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박근용씨에게
먼저, 덧글달아 주신 것에 대해서 고맙습니다. 인사는 해야겠죠. 그런데 제가 지난 번 올린 글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반응이 없다고 한 것을 잘 못 이해하셨군요. 그래도 온라인에서 글 돌려먹기한 역사가 무려 15년에 이르는 사람인데 제 글에 덧글이 안 달렸거나 혹은 제 글에 트랙백이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이 상하"기야 하겠습니까? 제가 나름 온라인 찌질판에선 급수가 딸리는 편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박근용씨와는 어차피 서로 얼굴도 한 번씩 맞닥트렸던 적도 있고, 전화로 통화도 했던 적이 있는데 뭐 개인적으로 덧글 안달리고 트랙백 없었다고 맘 상하거나 삐졌겠어요?
적어도 제가 지난 글에서 반응이 없다고 한 것은, 로스쿨 문제가 이렇게 웃기게 돌아가고 있는데, 지난시기 로스쿨법 제정정국 최전선에서 로스쿨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 사법감시센터가 기껏 변호사시험법이 잘 됐니 마니 하는 이야기로 로스쿨 자체의 문제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고, 이에 대해서 자기 입장이나마 밝혀보라고 글 올리고 트랙백 건 거거등요. 하지만 역시나 사법감시센터는 그런 입장 절대 안 밝히고 있죠. 그러더니 이제 제 개인적인 마음상함을 걱정하고 계시네요. 걱정은 감사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이 이야기 해봐야 죽은 주니어 불X 맛사지 하는 꼴이라 식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언급을 주니 이야길 안 할 수는 없네요. 박근용씨가 덧글에서 언급한 이야기들, 예를 들어 교육을 통한 양성 운운은 이미 지난 번 트랙백 건 글에 링크 걸었던 과거 제 글에서 다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저는 사법감시센터의 글에 트랙백을 걸면서 과거 사법감시센터에서 로스쿨에 관해 낸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근용씨는 그런 성의 없이 제가 트랙백 건 글만 보셨군요. 바쁘시니까 그랬으리라 이해합니다.
장학금과 관련한 박근용씨의 분석은 그 자체가 전제오류일 뿐만 아니라 교과부에서 조사한 현실 수치와도 너무 차이가 많이 나죠.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 단순계산착오 정도로 해명을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객관적인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가장 분노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로스쿨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을 마치 반 개혁적인 자들의 일부 혹은 그 연합체의 한 축인 것처럼 상정해버리는 로스쿨 추진자들의 오만함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류의 말도 되지 않는 비난때문에 욕 많이 봤습니다.
박근용씨는 덧글의 말미에 이렇게 언급하셨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대로 정원 대폭 늘어나고 로스쿨 학비 싸지고, 변호사시험 쉬워지고 이렇게 되겠느냐는 반문을 하셨습니다. 물론 쉬웠다면 지금 블로그 주인과 이런 대화가 필요 없었겠죠.
그런데 왜 이럴까요? 전 그게 한편으로는 로스쿨 체제로 가더라도 무조건 숫자 줄여야 한다는 기득권층과, 그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졌지만, 사시체제의 폐해를 인식하지 않고 개혁방향을 설정하지 못한(또는 사시합격자 늘이는 정도의 잘못된 개혁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도하지 않은 '연합'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도 그런 '의도하지 않은 연합'의 한 축이 되어버린 것이라 생각하구요."
아마도 그동안 제가 로스쿨에 관해 올린 글이나, 제가 민노당 있을 때 민주법연 등과 함께 작업했던 법학교육개혁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이런 비판을 하셨을까요? 저는 박근용씨가 저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더라도 이런 식으로 표현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 그렇게 해야만 로스쿨 추진자들의 반대세력을 하나의 축으로 묶을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로스쿨 추진을 위한 이론전개가 깔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오직 여러분들이 로스쿨만이 법학교육 정상화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이미 사고체계를 굳혀버렸기 때문이죠. 로스쿨 이외의 대안은 대안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상황에서 말입니다.
물론 박근용씨의 말씀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사법감시센터에서 중책을 맡고 계신다고 할지라도, 특히 법학교육과 관련하여 사법감시센터에서 만들어진 정책의 상당부분은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대학 법학 교수님들이 제공했을테니까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박근용씨도 절절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양성이 변호사 제도의 개혁 방향"임을 누군들 부인하겠습니까? 그런데 왜 그게 꼭 로스쿨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거죠? 로스쿨이 없으면 왜 안 됩니까? 로스쿨이 없어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그동안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는 결국 사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는 교수님들을 포함한 전국의 법대 교수님들께서 그동안 학교에서 법조인양성의 근간이 되는 법학교육을 한 것이 아니라 뭐 다른 걸 가르치고 있었다는 이야깁니까? 그럼 그분들이 왜 법학교수라는 타이틀을 앞에 붙이고 다니셨을까요? 비겁하게.
자기 자신들의 학문적 성취 혹은 후학양성의 공적조차도 스스로 믿지 못하는 법학교수님들이 로스쿨에서 왜 강의하실까요? 양심이 있다면 로스쿨 강의는 다 포기들 하시고 어디 교양학부 강의를 하시던가 강단을 떠나시던가 하는 것이 더 낫겠죠. 그게 학자적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 그동안 학부에서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할 수 없었으니 로스쿨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자기들 스스로 로스쿨 교수가 되어 학부에서 했었던 강의만 살짝 변형해서 강의하는 지금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납득이 가는 상황입니까?
게다가 박근용씨는 국가가 나서서 로스쿨에 지원 팍팍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사회민주주의'나 '사회주의'나 '평등주의' 나 등등 모든 진보적 가치에 부합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전 오히려 그런 생각이 왜 가능한지 묻고 싶네요. 법학교육을 정상화해서 사회적으로 훌륭한 법조인들을 양성하는 것은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데올로기적 이해관계와는 그닥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자영업에 불과한 변호사양성과정에 왜 국가가 그토록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주셔야죠. 아니면 초등학교부터 전문대학원까지 전부 국가가 무상교육 실시하라는 운동을 하시던가. 그게 더 합리적이지 않나요? 도대체 로스쿨이 뭔데 국가가 지원합니까? 그렇다면 지금 사법연수원에 있는 학생들에게 월급까지 줘가며 공부시키는 것은 공산주의 시스템입니까? 사법감시센터의 로스쿨 계획 중 일부는 사법연수원 폐지가 포함되어 있었던 거 아니었던가요?
또한 님의 발상 속에는 마치 로스쿨이 꽤나 진보적인 제도라는 인식마저도 엿보입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죠. 로스쿨이 진보였으면, 그 장구한 세월동안 로스쿨 제도를 운영한 미국의 법조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집단이 되었어야 하겠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어차피 법이라는 분야 자체가 뒷북이라는 것이고 좌파적 입장이던 우파적 입장이던 간에 실무를 담당하는 법조인의 입장은 실정법 우선이라는 전제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법조인은 다 보수라고 싸잡아 이야기하는 것이 솔직할 수도 있는 거죠.
지금까지 언급한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조금은 우스운 결론이 발생합니다. 즉, 자신들의 오류에 대해선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는 분들이 정작 자신과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의도하지 않은 연합" 운운하면서 반개혁세력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비난 하는 거죠. 이 사안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정 반대로 "의도하지 않은 연합"의 그림은 치적쌓기에 혈안이 되었던 노무현정권의 로스쿨 추진에 "의도하지 않게" 연합해준 사법감시센터 등 일부 단체들에 그런 비난이 더 적절하다는 겁니다. 물론 그런 비판을 인정하진 않으시겠지만요.
이제 막 개원한 로스쿨이 변호사시험법 때문에 불안감이 많이 발생했는지, 일부 지방 로스쿨에서는 학생들 차원에서 무슨 대책위를 꾸리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예비시험제도 반대를 위한 거죠. 재밌지 않습니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첫 걸음마를 떼려는 순간인데, 정작 입학생들의 관심은 경쟁자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쪽에 쏠려 있다는 것 말이죠. 이게 목하 현재의 로스쿨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 재밌는 것은 그 지방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서울지역 대학, 그 중에서도 상당히 상위 클래스에 있는 대학 출신자들이라는 거죠. 로스쿨로 대학교육을 정상화한다구요?
그래서 저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연합"의 축으로 몰려 반개혁세력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욕을 먹었던 것을 생각하니까 상당히 기분이 나빠서라도 사법감시센터의 공개적인 자기반성을 꼭 보고 싶어졌어요. 물론 그것이 박근용씨 개인에 대한 요청이 아니라는 것을 부연합니다. 혹시 또 개인적인 마음상함 정도로 이 문제제기의 의미를 격하시킬지도 모른다는 기우에서 말입니다.
[님이 쓰신 글 중에 제가 우선 풀고 싶은 부분은, 로스쿨이 그렇게 진보적이라면, 왜 미국 법조 아니 변호사사회는 저모양인가 하는 그런 부분입니다. 저는 로스쿨 그 자체가 진보적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로스쿨을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법률가 자격을 부여하거나 법률가를 키우는 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는 동시에 -- 이는 진보적이냐와 상관없는 부분입니다), ①변호사 사회라는 권력을 가진 집단에 무한경쟁, 개인들의 경쟁에서 살아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