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눈에 불이 나는 요즘이다. 욕만 튀어나오고...

 

촛불이 이렇게 횃불로 타오르고 경찰의 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이 생난리통에도 한나라당은 지금 당대표자리를 놓고 박터지게 싸우고 있다. 물론 그 박터지는 와중에 소위 '민생'은 완전실종이다.

 

그런데도 희안하게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아직도 높다. 이명박 국정수행 지지도가 도로 올라갔단다. 고유가시대에 생계형 경유차량 운전자들이 길바닥에 나앉고 있는데 한나라당 대표후보로 출마한 정몽준의 버스비는 70년대 말에 머물러있는데도 지지율 1위다.

 

이명박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6.6%로 집계되었다. 6월 26일 리얼미터 기준이다. 같은 날짜 통계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무려 39.7%에 이른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조사기관의 신뢰도라는 것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지지율이 나온다는 것은 미스터리다.

 

라디오 토론회에서 요즘 버스비가 기본 70원이라는 답변을 하여 개쪽을 판 정몽준은 여론의 뭇매를 맞자 결국 자기 홈페이지에 해명자료를 게시했다. 실언을 했다는 것인데 뭐 까이꺼 실언을 할 수도 있다고 이해하자. 그런데 정몽준의 문제점은 정작 그 실언이 아니다.

 

아주 우연하게도, 지난 27일 한나라당 당대표 후보자들의 토론회를 보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보여줬던 정몽준의 모습. 가관이다. 박희태를 비롯해서 다른 후보들이 정몽준을 비난하자 정몽준의 표정은 완전 굳어졌다. 현대건설 아파트 현장 공구리 굳어지듯.

 

박희태와 공성진을 향해 기분이 좋지 않다, 품위가 없다라며 말을 뱉어내는데 그 때 보여줬던 정몽준의 표정은 진짜 기분 엿같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날 정도였다. 그 표정을 옮겨본다면 "이 쒸바, 내가 너거같은 거떨한테 그따구 소리 들을 짬밥이냐?" 딱 이거다.

 

정몽준의 문제는 이거였다. 정몽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인데 현대중공업 현장을 목에 힘주고 돌아다닐 때 감히 누가 정몽준에게 동네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어볼 것이며 똑같이 목에 힘주고 맞다이 뜰 생각이나 했겠나? 마빡에 새똥도 벗겨지지 않았을 때부터 현대제국의 군왕노릇을 했던 정몽준. 그 자존심에 박희태나 공성진같은 정치꾼들 사이에 껴서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엄청나게 기분 나쁜 거다.

 

이런 스타일의 정몽준이 한날당 대표가 되고 나중에 대권 도전해서 대통령까지 후떡 해먹을 경우 이명박은 저리 가라 수준이 될 거같다. 정치고 뭐고 간에 내가 대빵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은 걍 무서운 거다.

 

그런데 이런 정몽준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대표 선호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단다. 무려 26%라는 지지율로.

 

아무리 봐도 이건 미스테리다. 개판 5분전의 이꼬라지를 감안한다면 아메바 아이큐가 아니고서야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이나 정몽준에게 지지를 보낸다는 건 있을 수가 없다. 물론 대한민국 1%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나머지는?

 

사실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들이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몽준에 대해 이것 저것 따져보고 난 후 지지여부를 결정한 것은 아닐 거다. 일부 알려진 사실 및 그에 따라 조합된 그들의 이미지를 가지고 호불호를 결정했을 거다. 아님 말구. 어쨌든 중요한 건 왜 이들이 개념은 집구석 보온밥통에 쳐넣고 다는 이 또라이들을 지지한다고 하는가이다.

 

에세이스트 김현진은 시사IN 칼럼에서 이런 지적을 한다.

 

"그(이명박)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준 범인은 우리 안의 속물성이다. ‘내 아파트 값도 좀 확 뛰었으면’ ‘우리 아이는 자립형 사립고에 가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으면’ ‘나도 지금은 이렇게 살지만 이명박처럼 한가락하고 싶다, 아니면 내 자식이라도’ 하는 속물스러운 욕심, 저마다의 속물성이 이명박 대통령이 갖춘 온갖 속물성에 감응한 것이다."

 

무개념 돌탱이들에 대한 일반의 지지가 여기서 어느 정도 이해된다. 즉 한나당이나 이명박이나 정주영처럼 되고 싶은 "속물성"이 이들의 존립을 계속해서 가능하게 한다는 거다. 이 엉터리 없는 삶의 방식이 계속된다면 그 빌어먹을 "속물성"은 극복하기 어려울 거고 개념방출하고 살아도 쩐만 많으면 대접받는 "속물"들의 세계는 지속될 거다.

 

촛불의 방향은 그래서 김현진이 이야기하듯 "우리 안의 이명박"을 먼저 끝장내는 것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마찬가지다. 명박산성 안에 숨은 변종 설치류(속칭 쥐박이)들을 박멸하는 것은 삶의 양식 자체를 변환시키는 거다. 전경차를 뒤집는 밧줄의 끝머리에서 이젠 우리 삶의 양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거다. 물론 일단 이 겁대가리 상실한 정권을 좀 패고난 다음에.

 

참고로 명박이는 창조적 발상으로 명박산성을 쌓은 것이 아니다. 이미 노무현은 부산 어름에서 똑같은 방식의 산성을 쌓은 적이 있다. 명박산성의 원천기술은 놈현산성이었던 거다. 물론 아직도 노뽕에 쩔어 있는 일부 신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극구 부인하지만 말이다. 이명박정권을 극복하는 것은 기존 노무현정권이나 더 올라가서 김대중정권의 이념지향까지도 극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기껏 명박이 후드려 패놨더니 다시 도로 열린당 애들이 노무현 뒷배 받고 튀어나오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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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9 22:48 2008/06/2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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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짜 한나라당 지지율 높은거 이해가 안 되네요.
    (제가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민주당 비난하는 기준의 반 만큼이라도 한나라당 바라보면 도저히 지지할 수가 없을텐데..
    쉽게 이해가 안 되네요..@_@;
    쇠고긴 반대해도 한나라당은 지지한다 할 사람도 있을거 같아 깜깜합니다;;

  2. xarm/ 그러게요... 쇠고긴 안 먹어도 되지만 '국민성공'은 한나라당과 함께 이뤄보겠다는 소박한 꿈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