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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2

송상용 선생님의 이야기를 기억해야겠다. ------------------------------------------------------------------------ 출처: 프레시안 "누가 대한민국을 '야만국'으로 전락시켰던가" [기고] '황우석 광풍'의 책임과 수습방안 2005-12-24 오전 11:31:45 황우석 소동이 일어난 한 달 동안 나는 외국에 있었다. 아시아생명윤리학회(터키 션루르파)에서 섀튼의 결별선언을 들었다. 세계생명윤리학회(스페인 히혼)가 끝날 무렵 황우석 교수의 회견이 CNN, BBC에 보도됐고 지방지들까지 대서특필했다. 낯을 들 수 없었다. 폐회 연설을 한국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메워야 했던 나의 심정은 참담했다. 12월 초 일시귀국해 보니 달라진 게 없었다. '카우보이 복제자'(과학사회학자 로즈의 말)는 진솔한 사과보다는 군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세계 여론은 들끓는데 한국 사회의 반응은 너그럽기만 했다. 정부, 제1야당, 언론은 여전히 줄기세포 연구의 계속 지원을 다짐했다. 따끔한 글을 쓴 생명윤리학자들은 매국노로 몰리고 있었다. 9·11 테러 직후의 미국과 흡사한 상황이었다.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파쇼 같은 분위기라는 말까지 나왔다. 몇 차례의 반전 끝에 어제(23일) 나온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중간발표는 충격이었다. 6월부터 떠돌던 소문이 드디어 사실임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 과학, 아니 한국의 중대 위기다. 7년 전 비롯한 황우석 광풍의 둘째 막이 내리는 것을 보면서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작년 2월 황우석 등의 첫 논문이 〈사이언스〉에 발표되자 한국생명윤리학회는 치료용 배아복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윤리문제를 지적한 항의서한을 편집인에게 보냈다. 이어 학회는 5월 총회에서 저자, 난자 취득, 윤리위원회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황 교수에게 공개 토론을 요구했다. 황 교수는 그 뒤 관훈클럽 토론에서 문제점을 시인하면서도 이 제의를 묵살하고 '생명윤리학자들이 과학의 발목을 잡는다'는 엉뚱한 비난만 되풀이해 왔다. 〈PD수첩〉이 나간 직후 황 교수의 회견에서 이 모든 것이 사실임이 명백해졌다. 그것은 그가 과학자로서 실격임을 뜻했다. 거기서 '황우석 광풍'은 끝났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황 교수를 옹호하다가 기다려 보자는 모호한 태도로 금 같이 귀한 한 달을 헛되이 보냈다. 이름 없는 황우석을 하루아침에 영웅으로 만든 것은 우리 정부다. 정부는 그에게 모든 특권과 영예를 주었다. 어떤 노벨상 수상자도 그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생명공학 개발에 관심이 크지만 신중을 기하고 있다. 생명윤리 때문이다. 중국, 일본만 해도 엄격한 줄기세포 연구지침을 만들었고 과학정책 책임자들은 윤리가 중요함을 늘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가 앞장 서서 줄기세포 연구를 밀고 나가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라다. 작년 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심포지엄에서 황 교수가 생명윤리법이 발효되지 않아 연구를 중단해야 하는 고충을 얘기했을 때 오명 부총리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걱정 말고 연구를 계속하라고 격려했다. 노무현 정부는 생명윤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적대시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10 월 19일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격려연설을 옮겨 보자. "생명윤리 (…) 논란이 (…) 훌륭한 과학적 연구와 진보를 가로막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우리 정치하는 사람들이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한국이 야만국임을 세계에 알린 명언이다. 나라가 이 꼴이 된 데는 정부에 일차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큰 소리 칠 자격이 없다. 정부 못지않게 황우석 띄우기에 발 벗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노동당만이 바른 소리를 해 왔다. 대다수 언론이 왜곡, 과장보도를 해 온 죄는 다음에 얘기하자. 다만 한국과학기자클럽이 윤리선언을 하는 것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만 분명히 해두고 싶다. 문제점을 알면서도 황우석 광풍에 부화뇌동한 일부 과학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이 난장판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우선 온 국민이 사기꾼에게 놀아나게 된 데 대해 대통령의 정중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청와대,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자들의 책임을 엄하게 묻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주무 장관은 윤리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사람을 발탁해야 할 것이다. 출발부터 잘못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개정과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생명공학 개발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한국생명윤리학회장부터 만날 것을 권하고 싶다. 송상용/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 · 유네스코 세계과학기술윤리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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