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공포

2007/09/14 01:11

오랜만에 10시쯤 집에 도착했다.

 

사실, 오늘 전화를 여러 통 했어야 하는데,,,

난 전화걸거나 받는 게 썩 편하지 않다.

내가 거침없이 손가락을 눌러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도 손가락으로 꼽을 것이다.

대개는 두세번 망설이다가 정말 해야할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거나,

아니면 문자로 대신하거나,

아니면 그냥 우물대다가 포기하거나...

전화통화 할 이유를 하나하나 묵였다가 여러개 쌓이면 한 통으로 해결하거나~

(이럴 땐, 꼭 전화 끊고나서 빠트린 용건이 하나씩 생각나기 마련이다...쩝)

 

그런데, 오늘 "전화 몇통만 하면 될 일을~" 이라는 말을 들은 뒤로부터

그냥 웬지 가슴이 답답해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마구 화도 났다.

전화 거는 게 무에 대단한 일이라고,,, 전화 거는 일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나한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리고 또,,, 나한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쉽게 이야기하는 것도 화나고.

사실 난 느닷없이 울리는(특히 혼자 있을 때) 전화벨 소리도 무섭다.

어쩔 땐 꼭 받아야 하는 전화인데도 받지 않았다가 잠시후 마음을 진정시킨 뒤 전화를 내가 걸기도 한다.

 

아무튼, '전화를 걸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걸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완전 쫄고 풀 죽어서 총총히 일찍 퇴근했다.

(아마 상상을 못할 것이다. 흐린날이 전화걸기에 이런 공포를 느낀다는 사실을...

전화걸기에 대한 공포를 고백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일찍 퇴근해서 여러가지 일을 했다.

- 약국에 가서 진통제 사기. 사실 치과에 가야할 일인데~

- 비디오가게 가서 DVD '몬스터' 빌리기

- 과일가게 가서 포도 3송이 사기.

- 집에 들어와서는 진통제 먹고 세탁기를 돌린 뒤 포도를 씼어서~ 포도 먹으며 '몬스터' 보기

 

* 영화보고 있는데 울린 전화기. 받을까말까 망설이다 결국 받았다.

그래도, 난 '전화걸기'가 무섭다...

그런데, 술 (많이) 마시면 '전화걸기'에 대한 무서움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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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01:11 2007/09/14 01:11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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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하다...

2007/09/12 01:25

날마다 이게 무슨 지랄인가...

오늘은 코스콤.

파업전야제를 앞두고,

회사는 쇠사슬로 건물을 막고 구사대를 동원해서 조합원들을 팼다.

파업전야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증권거래소.

이번에는 경찰들이 지랄이다.

넓지도 않은 로비에, 고작 50명도 채 안돼는듯한 대오를 이쪽으로 저쪽으로 마구마구 몰아댄다.

연대 대오가 3백명가량 왔지만, 경찰이 가로막았다.

이랜드-뉴코아 노동자들이 무섭다며, 회사쪽에서 시설보호를 요청했단다.

푸하하..

파업전야제는 안팎에서 각각 진행됐다.

 

이 나라, 참 천박한 나라다.

천박한 자본, 천박한 정권.

기껏 지들이 비정규직을 마구 만들어놓고,

이제는 지들 손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 죽이려든다.

멍청한 것들.

 

파업전야제가 끝나고, 조합원들만 남긴 채 증권거래소를 나왔다.

자정. 오늘은 혼자 마시고싶지 않은데...

술친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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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2 01:25 2007/09/12 01:25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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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1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정문 앞

3시부터 집회를 한다고 들었는데, 늦었다. 4시쯤 도착했다.

2백명남짓 모여서 집회를 시작했다.

정문은 콘테이너를 여러겹으로 막아놓았다.

콘테이너 너머에서 비정규지회 동지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구사대(?)가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한다.

 

정문 왼쪽에 있는 주차장 쪽으로 가면 펜스 너머로 모여있는 비정규지회  동지들이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일어나서 주차장 옆 펜스쪽으로 걸어갔다.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정규직 조합원들(그들이 바로 구사대란다...)!

순식간에 5백여명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를 두들겨 패며 밀어내기 시작했다.

"우리 일주일째 일 못하고 있다"

"여기가 니네 땅이냐, 왜 남의 땅에 와서 이러느냐"

그들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꼈다.

어떤 이들은 기아차비지회 방송차 위에 올라가 부셔버리겠다며 마구 짓밟았다.

카메라를 든 동지들에겐 수십명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두들겨 패며 빼앗으려 했다.

그들은 쏜살같이 달리며 우리를 밀어내고 팼다.

맨 끄트머리쯤 걸어나가던 나에게 그들은 계속 욕을 해대더니,

급기야 뒤통수를 후려갈기기까지 했다.

불과 몇 분만에 우리는 족히 몇 백미터를 밀려나 삼거리까지 쫓겨났다.

그 사이 공장 안에서는 비지회 동지들에 대한 폭력이 계속됐다고 한다.

 

우리를 우악스럽게 몰아낸 그들은 조끼를 입고 있었다.

뒷면에는 '노동해방'이라고 쓰여있다.

아....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졌다.

 

<9월9일>

 

계속 문자가 왔다. 뉴코아 강남점 집결.

엄마가 올라오신 뒤 한번도 같이 있어드리지 못했고, 엄마가 다음날 내려가신다고 해서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있을 작정으로 망원동 집에 있었다.

집회 못가는 게 내심 캥겼지만, 오늘 하루는 그냥...

엄마가 농수산물시장에 가자고 하신다.

차를 몰고 월드컵경기장 입구까지 오니,

우리가 갈 농수산물시장 오른편 홈에버 상암점.

전경차들이 즐비하고, 낯익은 행색의 동지들이 보인다.

가슴이 두근두근... 웬지 죄를 짓고 있는 듯 하다.

 

오른쪽 집회장을 두고 유턴, 농수산물시장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아휴~ 오늘도 경찰이 많네..."

시장 상인들이 하는 말이 들려오기도 한다. "집회 끝났나?"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내가 홈에버에 들어온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얼굴이 화끈거리나...

 

집에 돌아왔는데, 문자가 왔다.

강남점 구사대들이 손도끼까지 들고 1천명 넘게 몰려와 동지들을 에워싸고 있다고...

 

아! 빌어먹을넘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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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1:24 2007/09/10 11:2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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