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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 여기 한국 학생 중에 군대를 다녀온 부산 출신 남학생이 한 명 있다. 내가 지난 여름 이탈리아에서  돌아왔을 때 막 코스를 시작했던 학생인데, 처음 보자 마자 영어로 내 나이를 물어보던 사람이다. 초면에 나이부터 물어보는 전형적인 예비역 냄새가 나서 그닥 별로 말을 트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유머센스가 있고 바탕은 선한 사람처럼 보여서 그럭저럭 잘 지내온 것 같다. 덕분에 프리즌브레이크 파일도 전해받고 말이다.
오늘 수업 시간 중에 자기 의견을 말하는 speaking task가 있었다. 여러 주제들이 있었는데 역시나 그 분은 숱한 주제 중에서도 military service를 고르셨다. 그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서 뒷골이 살짝 땡기기 시작했다. 어쩜 그렇게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토씨 하나 다름없이 똑같은 말들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군생활은 참으로 지루했다, 밤에 보초를 설 때면 2시간씩 나눠서 4시간밖에 못자곤 했다, 무릎에 무리가 오기도 했다, 하지만 군생활을 마치고 나니 참으로 보람있었다, 남자로 인정받는 느낌이었다('become a man'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지만 내가 그들을 위해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등등. 입대를 하기 전에는 군대가 무섭고 피하고만 싶었는데, 아버지 왈 자신이 군복무를 안 하면 다른 누군가가 그 힘든 일을 해야한다고 하셔서 기꺼이 입대를 했다는 말도 했다. 사실 이런 얘기를 듣는게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물건너에서도 이런 지겹고 똑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을 보게 되다니 문득 소름이 다 끼쳤다. 한국 군대의 위대함이란!

* 열심히 런던으로의 이주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일랜드에 가서 어떻게 하면 숙박비를 좀 더 줄여볼 수 있을까 요리조리 알아보는데 쉽지가 않다. 공항에서 총 두 밤을 자려고 했는데 왠지 춥고 몸 삭을 것 같은 두려움에 하룻밤만 지샐까 고민중이다. 푸훗.






베니스에서,,그 땐 무지 더워서 싫었는데 지금처럼 추우니 또 그때의 땡볕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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