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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곳에 와서 처음 6개월간 매일 출퇴근때 걸어다니던 길에서 총기사망사고가 났다.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곳이라, 많이들 놀라고 있다. 학교에 인접해 있고, 커다란 대학기숙사 건물이 여럿 있고, 교회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길이다. 그래서 매우 독특하게도 금요일과 주말, 일요일 저녁 늦게까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많이 왔다갔다하는 활기찬 거리다. 그곳에서 새벽 1시에 자동차를 몰고 온 한 괴한이 기숙사 바로 앞 길거리에 친구들과 서 있던 여학생을 쏴버리고 도망갔다고 하는데, 자세한 사실은 아직 보도 되지 않고 있다.

 

처음에 미국에 올때는 총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사실, 점점 무감각해진다. 왜냐고? 자주 총기 사망사고 뉴스가 나오니까, 마치 한국에서 흉기로 위협하는 강도 뉴스랑 비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냥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마치 매일 사건사고 뉴스를 봐도 자신의 일이 아니면 무감각해지듯.

 

한 3주전에는 인근 도시인 리치몬드에서 4-5일간 연달아 매일 매일 총으로 사람이 죽고, 죽이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런 정도의 총기 사망 뉴스는 그냥 '지역뉴스 local news' 다. 아마 조금만 더 밑으로 내려가거나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그 지역은 또 그 지역에서 총맞아 죽는 사람 보도 하기도 바쁠꺼다. 그래, 전 미국에서 6시간에 1명씩 13세 이하 어린아이가 총기사고로 사망하는데, 그걸 전 미국에서 전부 다 보여주면, 매일매일 뉴스하기 힘들겠지. 매년 한 4만명 정도 총으로 죽는다는데, 웬만한 내전하는 나라하고 거의 비슷한 수준인 듯 하다.

 

글쎄,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워싱턴 근교에서 집에서 TV보다 길거리에서 벌어진 총싸움 와중의 유탄이 날아들어 총 맞아 죽어버린 사람같은 경우만 아니라면, 일찍 집에 와서 콕 박혀 있으면 무슨 일이 있겠는가.

 

이런 총기 사망사고와 지역의 연평균 소득과 엄청난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자료를 본 기억은 없다. 이곳만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리치몬드란 도시는 공장지대+흑인 밀집 거주지역이고, 위험하다는 오클랜드의 일부분 역시 가난한 지역이다. 반면, 오클랜드시에 섬처럼 붕떠 있는 백인부자들의 도시와 버클리의 북쪽지역의 부자 동네에서 위험지역과 총기사고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다.

 

4천만명이 의료보험도 없이, 서로 총으로 죽고 죽이고, 대규모 정리해고가 상시적으로 행해지는데도 LA폭동같은 것이 아주 가끔 일어난다는 것이 어찌보면 놀랍다. 아마도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일종의 내부의 식민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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