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릭의 달인

노무현이 추구했다가 무산된 사업 중 내가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대연정

 

승부사 노무현의 대박 프로젝트를 보면서 감동이 쯔나미처럼 몰려왔더랬다.

그래, 이거. 이렇게만 되면 한국 정치사 최초로 진보와 보수가 명확하게 갈릴 수 있겠다.

열우당과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하나가 되면, 한국 보수진영의 모습이 확실히 규명될 것이고,

비록 당장은 열패의 위상을 극복하기 힘들더라도 진보는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되리라.

 

웬걸?

대연정이 소연정되더니 걍 물거품.

안타깝도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실상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그게 정상.

한나라당 + 민주당 + 국참당 + 창조당 + 희망연대 + 자선당 + ...  = 보수 대연합

 

뭐 이런 가닥이라도 나와야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합치던 말던 각이 서지.

 

그러나 제 손에 똥물 하나도 묻히지 않고 신선놀음하면서 한국의 정치를 고민하는 부류들, 대표적으로 김기식 같은 부류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나마 열악한 환경의 진보진영에서 골수를 빼먹는 것을 시대의 요청으로 둔갑시킨다.

 

노무현 탄핵 당시, 

"탄핵반대 = 민주, 탄핵찬성 = 반민주"의 구도를 설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사람들.

그 한 가운데 있던 김기식은 이제

"통합 = 정권교체, 통합무산 =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구도를 설정한다.

 

물론 이러한 도식화 과정이라는 건 상당히 자주 활용되는 수법인데,

대표적인 예로 

"로스쿨 = 개혁, 반로스쿨 = 반개혁" 뭐 이런 것도 있었다.

 

절박함이라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는 있겠으나, 아니 그럼 까놓고 언젠 절박하지 않은 때가 있었냐?

 

후보 단일화 하지 않아서 서울시장 오세훈에게 넘겼다고 생 난리를 치면서 노회찬을 까던 사람들.

지금 스코어를 함 보자. 기본적으로 오세훈의 실상이 이토록 완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다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 장기적으로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된 것이 진보진영, 혹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세력들에게 잡설 제하고 순전히 마이너스만 되었던 것일까?

 

아닌 말로 그토록 이 정권에 대해 염증을 느끼며, 혹은 더 나가 한국 정치를 좀 더 발전시켜보고자 했던 열망이 정당정치의 새로운 국면을 통해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니들은 왜 정당에서 활동하지 않는가?

 

결과적으로 김기식의 이런 뇌내망상은 기성 정당들이 시기마다 진보진영에서 사람 뽑아가고, 진보진영을 지들 치어 양식장 정도로 생각했던 것과 거진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이런 생각 가지고 정치발전 운운하면서 훈수놀음 하던 사람들,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도 그 레토릭에 아무런 발전이 없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예를 들어 민주당의 송영길. 지금 인천시장. 경인운하 찬성하고 인천대학교 법인화 주장하고 이젠 한미 FTA 빨리 진행하자고 하는 송영길은 민주당에서 금이야 옥이야 대접을 받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 민주당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던, 혹은 떠오르는 샛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던, 지금 현재 스코어에서 뭐가 또 바뀔 수 있을까? 하다못해 노무현조차도 새만금을 밀어부쳤고, 이라크에 파병하고, 한미 FTA를 날로 해쳐드셨는데, 지금 민주당이나 그 언저리에서 논의되는 사람들이 과연 노무현보다 잘 할 수 있겠나?

 

김기식은 "대승"을 이야기하면서 진보진영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이미 김영삼, 김대중이 다 해줬다. 진보진영의 파이가 얼마나 커졌던가? 한나라당에 이재오, 김문수, 신지호 등등, 민주당에 이름도 열거 할 수 없는 수많은 면면들, 다 진보진영에서 그리로 갔다. 이렇게 파이가 커졌는데 결과는? 진보는 개뿔...

 

"지금 진보처럼 해서는 박근혜 못이겨"라는 김기식의 언술은 이런 식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지금 김기식처럼 해서는 진보는 백년하청"

 

제발 말장난 좀 그만하길 바란다. 아니면 걍 까놓고 명박이가 싫어요, 근혜만 안 될 수 있다면 뭔 짓이든 하겠어요. 이렇게 나가길 바란다. 괜히 진보 생각해주는 척 좀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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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3 11:32 2011/08/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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