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질문들3-2

질문들3

 

위 글을 썼을 때는 윤리문제에 대한 황교수의 거짓말을 받아들이는 반동적인 사회분위기가 싫었을 뿐이었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제출하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출판된 논문의 내용은 믿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연구--그 논문의 관찰내용에 대한 다른 해석을 하거나, 자신의 해석에 따르면 그 논문의 관찰내용은 엉뚱한 것을 본 것이거나 뭔가 모자라거나--를 한다. 연구자들은 잘못된 것을 관찰하여 잘못된 해석을 할 수도 있고, 그런 일들은 후속연구의 재연성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위논쟁이 벌어질 때는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든 일상적인 과학적 행위-논문읽기-는 '진실성'을 바탕으로 한다.

 

설혹 그들이 실수를 하더라도(엉뚱한 시료를 만들거나, 중대한 계산 실수를 하거나) 그 과정이 밝혀지면 된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실수를 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정밀하고 정확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것 또한 그 모든 것이 그 논문에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가 진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의도적 데이터 조작을 저지른 과학자는 과학자 사회에서 냉혹하리만큼 철저하게 추방된다. 설혹 그가 아주 운좋게 다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더라도(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아무도 그의 연구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와 같이 연구했던 사람들도 의도적 데이터 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명명백백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이 의심을 받기 전에 제출했던 어떤 논문들도 그러한 조작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으면 아무도 그들의 예전 연구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한 번 과학적 행위에 대한 의심을 받기 시작하면 그/그들은 가능한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실험자료를 가지고 그 의심들을 풀어야 한다. 그럴 수 없는 경우는 사실, 의도적인 부도덕적 데이터 조작을 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황교수팀은 팀내의 젊은 과학자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자신들의 과학적 결과에 대한 진실성을 이번 조사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에서 보도된 사실들을 보면, 그 가능성은 절망적으로 낮아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그 많은 젊은 과학자들을 위해서라도 제기되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성실하게 조사받고 결론지었으면 한다.

 

'국가적위신'이나 '국익'이라는 과대망상증적인 이야기보다, 사실, 나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황우석교수 연구실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지금까지 황교수와 썼던 모든 논문을 이력서에서 지울지 말지, 모두 지운다면 다시 새로 시작할 지 말 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시간을 하루빨리 앞당겼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과학계의 '그 위신'이나 '그 국익'보다 더 소중한 그들의 젊은 시절이 아비규환의 소용돌이에 빠져 모두 다 날아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

 

자기 전에 신문이나 보고 자야지 하고 한겨레 신문 사이트에 들어가봤더니, 2005년 논문에 대한 진실이 이미 드러났다. 지지부진 한 조사위원회가 답답해서 적었었는데,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최근 2-3년간 그 그룹에서 나온 모든 논문을 조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어째.... 참 답답하고 슬프다.

 

-------------------------------------------------------------

 

자꾸 끊어지는 인터넷으로 MBC의 방송을 다 보고 나니, 새벽5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