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사립대 총장들을 만나 강사법과 관련하여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뭐 고통 분담이라고 하니 그 고통의 수준이 어떠한지 몹시 궁금하다. 

 

노조에서 [강사법 시행 예산 확보와 대학 감사방안 마련 촉구를 위한 대학 공동체 선언]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선언의 목적이 "정치권과 정부에 강사법 시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 확보와 강사법 회피 시도를 봉쇄할 감사 방안을 촉구”하는 것인데, 이건 참 웃기는 짓이다. 어떻게 정부가, 유은혜의 교육부가 사학을 감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노조가 그간 우리 노조에 가장 우호적이라고 했던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조차 강사법 관련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한국 대학은 공립과 사립 가릴 것 없이 악질 자본가들과 다를 바가 없다. 대학 비정규교수 문제의 핵심은 대학이 법정 전임교원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의 비정규교수인 시간강사와 온갖 명칭의 비전임 교수 문제는 모두 대학이 법정 전임교원 비율을 충족할 만큼 전임교원을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자.

 

법정 전임교원 비율은 <대학설립운영규정> 6조 1항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대학은 편제완성연도를 기준으로한 계열별 학생정원을 별표 5에 따른 교원 1인당 학생 수로 나눈 수의 교원(조교는 제외한다. 이하 같다)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교원 1인당 학생수는 인문, 시회계열 25명, 자연과학 20명, 공학 20명, 예, 체능 20명, 의학 8명이다. 현대 법정 전임교원 100% 이상인 대학은 서울대와 연세대, 성균관대이고 90%를 넘긴 대학은 고대, 경희대, 동국대, 인하대, 외대라고 한다. 나머지 서울의 대학들은 70~80% 사이다. 이 비율은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에 비해 아주 높다. 

 

그러면 법정 전임교원 100%를 확보하면 비정규직인 시간강사 문제는 해결되는가? 서울대 정보공시를 보면 현재 전임교원 확보율은 120.3%고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50.3%다. 전임교원을 120% 확충해도 전체 강의의 50%는 비전임교원이 담당해야 한다. 이중 시간강사 수는 1111명이고 나머지 초빙, 기타교원이 800여명이다. 물론 서울대는 전임교원의 책임 시수가 일주일에 6시간이기 때문에 다른 대학에 비해 아주 좋은 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전임교원을 100%조차(사실 최소 150%는 되어야 전체 시간강사 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학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오히려 정부가 법정 전임교원을 충족하지 못한 대학을 규제하고 대학 운영에서 재단을 축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불가능하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보면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강한 규제가 불가능하고, 사립대 재단을 해체하고 국립대로 전환할 수도 없다. 먼저,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두 번째로 고등교육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기재부가 2018년 배포한 “2018년 나라살림 예산 개요 최종본”에서 교육분야를 보면 재정투자 규모는 64.2조원이라고 되어 있다. 이중 고등교육 부문 예산은 9조 정도 된다. 53조가 편성된 유아 및 초중등교육 부문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물론 다른 곳에서 끌어 올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고등교육 재정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 예산에서 교육분야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먼저 강한 규제가 불하능한 이유, 이건 당연히 정치적인 문제다. 현재 여당과 야당의 강력한 우호 지지세력은 토호 세력인데, 사학 재단은 재벌 이상의 토호 세력이다. 호남과 영남을 아울러 이들 사학은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 강사법의 여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투쟁의 방법과 방향이 지금과 같다면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건 분명하다.누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교육개혁은 곧 사회개혁이다.

 

https://news.v.daum.net/v/20181123190837855?fbclid=IwAR2KFPRSy5rZjYacsgiAct-53gxyPEO7ju4RuxOB-Tae6LBGEp-jd3sZi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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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21:59 2019/05/26 21:59

나는 90년 황석영의 장편 소설 <무기의 그늘>을 읽었는데, 이 소설은 대학에서 거의 필독서처럼 선배가 후배에게 권장하던 소설이었다. 나는 작가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아직도 <사이공의 흰옷>과 황석영의 이 소설이 나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무기의 그늘>을 읽기 전에 아마 고등학생이었을 텐데 황석영의 단편 소설집<아우를 위하여>를 읽은 기억이 있다. 30년도 더 전에 읽은 글이라 기억이 정확하게 나지는 않지만 아주 인상적인 소설 한 편이 떠오른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리어카를 몰고 여러 동네를 다니며 넝마주이를 하는 노인이 어느 날 부자 동네 골목에서 리어커를 끌고 가고 있는데, 어느 집 대문 앞에서 어떤 마나님이 넝마주이를 불러 집에서 기르던 개가 죽었으니 어디 가서 잘 좀 묻어달라면서 황소처럼 큰 죽은 개와 돈까지 몇 푼 쥐어 주는 것이었다. 노인은 이게 웬 횡재냐 생각하고 같은 넝마주이들을 모아 마을 뒤 벌판에서 죽은 개를 끄실러 막소주를 마셨다.
 
밤이 되어 얼큰히 취해 비틀거리며 리어커를 끌고 동네로 갔는데 어찌된 일인지 평소 같으면 집집마다 불을 켜 환한 마을이 오늘따라 시커멓게 어둡고 불을 켠 집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궁시렁거리며 리어카를 몰고 마을로 들어간다.
 
노인의 마을은 판자촌으로 노인이 일을 나간 사이 모두 철거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현재 우리 신세가 이 넝마주이 노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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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21:57 2019/05/26 21:57

"극소수 사람들이 본말을 전도해 강사에게 교원지위만 있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노동자의 입장도 아니고 강사를 대변하지도 않는다"(한국비정규교수노조)

 

8월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서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협의회에는 우리 노조(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도 참여했으며 현재 유예되어 있는 시간강사법(일명 강사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물이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 보고서"다. 그리고 얼마 전 이 보고서에 근거하여 이찬열 국회의원이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현재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개정 강사법 통과를 촉구하는 농성을 국회 앞에서 하고 있다. 

 

나는 이 개정안에 반대한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개정안이 그동안 우리 노조가 그토록 비판해 왔던 유예되어 있는 강사법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개정 강사법이 강사의 지위와 처우에 전혀 진전이 없다는 것을 곧 포스팅 할 예정이다.

 

오늘은 이 개정 강사법에 합의하고 이를 시행하라고 농성하고 있는 노조 집행부의 자가당착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한때 우리 노조는 유예되어 있는 현 강사법이 무늬만 교원인 껍데기 교원제도라고 비판하면서 교원지위 회복이 우선이고 나머지(처우 등)는 차차 따내면 된다는 전국강사노조의 논리를 비판했다. 사실 비판이 아니라 대꾸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 노조가 개정안이 대단히 미흡하지만 앞으로 차차 개선해 나가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게 자가당착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유예되어 있는 현 강사법에 대한 우리 노조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노조는 2011년 12월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부터 올해 초까지 일관되게 강사법 폐기와 연구강의교수제를 주장했다. 

노조는 <2015년 스승의 날 성명서>에서 강사법을 "고등교육법 14조2항의 교원 범주에는 강사를 포함하되 그 아래에 고등교육법 14조의2를 두어 강사의 각종 권리 제한을 명시한 법"이고, "운 좋게 강사가 되어 난파하는 대학호의 난간에 잠시 매달리게 된 사람들도 지금과 별반 차이 없는 저임금 비정규교수로 매년 고용불안에 떨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시간강사법 폐기, 정년트랙 정규교수 100% 충원,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이 올바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2015년 6월 성명서 <대교협의 올바른 비정규교수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에서도 
"시간강사법은 대학 파괴법이다. 교수직의 비정규직화를 가져와서 정규직으로 교수가 될 사람을 비정규직이 되도록 하고, 학문 후속세대의 미래를 파괴하며, 비정규교수 수만 명을 대량해고로 내모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그래서 비정규교수 문제의 올바른 해법은 "정년트랙 전임교원을 계열별로 100% 뽑고 현재의 시간강사법을 폐기하면서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2015년 11월 5일 현 임순관 위원장은 <시간강사법과 대학구조개악법 저지를 위한 위원장 담화문"에서 강사법을 "엉터리 강사교원제도"이고 "정규직 교수의 비정규직화, 비정규교수 대량해고, 대학원 파괴, 지식인 통제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시간강사법이 일단 시행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처우관련 예산이 없으니 별반 나아질 것도 없다"고 말한다.

 

노조의 이와 같은 기조는 2017년 11월에도 강사법을 대학판 비정규직 악법이며 강사 대량해고를 필연적으로 유발하고 학문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대학원을 붕괴시키며, 고등교육의 질 하락, 교원아닌 교원을 양산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극소수 사람들이 본말을 전도해 강사에게 교원지위만 있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노동자의 입장도 아니고 강사를 대변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는 우리 노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왜 이런 자기 기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개정 강사법안을 옹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지, 어떤 연유가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얼마전 발의된 개정안과 유예된 강사법과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 할 사람들은 대조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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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 21:56 2019/05/26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