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이다.

이번달에 술을 딱 다섯번 마셨다.

 

5월3일 안양.

5월9일 서울.

5월13일 대전.

5월22일 파주.

5월30일 파주.

 

와우~ 만 18세부터 술 먹기 시작해서,

주5회 이상 음주질로 점철된 나의 삶...

 

그러나, 2007년 5월! 딱 다섯번!

월 5회 음주는 최초의 기록이다!

역사에 길이 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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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1 19:08 2007/05/31 19:08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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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에는 내가 많이 꾸는 해부 꿈을 꾸었다. 브람 호허르제일이 죽었다. 그의 시신은 속이 비었다. 흉곽에서 골반까지 모든 커다란 관들과 섬유들을 베어 냈고 혈관과 내장은 마치 느슨하게 감아 놓은 정원 호스처럼 모두 끄집어냈다. 그리고 빈 공간을 휴지로 채웠다. 그는 약하지만 아직도 말을 했다. "목이 말라요. 그럴 수가 있나요?" 나는 마른 휴지 때문일거라고 생각한다.

"

 

베르트 케이제르. <죽음과 함께 춤을> 중에서...

 

나도 목이 마르다.

내 속에도 마른 휴지가 가득찬 것 같다.

햇볕 내리쬐는 건조한 날, 마른휴지가 담긴 재털이에 담배꽁초를 아무리 부벼꺼도,

결코 꺼지지 않고 계속 조금씩 타들어가는 바로 그 마른휴지... 그것들이 내 속을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찬물을 마시면 그것들이 흠뻑 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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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9 12:20 2007/05/29 12:20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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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결혼식

2007/05/28 12:29

드디어, 언니가 결혼했다.

준비과정은 짧고 복잡했다.

아무튼 40줄 안팎의 3형제 가운데, 맨 꼭대기를 점하고 있던 41세인 그녀의 결혼은

가족으로 볼때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첫째, 자식새끼 셋이 다 마흔줄인데 시집장가 못갔다는 멍에를 둘러쓰고

자괴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부모님한테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드디어 우리 부모님도 어디가서 '사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져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역시 부모님 입장에서 볼때인데

공직생활을 거치고, 퇴임 이후에 이르기까지 그 무수한 경조사를 챙겨오신 부모님들에게

비록 한 차례일지라도 수금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셋째, 아주 이기적인 나의 입장에서 볼때,

부모님은 종종, "언니만 시집가면, 너야 뭐~ 너 하고싶은대로 하고 혼자 살아도 나쁠 건 없겠다"라는

뜻을 간간히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언니 혼례식에서 만난 친척 어르신들의 멘트는 정반대였지만... "이젠 니 차례구낫!(강경하게)"

 

* 한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

- 어른들은 늘 우리에게 결혼해야 한다고 말할 때 이유로 드는 것이 "효도"다.

아니, 세상에... 반평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과 정신적 육체적 법적으로 결합하는 중차대한 '결혼'을

효도하기 위해 하라니... 이게 무신 얼토당토않은 개 풀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러/나, 바뜨, 비/유/티...

꼭 활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부정적 의미를 찾아본다면야 수천 수만가지겠지만,

그래도 울 언닌데, 결혼식 뒷날 그 결혼의 부정적 의미를

내가 구구절절 찾아 무엇하랴... 흐흠...

 

다만, 난 언니 결혼식때 우아하게 앉아 축하하면 될 것이라 상상해왔지만

현실은... 심부름과 기사노릇으로 점철된 매우 피곤한 하루였다는 것...

아무든 일가친척 다 모이는 잔칫날은 가장 경계해야 할 날이다.

겨우겨우 유지해온 평상심을 단 한 순간에 날려버릴 위험이 가장 높은 날.

밥 한 끼 먹는 데 이토록 불합리한 모든 상황이 압축돼 치러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성차별과 여성착취(여성학대가 차라리 맞는 표현일 것이다)의 절정!!!

(심지어 같은 여성일지라도 직계인지 방계인지에 따라서 노동량이 달라진다는 사실~ )

 

분명한 것은,

언니 역시, 이후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는 것...

그 댓가로 얼마나 큰 '행복'이 주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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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8 12:29 2007/05/28 12:29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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