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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3
    울음이 필요한 밤
    청올
  2. 2008/08/26
    2008/08/26 [꿈] 민들레
    청올

울음이 필요한 밤

필요한 건 울음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에겐 무기가 없기 때문에

그것도 부딪치면 너만 아프게 하고 나는 아프지 않은 신소재 무기가 아니라

부딪치면 너를 아프게 하고 동시에 나도 아플 수밖에 없는 살과 피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보다 살과 피를 가졌기 때문에 숨 쉬기 때문에 아플 줄 알기 때문에

 

나는 '도발'하는 법은 본능적으로 알지만 내가 도발돼 발끈하지 않는 법은 알지 못하고 배우지도 못했다

그리고 내가 도발당해 발끈할 때에 아니 또는 내가 체감하기에 그보다 잦게는 억압당해 꿈틀할 때에

나는 '네가 도발했다 그러므로 내가 그렇게 한 것은 폭력이 아니다'란 말을 들으며 살았다

 

그때의 울음은 분노의 울음이고 칼을 가는 일이기도 했다 칼은 보이지 않았지만

내 혀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혀가 아프게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돼 있다

막상 진짜로 아픔을 겪어보아야 그 입장을 알 자들은 너무나 멀리 있다

 

그러나 나는 또한 '네가 도발했다 그러므로 내가 그렇게 한 것은 폭력이 아니다'란 말을 하며 살기도 했다

그렇게 살기도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많이 모른다 내게 찔린 자의 아픔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제대로 설명 듣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 아픔을 줄 수 있지 못한 무기로만 찔렸기 때문에

 

그러나 아니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선 함께 우는 일이다

분노 억울함 이상 꿈 사람 사랑 원망 기억 미움 희망 뒤엉켜

벼릴 힘이 맨몸에서 나오는 건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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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꿈] 민들레

[꿈] 민들레가 드문드문 있는 언덕. 그들은 지난해 민들레를 잘 심어 키워 내다 팔아서 없는 살림에 보탬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어딘가에서 겨우 몇 포기 구해 와서 이걸 누구 코에 붙이나 하고 어물쩍 들고 있는데,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그들이 열심히 들고 오고 실어온 민들레 포기들이 여기저기 풍성하게 쌓였다. 우리는 민들레 씨를 손쉽게, 그러나 될 수 있으면 그래도 아스팔트에 버려지지 않도록 뿌리를 내릴 만한 흙이 있는 쪽을 향해, 뿌렸다(기보단 들고 살짝 치거나 흔들었다고 해야 하나). 흙이 있는 한쪽 땅에서는 몇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씨앗이 앉은 자리에서 줄기가 자라나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치 그닥 어리지 않은 고사리 줄거리같이 갈색의 매끈하고 나름 곧게 뻗은 모양새였다. 한쪽에는 높은 담장이 있었는데(기억으로는 마치 이명박의 차벽 같았다 - 뭔가 평소 보고 지내는 현실에 환경으로 실재하지 않던 것이지만, 막상 눈앞에서 그것을 맞닥뜨린 순간 그 비현실적인 구조물은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고 다만 그 덩치로만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를 압도적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그곳에 키가 크게 자란 민들레 세 줄기가 있었다. 그 중 한 줄기 꼭대기에 마침 씨앗털이, 막 날아가도 될 만큼 풍성하게 하얗게 잘 익어 있었다. 나는 키가 닿지 않지만 긴 막대 같은 것을 들어 씨앗을 살짝 건드렸다. 씨앗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아니면 그 키큰 줄기가 다시 살아났는지, 그것은 거의 동물에 가까운 빠른 움직임으로 줄기를 뻗어 내려오면서 바닥에 뿌리내릴 곳을 찾았다. 바닥에 놓여 있는 어떤 물체에 닿으려길래, 그곳은 뿌리 내리기 안정적인 장소가 아니라 걱정이 되어서, 나는 얼른 민들레 줄기에게 거긴 아냐, 말하며 그 물체를 치워 주었다. 거대한 민들레 줄기는 다시 다른 곳을 더듬더듬 짚어 보면서 몇 번 지나지 않아 금방 괜찮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마음껏 뻗어 자라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른 민들레들도 씨앗을 잘 뿌렸다. 올해도 많이 나서,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사실 뿌리면서도 마음 한켠엔, 혹시 이 동산이 온통 민들레로 덮여, 분명 뭔가 이곳을 '관리'한다는 사람들이 언젠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을 풀어서' 이곳 민들레를 모두 뽑고 잔디를 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들어 조금 맘이 무거웠지만, 우리에게 별다른 선택이나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그나마 덜 뽑히길 바라면서, 또는 민들레를 워낙 많이 심어 놓으면 뽑혀도 뽑혀도 살아남고 살아남을 생명력을 믿으면서, 하던 것을 계속할 뿐이었다. [꿈에 나온 현실 이미지, 아마도] 엠티에서 안주가 떨어졌을 때 내놓은 과자 조각과 그들이 준비해 내놓은 과자들 (그저께 마포만두에서 저녁 반찬으로 먹은) 고사리 예스24(알라딘이었나?)에서 본 나무로 된 원숭이 책갈피 차벽 도시의 영화관에서 본 <괴물>의 꼬리와 솔고개의 일요일 새벽 아스팔트 도로 위에 잘려 있던 뱀의 꼬리(로 짐작되는, 어떤 동물의 일부) 공원 잔디에서 풀 뽑는 아주머니들 사진(라이카클럽 갤러리던가) 공공근로 이야기 활동가로 살아가는 그들 또는 살짝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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