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때 다른 조갑제

금강산 관광객이 신새벽에 사살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일본이 공식적으로 "다케시마는 우리땅"이라고 선언하는 이즈음.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라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도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애국지사 조갑제 옹께서 어떤 생각을 하실지 내내 궁금했다.

 

그동안 '좌빨'들이 배후조종한 촛불땜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애국지사 갑제옹, 안 그래도 걱정이 태산인데 이젠 북한괴뢰도당은 물론 쩍발이 넘들까지 난리를 치니 뒷골잡고 넘어지실만한데도 넘어지긴 개코나 더 정력적으로 글빨을 쏟아내고 있다. 이넘의 정력은 어째 줄지도 않냐...

 

우선 갑제옹, 관광객 피격사건과 관련하여 "한 전직 대사"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속내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자기 나라에 돈을 쓰려고 온 관광객을 총으로 쏴 죽이는 나라, 이 지구상에 없습니다. 대통령은 전군에 비상을 걸어서 대응해야 합니다. 더구나 민족공조하자던 자들이 동족의 비무장 아줌마를 쏴 죽였는데도 흥분하지 않는 국민, 대통령, 국방장관이 있다면 이게 비극이지요."

 

비극 맞다. 돌아가신 분에겐 어떤 형태의 위로도 모자랄 것이다. 자국 국민의 안전에 이토록 소홀한 나라도 드물 거라는 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군비상 걸고 주석궁에 땡끄몰고갈 준비를 아주 공공연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또라이들은 되려 돌아가신 분들을 욕보이는 거다. 북한과의 관계라는 것이 그저 찰떡처럼 달라붙어서 본사 지령대로 움직임으로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또라이들이 있는 한편에, 갑제옹처럼 그저 천지사방에 있는 쇠붙이는 다 끌어모아 총알 만들고 대포알 만들어서 걍 북한괴뢰도당과 일전을 불사함으로써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또라이들이 동시공존하고 있는 이 상황, "이게 비극이지요."

 

갑제옹은 드뎌 이명박에게까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 거린다. "이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보복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그에게 보복할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명박이 김정일에게 복수하는 방식은 이렇다.

 

"이 기회에 김정일과 북한군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아야 한다. 개성관광도 중단시켜야 한다. 남북한 교역을 중단시킬 준비도 해놓아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허용한 북한선박의 제주~남해안 해협 통과를 이명박 정부는 다시 금지시켜야 한다. 북한정권은 필요하면 북한에 체류 중인 수천명의 한국인을 인질로 억류할 수 있는 마적단 체질이다. 주적인 북한정권과 내부의 적인 남한의 좌익들은 연계되어 있다. 촛불질과 총질은 다같이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향한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가 내적을 치면 주적도 무너진다. 오늘도 촛불시위대는 종로를 점거했다. 1000명이든, 1만명이든 불법행위를 하는 좌익들은 모조리 체포하여 법질서를 회복하라!"

 

결국 갑제옹은 "촛불질과 총질"에 대해선 똑같이 맞짱을 떠야 하고, 이를 위해서 대통령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김정일에게 보복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어찌나 강력하게 언성을 높이시는지, 이 분께 잘못 보였다간 땡끄 포신에 마빡이 깨질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남한에 이런 애국지사가 계신 고로 장군님 휘하 북한괴뢰도당이 남침을 할 가능성은 없을 거 같다. 갑제옹 이빨신공만으로도 왠만한 북한군 보병 1개 사단은 귀구멍 달팽이관 파열로 전투력 상실될 것 같다.

 

그런데 이분, 이상하게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에 대해선 아름다운 평화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아주 이상적이지만 이상한 논리를 동원하면서 일본과는 조용히 입닥치고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갑제옹은 일본이 독도문제를 가지고 뭔 개소리를 하던 쌩까고 있음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괜히 맞대응하면 오히려 독도문제를 키우게 된다고 우려한다. 그 고명한 말씀을 조금 옮겨보자면,

 

"그(노무현)가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 영유권 관련 억지 주장에 대해서 "외교적 전쟁을 불사한다"는 식으로 강경대응한 결과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오히려 독도문제를 너무 키운 것이 아닌가? (중략) 그렇다고 일본정부가 독도를 무력을 빼앗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없다. (중략) 아무리 독도문제로 외교관계가 나빠져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과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봉변을 당하지는 않는다. 두 나라가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 주옥같은 말씀들을 보자면, 한국은 걍 평화적으로 앉아서 쌩까고 있는 것으로 국제법적 문제를 모두 피해갈 수 있다. 괜히 정부가 주장하듯 "실효적 지배" 어쩌구 하다가는 독도문제를 키워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조용히 하자. 민주국가 아닌가, 민주국가. 쥐랄 염병...

 

갑제옹이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현재 후쿠다 일 수상의 지지도는 이명박이 청와대 뒷산에 홀로 앉아 '아침이슬' 듣고 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일본 우익은 조직적으로 평화헌법(일본헌법 제9조)체제를 깨려고 하고 있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해 있다. 적어도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는 갑제옹이 평화주의자 노릇까지 하실 요량이었다면 이 대목에서 일본의 현재 상황을 비판하고 한일 양국이 국제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제안해야 한다. 그런데 기껏 갑제옹이 내놓는 해법은 쌩까고 죽치고 앉아 있는 것.

 

이런 자세는 북한에 대한 갑제옹의 자세와는 전혀 상반된다. 북한과는 전쟁불사를 해도 일본과는 전쟁하면 안 된다. 왜? 북한은 공산괴뢰집단이고 일본은 민주국가니까! 이쯤 되면 갑제옹이 "평화주의자"는 아닌 듯 하다. 걍 지가 가지고 있는 잣대가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것 뿐인 거다. 하긴 뭐 이분의 잣대가 언젠 지 꼴리는 대로 늘었다 줄었다 여의봉 뺨치는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만은...

 

사실 이렇게 세상을 단순하게 재단하고 살 수 있다면 퍽 행복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갑제옹의 표정을 보면 참 행복해 보인다. 개념없으면 행복한 거다. 그게 어쩌면 도의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무개념의 세계로 빠져든 것이 무아지경이었던 건가??

 

암튼 무아지경에서 신선놀음 하시는 갑제옹의 달변 덕분에 무더운 밤, 걍 아무 생각없이 깔깔대면서 더위를 잊어본다. 그리고 션한 밤공기를 쐬면서 기원해보는 것은 갑제옹이 어서 빨리 우화등선하시어 신체발부 남김 없이 피안의 세계로 가시기를 바라는 거다. 사는 재미가 하나 줄어들긴 하겠지만서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7/15 00:31 2008/07/15 00:31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1044
    • Tracked from
    • At 2008/07/15 16:25

    노 코멘트. 아니 원 코멘트. " 쀍 ! ! ! ! "

  1. 갑제옹은 이제 노망까지 이른 듯...

  2. 갑제옹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만치고 있지요...

  3. 저렇게 입 함부로 놀리다 저 세상 가서 고생하지...

  4. 가가멜/ 혹시 노망이 나면 안 하던 짓을 할지도 모르죠. 지금은 노망상태가 아니라 '정상' 상태인 듯 합니다. ㅎㅎ

    예그리나/ 그러게요...

    WW/ 그건 별로 신경쓰지 않나보더라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