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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최선의 방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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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멕시코 GP

Libertad Enríquez Abad and Azucena Palma Mena

번역 /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 GP 적녹보라 의제행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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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최선의 방어입니다” 멕시코의 정부 프로그램 이미지는 다양한 도시에서 포스터, 전자 미디어, 텔레비전, 라디오 등을 통해 여성들을 호출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보장에 도달하기에 멕시코 여성들의 현실은 너무 멀리 있다.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 무지, 실종, 불관용, 차별, 위협, 불공정, 그리고 페미사이드(여성살해)가 만연해 있다.

이 끔찍한 현실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지난 달의 사건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여성들이 젠더 폭력에 맞서 집회를 하고, 논쟁의 중심에 서서 가사노동과 무급 돌봄노동을 마비시킨 국제여성파업(International Women's Strike)을 벌였던 3월 8일, 비르헨 데 라 아순시온 the Virgen de la Asunción 주의 쉼터(Safe Home)에 거주하던 과테말라의 소녀들과 청소년들은 그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했던 경비원들과 공무원들에 의해 지속적인 학대와 성폭력, 과밀수용, 강요, 그리고 제도적 폭력을 당하고 이에 저항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극도로 가난하고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폭력 피해자들로서 가족들에게, 성적으로, 공동체에서 (조직범죄의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을 그 집에 머물게 한 정부는 그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전한 집”이 비인간적인 관행과 인신매매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탈출하자 정부는 그들을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미주인권위원회의로 가기 전에 인권감시관에게 사전예방조치를 요구했음에도, 소녀들과 청소년들이 사망한 후인 3월 13일까지 그 요청은 거부되었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붙잡히자, 물이나 음식조차 전혀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방에 가두고 문을 잠궜으며, 그곳에서 이들은 절망적인 상태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문을 열 수 없었던 그들은 구출되지도 못한 채 결국 사망했다. 멕시코에서 우리가 #잃어버린_43명의_학생들은_우리에게_계속되고_있다는 캠페인을 한지 30개월이 되었는데, 이제 과테말라에서 #우리에게_잃어버린_43명의_소녀들과_청소년들을 이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안전한 집”에서의 성폭력으로 인해 불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9명이 임신 상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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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페미니스트인 운전자 타마라 데 안다 Tamara de Anda는 택시 운전사에 의해 희롱을 당하고 그를 멕시코시티 민사법원에 고소하기로 결심했다. 그 남자는 욕정이 넘치는 폭력적인 말투로 “어이 예쁜이!”라고 외쳤다. 멕시코시티의 시민문화에관한법률 23조에 따르면, 이는 언어적 괴롭힘에 해당하며 그를 제재할 요건이 된다. 드물지만 운 좋게도 타마라는 전례없이 긍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응답을 받아냈고, 사건을 맡은 판사 역시 신속하게 움직여 타마라의 사건을 제기했다. 택시 운전사는 몇 시간 동안 멈춰 서서 타마라에게 손해를 유발한 것에 대해 벌금을 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이후 타마라는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계정과 직장 계정으로 연달아 무자격이라는 비난, 조롱, 위협, 매우 심각한 강간과 여성혐오살해 협박을 받았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제기한 절차와 비난에 대해 과장되고, 추악하고, 차별적이고, 계급적으로 그녀의 자격을 논했다. 그녀의 친구들과 나눈 타마라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그들이 그녀에게 예쁘다고 했을 때 그녀는 똑같이 응대했다. 그러나, 그녀는 택시 운전사의 그녀를 향한 음란하고 폭력적인 말투의 “예쁘네”라는 말은 동일한 의미의 단어가 아니며, 때문에 택시 기사를 신고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응답들만 받은 것은 아니다. 타마라는 특히 공공장소에서 일상적으로 맹목적인 성희롱 폭력을 마주하는 페미니스트들과 그녀의 용기와 진정성을 아는 시민들로부터 다양한 지지도 받았다.

 

법적 고소보다 훨씬 빠른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에는 연방과 주 차원의 형법에서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여성 대상 폭력의 형태와 지역 목록을 명시한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위한 여성 권리 보장에 관한 일반법(LGAMVLV)’이 있지만, 고발 과정은 길고, 보통 2차 피해를 야기하며 몇 달이나 몇 년까지 연장되기도 한다.

 

정의롭게 해결된다는 보장도 없이, 타마라가 사용했던 민사 방식이 ‘여성이 안전한 도시’라는 맥락에서 새롭고 효과적인 전략이 되어버리는 것은, 제도적으로도 부실하고 폭력을 다루는 시민문화도 부족한 여러 상태도 불구하고 여성에게 기여하겠다며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멕시코시티 정부를 더 고무시켜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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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일 후인, 3월 18일, 네 살에서 다섯 살 가량 되는 한 소녀의 몸이 멕시코 주 한 지역의 보르도 데 소치아카 Bordo de Xochiaca 산등성이에서 발견되었다. 머리를 구타당하고, 성적 학대나 강간이 의심될 만큼 허리 아래쪽 옷은 벗겨진 채로 발견되었는데 그 날까지 이 아이를 안다고 하는 사람은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 활동가들이 검찰 공무원들에게 사건 전체 파일을 요구하고서야 이 사건은 페미사이드 사건으로 조사될 수 있었다. 멕시코에서 이런 범죄들은 정부 건물 안에서 시위를 하거나 대중매체와 소셜 네트워크로 압력을 넣는 식으로 페미니스트들을 통해 직접적인 사회적 압박을 가해야만 겨우 조사가 진전된다. 멕시코 주의 다른 지역과, 멕시코의 여러 다른 주에서 최소 다섯 명의 여성들이 살해당해 황무지에 누운 채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새삼스럽지도 않게, 아기들과 어린이들, 청소년들을 죽인 살인자들과 (생물학적,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 여성들을 살해한 페미사이드 가해자들이 사라졌다는 뉴스가 매일 보도된다. 남성들도 살해를 당하지만, 소셜 네트워크에서 홍수를 일으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검색 기록들 뿐이다.

 

미로슬라바 브리치 벨두세아 Miroslava Breach Velducea는 BBC 월드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 “...멕시코에서는 ‘불편한’ 여성 기자들이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살해당한다.”

 

54세의 한 멕시코 여성은 멕시코 북부 치후아후아 주에서 오랫동안 해온 작업들로 널리 알려졌다. 그녀는 아이 하나를 차에 태우고 집에서 출발한 3월 23일 목요일 아침에 몇 발의 총을 맞고 살해되었다.

그녀는 가장 중요한 신문사 중 하나인 라 호르나다 La Jornada의 기자였다. 그녀는 치후아후아의 지역 신문사에서도 일했고, 후아레즈 시 북부 신문사의 편집장이기도 했다. 최근에 지역 신문사 하나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녀는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에 대해 보도하고, 이들을 가시화하며, 지지하면서 항상 치후아후아의 인권 침해 문제에 관심을 쏟았던 기자였다.

 

그녀는 2010년 이래 멕시코에서 살해당한 열두 번째 여성 기자이다. 최근 방문 당시, 인권보고관 미첼 포스트 Michel Forst는 멕시코에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는 여성 기자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엠마 가브리엘라 몰리나 칸토 Emma Gabriela Molina Canto 는 3월 27일에 살해당했다. 그녀는 가정폭력의 생존자였다. 그녀는 여성인권을 위한 활동가였고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데리고 있는 엄마이기도 했다. 그녀의 아버지 알베르토 메디나 Alberto Medina 와는 지난 5년 동안 법적 싸움을 해 왔다.

 

알베르토 메디나 Alberto Medina 는 타바스코 주의 공무원이었는데, 그는 안드레스 그라니에르 멜로 Andres Granier Melo 주지사의 행정부에서 주 재무 회계사로 일했던 호세 마누엘 사이즈 삐네다 Jose Manuel Sáiz Pineda 의 파트너로서, 최근까지 공공 재정의 횡령과 관련된 자금세탁 혐의를 받아왔다. 또한 범죄조직과 연결된 마약 거래 혐의에도 연루되어 있다. 엠마 가브리엘라가 그에게서 떨어지고자 했을 때, 그녀는 딸들과 아들을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으려 했다. 엠마와 그녀의 엄마를 거짓 범죄 혐의로 기소하여 수감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엠마의 가족은 엠마를 살해하고 30년에서 40년 사이의 실형을 선고받은 19세와 22세의 젊은 무장 범인들의 배후 조종자가 알베르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끊임없는 위협과 거짓 혐의, 수감 그리고 불법 구금에도 불구하고, 엠마는 자신과 가족들이 살았던, 그리고 결국 살해당한 유카탄 주의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호조치도 받지 못했다. 그들은 그녀의 딸들과 아들 앞에서 그녀의 목을 베었다. 그녀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살해 협박을 받았다. 유카탄 주 정부는 이미 페미사이드 조사를 위한 협약서를 발동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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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7세인 다프네 페르난데스 Daphne Fernández 는 2015년에 네 명의 청년들에 의해 강간을 당했는데, 그들은 베라크루즈 주의 카톨릭 학교에 다니는 정치권과도 연결된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코스타 데 오로의 돼지새끼들” 같은 소셜네트워크에서 유명한 이들이었다.

 

2017년 3월 22일, 베라크루즈 주 지방법원 판사인 아누아르 곤잘레스 에마디 Anuar González Hemadi 는 지난 1월 다프네를 성폭행한 네 명의 돼지들 중 한 명인 디에고 크루즈 Diego Cruz 에 대해 구속 명령을 내렸다. 크루즈는 그날 밤 다프네를 강제로 차에 태우고 “신체접촉”에 의한 소아성애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이들은 처음엔 차에서, 그 후엔 그들 중 한 명의 집에서 그를 강간했다. 지방법원은 베라크루즈 주 법에 따라 이 소아성애 범죄가 “성폭력”으로 확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이 전혀 입증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접촉이 있었던 (신체 일부)를 성적으로 만졌다”는 증언이 곧 “성적 쾌락이나 성적인 동기에 의한 것, 또는 무절제한 성욕을 발동시킬 의도가 있었던 것”을 입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의 행위가 자신의 “신체적 욕망”을 만족시키 위한 것이었음을 입증하기 어려우므로 “성폭력”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무방비상태’에 대해 판사는 만약 네 명 중 한 명이 그에게 더 이상 방해하지 말고 앞자리로 가라고 말한 후에 자리를 바꿀 수 있었다면, “그는 무방비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결문을 작성했다. 만약 장소를 바꿀 수 있었다면, 우리는 당신이 “방어”를 할 수 있었다고 가정할 수 있는 것이다.

디에고 크루즈가 석방될지 아니면 감옥에 남아있을지에 대한 결정은 베라크루즈의 법무장관에게 달려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프네와 보호자인 그의 가족에게 달려있는 것일까. 연방사법위원회가 이미 아누아르 곤잘레스 에마디 판사를 유임시키고 그의 판결을 재검토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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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사실들로써, “신고는 최선의 방어가 아니다”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소셜 네트워크와 발언을 통해 페미니스트들은 이렇게 말한다 :

과테말라의 소녀들과 청소년들은, 그들이 “안전한 집”에서 피해자가 된 폭력을 신고했고, 그로써 43명이 사망했으며 9명은 강간으로 임신을 했다.

타마라 데 안다는 신고했고, 그로 인해 괴롭힘과 위협을 당했다.

미로슬라바는 신고했고, 그래서 죽었다. 엠마는 말했고, 죽었다.

다프네는 신고했지만, 사법권력은 거의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이 모든 일들이 있기 이전에도,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의 페미니스트들인 우리는 조직했고, 선언하고, 행동했으며, 사건을 기록하고 법정에서 다투는 일에서부터,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와 거리에서 사건을 가시화하는 일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각각의 사건이 터무니없고 복잡할지언정, 분노와 정의에 대한 갈증으로 우리는 침묵을 지키지 않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왔다. 타마라의 경우와 같이, 새로운 법적 절차, 법적 경험과 심리학적 지원이 가능한 페미니스트 옹호자들과 지지자들,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액티비즘 전략과, 특히 거리와 공공장소에서의지지 표명 같은 것들이 더 나은 응답을 만들어낸다.

 

멕시코 GP의 페미니스트들인 우리에게는 상호 인식, 공동체 의식, 변화를 위한 자기돌봄과 페미니즘의 강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불리한 맥락, 퇴행과 공포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을 필요로 하는 오늘날, 우리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드러내고 있는 강력한 가부장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환경사회운동(녹)과 노동자들(적)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으며, 보라의 페미니즘을 빛내는 존엄한 분노를 조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복수형에서는 우리의 페미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동등하게 풍부해진다. 교차성과 지구지역성은 우리의 정체성이고, 지리학적 위치이며,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울부짖음은 그 누구도 사회적 낙인을 초래하는 우울로 인해 부재하게 되거나 고립되게 하지 않기 위한 것이며, 그 누구도 실종되거나, 살인을 당하거나, 페미사이드를 당하게 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그 누구도 국가의 과실로 인해 죽거나 불에 타는 이가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 누구도 가해자와 가해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과도 응답도 없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진실을 죽이기 위해 죽임을 당하는 기자가 없도록 할 것이다. 더 이상의 페미사이드도, 가족들을 위해 정의를 구하는 일도 사실로부터 고립되어 페미사이드를 당하는 일도 없게 할 것이다. 누구도 더 이상 강간을 당하고도 가해자들이 소아성애로 취급되어 처벌을 받지 않는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신고가 최선의 방어라는 약속은 제도적 거짓말이며,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인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의제를 강화할 필요를 더욱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차별이 있는 곳의 누군가를 위해, 불관용과 폭력, 그리고 불평등이 자리하지 않도록, 지평선을 높이고, 우리의 동기를 더욱 무궁무진하게 증진시켜야 한다.

 

2017년 3월,

서로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한 우리의 결의를 공유하며,

멕시코시티에서 멀리 있는 지구지역적 아시아의 동지들, 우리의 동반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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