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포구 평생학습관에서 평생학습(아니 평생구직)을 하고 있는데 전화 온 것이 찍혔다. ㅎㅈ원룸ㅅㅎ건축이란 이름으로 저장돼 있다.
- 네 ㅅㅎ건축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 원룸... 전화하셔서 했는데요.
- 네 안녕하세요. 혹시 몇 호시죠?
= ***호요.
- 아 ***호... ㅎㅈ동 원룸 맞으시죠. / = 네. / - 제가 전화했는데요.
(나랑 통화한 적도 몇 번 있는, 그 건물 5채를 임대하는 집주인의 사무실 직원이다. 모든 임대업 관리를 맡아 하고 있다. 그 집은 주인 따님의 명의로 돼 있지만 나는 그 '따님'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계약할 때 요구해서 확인통화만 했다... 그 '집주인'이나 그 사무실에 찾아가 굽신하는 부동산 사람들이나 너무 어이없어했지만.)
연말정산 때문에 전화드렸어요. 혹시 연말정산... 하시나요?
= 네 하는데요. 어떤 일 때문에...
- 아 이번에 월세가 연말정산에 들어가잖아요. 2월부터 반영되거든요. ... 그리고 혹시 5월에 만기(계약 만료)가 되면 이사를 나가실 건가요?
= 네 아마도... 근데 연장도 가능한가요?
- 네 물론 가능합니다.
= 근데 그 연말정산에 월세가 올해에도 반영되는거여요? (살짝 좋을듯 하지만 의구심) 2월부터 내는거부터면 내년에 반영되는 거 아닌지...
- 네 내년부터 반영되는데 올해 2월부터 내는 것부터니까, 그 전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해서요.
= 네 그럼 저도 연말정산 하니까요. 그렇게 해주세요.
- 근데 그러면 올해 걸로 계약서를 하나 써야 해요. 계약서가 작년 거잖아요. 그러니까 올해 2월부터 냈다는 걸 반영하려면... 저희가 1월 17일 날짜로 6개월 정도 계약서를 써서, 기존 본계약은 그대로 두고, 5월 만기 때 나가시면 그렇게 하고 아니면 연장하면 본계약대로 하면 되니까요.
= 네? 근데 잘... 이해가 그러니까 연말정산을 하는 데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나요?
- 다시 쓰는 건 아니고 본계약은 그대로 있고요. 이번 연말정산에 반영될 월세는 올해 2월 거잖아요. 그래서 올해 것으로.
= 네 그럼... 이상하다 근데 그럼 연말정산을 하려면 계약서를 올해 걸로 써야 하는 건가요? 그냥 계약서는 작년 것 그대로라도 올해 2월부터 월세 냈다는 자료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지요...?
- 아 물론 그렇긴 한데... 그래도 올해 것으로 하면... (흐림)
= 전 잘 이해가... 그러니까 말하자면 전국의 모든 세입자들이 계약서를 다 새로 올해 걸로 써서 장만을 하는 것인지... 그래야 연말정산에 반영된다는... 말씀인가요?
- 아, 그런 건 아닌데요. 다만 저희가 신고할 때 계약서가 올해 것으로 되려고...
= 그럼 연말정산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면... 특별히 왜 그래야 하는지 혹 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요.. 그걸 안 쓰면 연말정산에 지장이 없다면 저는 별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 네. 아니 그냥 꼭 연말정산 때문은 아니고 그냥 저희가 그래 주십사고 하는 거예요.
= 저는 왜 그래야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특별한 다른 이유가 있는지요...?
- 저희 수익 때문이에요. 그걸 쓰신다고 나가실 때나 연장하기에나 달라질 것은 전혀 없구요.
= 아, 그럼 연말정산에는 상관이 없는 말씀인...
- 네. 그냥 저희 수익 때문에 그렇게 해주십사 부탁드리는 거예요. 날짜만 올해 걸로 써주시면 됩니다. 전혀 달라질 건 없고요.
= 수익 때문에요.. 그것도 전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인지 잘 모르겠어요. 전 별로 굳이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딱히 설득이 되지가 않고...
- 아니 그렇게 해주시면 되는데... 그럼 제가 이따 오후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 네...
-------------------------
지루하고 별로 알 수 없는 통화가 끝나고, 생각해 보니, 그리고 아빠에게 전화해서 얘길 전하고 들어 보니 아마도 세금 때문에, 그 전까지(작년까지)는 빈 방으로 신고하고 올해부터 월세 받은 걸로 하려고 한 것 같다고 한다. 옛날 같으면 임대업자가 뭐 해달라고 하면 세입자가 무조건 다 들어줬다고 한다... 근데 이런 일 안 해 준다고 나가라고 하지 못한다며(허걱 그런 상상까지 하진 않았는데), 너 알아서 잘 하라고 잘했다고, 하였다...
그래 세금 때문이지.
사실 내가 있는 곳은 재개발 예정지이다. 다른 부동산들은 다 알고 있는데, 그래서 이후 들어올 세입자가 없어서 아마 중간에 방 빼기 어려울 텐데, 라고 하는데, 그 임대업자에게 충실한 부동산은 그런 얘길 절대로 전하지 않았다. 내가 중간에 월세를 내기 힘에 부쳐서 다른 집을 알아보느라 다른 부동산들을 다니다가 내 주소를 말했다가 알게 된 사실이었다...
얼마 전에는 겨울 내내 온 문자, "날이 추우니 외출시 베란다 문 창문 꼭 닫으시고 보일러 절대 끄지 마시고, 수돗물에 온수가 졸졸 나오도록 틀어놓으시기 바랍니다 - 집주인" 이따위 무개념 문자를 보내서, 가뜩이나 이런 문자를 심심하면 받아서 슬슬 짜증이 나던 차에 어느 날 저녁에는 모처럼 서점에서 유유자적 거닐고 있는데 '날이 추우니...'로 시작되는 따뜻함을 가장한 문자에 이런 얘기가 두번에 걸친 문자로 길게 오고 '집주인'이란 말에 꼭지가 돌아서 답문을 보냈었다. 그 전엔 사무실 번호에서 와서 답문도 어려웠지만 그땐 마침 휴대폰이라...
"집주인은 집에 지금 사는 사람이 주인이고 월세 관리비 다 받으면서 임대 장사하는 사람은 주인이 아니라 상인이고, 관리비를 반납하든가, 수도 동파하면 사는 사람이 우선 불편한데 어련히 알아서 할까, 이런 문자 남이 사는 집 개인 휴대폰에 보내 이래라저래라 함부로 요구하는 거 실례요. 일하지도 않고 돈 버는 주제에"
난 훨씬 여러 번에 걸쳐 보냈지만 암튼.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세입자들에게 어떻게 저렇게 '추운 날씨에' 혹시라도 자기 집을 망칠 잠재적 위험인자(?) 내지는 '자기 집'에 살려면 뭐 묻히지 않고 관리를 잘해주고 나가야 할 존재들로 보는 것일까. 정말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나서 나름 많이 참은 점잖은 독설로 화풀이를 해 버렸다...
세금 비율은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럴 땐 일일이 5채 안에 사는 층층이 호호마다 세입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연말정산 핑계로(이건 완전히 사기에다, 계약서 추가로 안 써주면 연말정산 못 받는다는 공갈협박이지) 어찌나 부스러기까지 빠져나가지 않도록 긁어 모으는 데 알뜰하신지... 집 계약할 때나 월세 관리비 계산할 때는 하루라도 늦게 들어와서 지불 기한이 늦춰질까 봐 날짜를 최대한 일찍 박도록 분위기 압박하던 사람들이. 돈에 미친 게지 과연. 자기 돈에 보탬이 되어줄 사람이냐 그렇지 않으냐가 이들이 세입자를 보는 기준인 것 같다. '건축설계 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임대업 비서로 먹고사는 그 직원도 중간에서 참... 먹고살려고 하는 '다들 그렇게 하는' 거짓말이 이제는 입에 붙었을 것이다.
나도 거의 넘어갈 뻔하다가 뭔가 이상하다 하고 캐물어서 들은 솔직한 대답이고 보면, 많이들 속아서, 또는 귀찮아서라도 써 주고 말았을 것 같다. 돈 갖다 바치는 머슴들 많이 거느릴 자격이 있는, 지금 우리 사회 같으면 충분히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될 인물이야. 그 누구처럼.
(나도 참... 여러 가지를 핑계로 용산은 한번도 못 가보고 졸지에 이력서만 줄창 고민하고 써대고 있다... 심지어 이 글 하나 내뱉는 데에도 내가 이런 걸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닌데, 하고 망설이니 참. 정리되지 않고 적지 못한 생각들의 조각은 꿈에서나 나타나고 말이야. 동생의 현장에서의 싸움도 결단도(요즘의 그 현장은 아니고 연구소라는, 데이터 조작이 곧 일어나려는 명백한 찰나, 힘의 관계에서 절대적 약자로서 앞으로 연구 갈 길이 창창한 자기를 던져서 양심적 내부고발을 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인 현장 - 그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연구자로서 자존심을 걸 수밖에 없기에 결단을 했지만)... 그를 보는 소심한 나는 지금도 삼키는 침이 급히 마를 뿐이야.)
댓글 목록
청올챙이
관리 메뉴
본문
동생이 이걸 보더니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며, 그 직원 얘기 한 줄 듣자마자 탈세하려는 걸 눈치 못 챈 게 더 놀랍다고 한다... 나는 넘 아무렇지 않게 저렇게 쉽게 거짓말하는 사람이 낯설어서 당황스러워... 나만 넘 눈치 없이 살아왔나... 음... 하여간 세상 물정 너무 나쁘다.부가 정보
하루
관리 메뉴
본문
전 그래서 집주인 공포증이 있어요.돈주고 빌려사는 건데 아랫사람 다루듯 하는 거...열쇠가 허술해서 새로 맞췄더니 자기네도 여분 하나 달라고 하는거...아무튼 이래저래 무례한 사람들...부가 정보
청올챙이
관리 메뉴
본문
우앗 저도 열쇠가 허술하다고 제대로 된 자물쇠 맞춰달라고 했다가 오히려 그런건 개인이 하시고 오히려 '대신 하게 되면 자기들도 여분 하나 달라'기에 뜨악했었는데... 에효 다들 그렇군요(제가 경험이 짧아서리-_-^ 이제 저도 공포증이 생길 준비를 합니다... 흑)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