걱정할텐데. 접견 마치고 돌아가는 햄의 마음은 어땠을까. "형만이형"을 알아 다행이다. 내가 그토록 싫어 했던 "목포"라는 공통점 덕분에 큰 지원군을 얻었다. '아빠'가 생긴 셈이다. 지금 이 시간들이 날 괴롭히는 시간이 아니라 내게 뭔가 의미를 남겨줄 선물이란 생각을 해야겠다. 여기서 적응하면 남은 징역은 껌처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5월 19일 - 햄 통화
ㅁㅅ. 햄에게 편지 한통씩 쓰고 나니 어느새 잘 시간이다. 에효. 허리가 조금씩 아픈데 적응이 되겠지 싶다. 내일만 일하면 이제 휴일이다. 밀린 편지를 누구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다. (...) 카페에도 한통 써야할텐데. 쓸 여력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책 읽는 시간보단 편지 한통이 더 힘이 많이 된다.
5월 20일 - 엄마 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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