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치는 고스톱?

난리 브루스를 떨던 연평도 포사격 훈련이 종료되었다. 진행된 과정을 보면 이건 뭐 쥐뿔도 없는 잔치에 초대장만 경향각처로 다 뿌린 격이 되었는데, 원래 외교라는 것이 허장성세가 90%라고 해도 그 사이에 맘졸인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뭘로 다 보상하려는지...

 

포사격 재개를 준비하면서 남한 정부가 펼친 언론플레이는 가관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훈련은 수십년 간 계속되어온 관행이라는 전제에서, 중러의 태클도 과감히 뿌리치는 자주국방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북괴뢰의 도발이 발생한다면 이 기회에 땡끄 몰고 평양으로 갈 것처럼 설레발. 여기에다가 실제상황을 가정한 대규모 민방위 훈련을 통해 국민적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건 당근 필수 아이템.

 

이에 대응한 북한의 공세는 거의 레전드급. 그전부터 느낀 거지만, 북한의 무슨 성명이다 뭐다 발표할 때 그 문장의 구성을 보면 이건 단어 하나 하나가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전투적이고 선동적인데, 이번에도 예의 그 문장력을 발휘하여 얼마나 또 떠들어댔던가? 아예 핵으로 덮어버릴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까지 하면서 포사격 다시 하면 그 땐 수령님이 못했던 위업을 장군님이 완수할 것처럼 떠들었더랬다.

 

막상 뚜껑 열어보니까, 남한은 이번 훈련은 걍 잔탄소비하는 수준인데다가 간단히 1시간 정도 하고 끝내겠다고 하더니 약속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발사한 포탄의 거의 절대 다수는 발칸포, K-9 자주포는 기껏 4발 쐈단다. 꼴랑 이거 할려고 그 난리를 치면서 전국을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거?

 

북한 역시 마찬가진데, 조선중앙통신은 아예 대놓고

 

"특히 우리 군대의 자위적인 2차, 3차의 대응타격이 두려워 계획했던 사격수역과 탄착점까지 슬그머니 변경시키고 지난 11월 23일 군사적 도발때 쓰다남은 포탄이나 날리면서 소리만 요란하게 낸 천하비겁쟁이들의 유치한 불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혁명무력은 앞에서 얻어맞고 뒤에서 분풀이하는 식의 비렬한 군사적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았다."

 

이렇게 몇 마디 눙치고는 지들끼리 고스톱 치러 갔다.

 

큰 사단이 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 전쟁이 무슨 불꽃놀이도 아니고, 왕창왕창 쏟아붇다가 서로 박터지게 붙어보기를 바란 것은 절대 절대 절대 아니다만, 기왕 지나간 모양새들을 보면 이건 뭐...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정권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정치의 실태이겠으나, 남북이 보여주고 있는 이 구태의연함은 역시나 동서고금에서 괜히 두고 두고 이 방법을 써먹는 것이 아님을 실증한다. 애초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주변 관련국들로부터 관심 하나 얻은 것만해도 이득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외교적 실패가 어쩌구 해도 이명박정권은 이번 연평도 정국 덕에 다른 문제거리드를 싸그리 덮어버린 효과를 얻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이나 북이나 이 위대한 지도자들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분들임에 틀림 없는데, 하늘나라 동기동창들 답게 서로 협조하는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언능 손잡고들 왔던 곳으로 돌아가시기를 학수고대 하지만 둘 다 얼굴에 흐르는 윤기를 볼 때 그 날이 조만간 도래할 것 같지는 않고.

 

재밌는 것은 이 상황에 가장 분노해야 할 보수집단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하는 것. 내용상으로 볼 때, 이건 뭐 북조선 괴뢰도당들에게 완전히 놀림감이 된 수준인데, 이 상황에 대해 분노하며 정권에 대해 비판의 수위를 높인다면 한국 보수도 성깔 좀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겠으나, 역쉬 우리 각하 드립치면서 자위질이나 하게 된다면 한국 보수 앞날은 여엉~ 황. ㅋ

 

암튼 짜고 친 것이 분명한 이 고스톱판에서 물주노릇하랴 시다바리하랴 고생만 직사게 한 사람들이 불쌍타. 어차피 주식시장은 되려 기지개를 펴고 있고 이 판에 아파트값도 다시 술렁거린다는데, 시장 돌아가는 거 보면 전쟁날 가능성 거의 제로. 그래서 그런가 예전같으면 쌀은 물론 라면 밀가루 사재기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송년회 망년회만 연일 질펀하게 잘만 벌어진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재밌지만서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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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1 11:42 2010/12/2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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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뭔가 잘못 알고 계신 듯. 맞폭격이 없었던 건 그제밤에 정일이 po쎆wer쓰가 만족스러워서 그런 겁니다. 맥시멈 5-6초 정도 쑴풍질에 의해 인민은 살고 죽고...

    라는 건 그냥 내 평소의 지론이고, 생각이 전혀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요.

    {재밌는 것은 이 상황에 가장 분노해야 할 보수집단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하는 것. 내용상으로 볼 때, 이건 뭐 북조선 괴뢰도당들에게 완전히 놀림감이 된 수준인데,}

    라는 거요. 중간생략하고, 이건 아마 사격훈련을 국내정치의 문제로 환원하는 사고틀에 기반한 거겠지요? 나는 이게 참 이해가 안 가요. 솔까말, 가카가, 아니 뭐하러 저기서 또 사격훈련을 해?라고 하는 광범위한 불만을 예측하지 못했겠습니까? 백수 할배들의 불만이 아무리 하늘을 찔러봤자 가카의 실용을 압박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춥기도 하고. 결국 사격훈련을 강제한 것은 국외의 지형들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막말로 중국이 엉겁결에 영토적 행위에 대한 간섭을 발설해버리고 말았는데, 이건 어떤 의미에서 신의 한 수. (아 물론 가카의 입장에서.) 분쟁수역화라는 위험도를 포함하는 대신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대신 조지 워싱턴이 떠다닐 수도 있다는 짜증스러움의 현실화 (아 이건 중국애들 입장에서.) 기타 등등.

    그래서 {놀림감}이 된 것은 보수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쪽이지 않을까. 항모가 뜬다니까 항모 뜨면 전쟁난다고 지랄발광, 사격훈련 한다니까 훈련 하면 전쟁난다고 또 지랄발광. 심지어 사격훈련을 실시하면 맞포격 여부를 불문하고 이명박의 사퇴를 촉구해야 진보다라는 희대의 개드립도 있더군요. 그러다가, 어 뭐야 아무 일도 없네 뭐. 이렇게 지나갈 걸 저것들은 뭘 반대씩하고 염병들을 쳐댄 거야?...라는 게 주변의 대체적인 평가.

    아 물론 공포를 동원하는 것이 가장 쉽게 공포에 빠지는 자들을 겨냥하기 위한 이중삼중의 술책이었으므로 더할 나위 없이 국내적이라고 말을 해볼 수는 있겠으나... 에이, 가카가 그만큼 똑똑하지는 않다는 거. 주어진 역할을 초월해야 하는 어떤 사회주의자들만 결국 (늘 그렇듯) 좆됐다는 게 맞는 설명일 듯. 앞으로도 심히 그러할 테고.

    에 어쨌거나, 주변에 온통 가난뱅이들 투성이라서 되게 쫄더군요. 그래서 내가 이랬지요. 걱정 말어. 이번에 맞포격 해봤자 바다로 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내년 6월에 가카-정일이 정상회담 열려. 오히려 이번에 쌩까고 지나가면, 빠를 경우 2012에 국지전 터질 가능성이 있는 거지. 헐, 근데 그냥 넘어가네. ㄷㄷㄷ 내가 시발 뭐 잘되게는 못해도 망하는 예언은 끝내주는데.

    그냥 기도나 합시다. 부디 저 돼지부자들의 성생활에 하루하루 코피가 좔좔 흐르는 오르가즘이 쌓이도록 해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이대로 늙어 벽에다 똥칠할 만큼 살기는 어차피 이제 바라지도 않고, 그저 진품 방독면 싸게 파는 곳을 알아 내기 위해 쇼핑몰 검색 하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아미타불멘.

    • 공포를 먹고 사는 건 보수뿐만이 아니라 진보역시 마찬가지죠. 그런데 정작 보수와 진보가 아무리 떠들어대도 라면 박스 동났다는 소식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정작 중요한 거죠. 언론은 여전히 생 난리 부르스를 해대고 있고, TV에 코박고 있는 중생들이 그 뉴스들 보면서 시시각각 상황의 추이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들, 관심과는 별개로 대중은 일상의 먹고사니즘을 추구하는 선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거. 이게 더 재밌는 일이라니까요.

      내년에 각하랑 정일이가 정상회담을 할지는 제 수준에선 아직 예측을 하지 못하겠으나, 정은이가 바닥 다지는 수준까지 계속해서 내외적으로 건수를 만들거라는 것은 예측가능한 수준이고, 이 와중에 보수는 북진통일, 진보는 남북화해 계속 떠들어댈 것은 자명한 이치.

      결론은 님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어 뭐야 아무일 없네 뭐} 이런 반응들만 지난 몇 십 년 간 쌓인 것처럼 또 더깨더깨 내려 앉을 듯. 내성이라는 것이 이렇게 쎈 거걸랑요. ㅋ

      그래서 차라리 조승수가 조미 평화수호조약 빨리 체결하고 남북이 각자도생하자고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 것. 문제는 각하만큼이나 이 동네 아이큐도 그닥 좋아보이진 않는다는 건데, 상황이 이런 만큼 별 도리가 없기는 해도 정일정은 부자의 정력강화를 기도하는 짓은 하지 않을랍니다. 누구 좋으라고. ㅋㅋ

  2. 저도 위 님과 같은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 명박 정부의 행태에 대해 너무 공포심을 조장했던 진보세력이 오히려 뻘줌해진 상황?
    한겨레신문은 12월 20일에 아예 1면에다가 특별사설까지 실어가면서 훈련중단을 요청했는데,
    이건 뭐 그냥 자기들이 뻘줌하게 생겼지요.

    진보세력이 뭐랄까, 너무 현 정부가 무슨 일을 벌이면 거기에 대해 반대를 위주로 하면서(거기까진 좋은데)
    그냥 쫓아다니다가 볼 일 다 보는 기분입니다. 결국 자신들의 콘텐츠가 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러한 진보세력의 우스운 짓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걱정입니다....

    • 그렇죠? ㅎㅎ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모양새는 여전히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계속된 어떤 이상향에 대해 섣부르게 누가 먼저 "그거 이제 그만"이라고 이야기할 상황이 도래하지 않는 한, 북쪽에서 뭐 터지면 남쪽이 기겁을 하고, 보수는 보수대로 땡끄 몰고 주석궁 가자는 소리 해대고, 진보는 진보대로 햇볕이나 따땃하게 비춰보세라고 하염없는 소리 해댈 거구요.

      여담인데, 언젠가 친북하자는 사람들에게 이 소리 했다가 영구분단론자라고 욕 처먹고, 좌파쪽에다가 이 소리 했다가 그거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핀잔만 먹었는데, 뭐 어쩌자는 건지는 저도 잘 몰겠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