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과녁이 그 과녁일까?

똑똑하기로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오세훈이 왜 굳이 주민투표라는 자살폭탄을 돌렸는지에 대해 이래 저래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대충 이런 분석들이 내리는 결과는 박근혜 대세론 흔들기, 차차기 대선후보 입지강화 정도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오세훈이 차차기를 노리고 보수진영에게 스스로를 타협없는 보수의 중심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적 일환으로 주민투표를 향해 돌진 앞으로 했다는 분석은 솔직히 그닥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 그런 생각이야 했을 수 있겠지만, 남한 사회 보수 유권자들이 이번의 헤프닝을 2017년까지 연장해 오늘 오세훈의 저주에 가득찬 사퇴의 변을 기억하며 그를 보수정치인의 리더반열에 올려줄지는 의문이다.

 

다른 한편, 오세훈의 주민투표전술이 박근혜를 겨냥했다는 분석, 그리고 주민투표의 결과로 인해 박근혜가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되었다는 평가 역시 생뚱맞기는 마찬가지. 사실 오세훈이 친위세력을 동원하여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에게 추파를 던지긴 했고, 결국 서울시장 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긴 했지만 그건 주민투표 관철을 위한 것이었지 박근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까놓고 지금 시점에서 오세훈이 박근혜를 흔들어봐야 무슨 이득이 있었을까? 박근혜 대세론이 움찔하면 오세훈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깜냥이라도 있었던 건가? 그정도로 생각했다면 오세훈의 아이큐가 조류수준이라는 이야긴데...

 

더불어 이번 주민투표 결과로 인하여 박근혜가 똥물을 맞게 되었다는 것 역시, 일정부분 그럴 수는 있겠으나 별로 큰 일은 아니라고 보인다. 일단 당내에서 비등하고 있는 박근혜 책임론에 대해 박근혜는 여전히 쌩까도 아무 지장이 없겠다. 기본적으로 현재 박근혜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들의 면면이 이번 주민투표로 인해 묵사발이 된 자들이기 때문이다. 25.7%를 '사실상 승리'로 간주하는 阿Q의 후예들은 이미 자신들이 뭔 소리를 한들 어느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븅딱들이다. 이 븅딱들의 븅딱거림에 박근혜가 신경쓸 이유는 없다.

 

오히려 박근혜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사람의 입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항상 경계하게 된다는 것. 단기필마, 수첩하나 옆구리에 끼고 오직 '나라를 살리겠다'는 단 한마디로 세간을 평정하면서 탄핵정국으로 완전 초토화되었던 한나라당을 오늘의 수권정당으로 만들어낸 저력을 가진 박근혜. 사실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박근혜가 도대체 뭘 했더라하는 의아함이 생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분의 가치는 결과가 말해주는 거다.

 

시정의 혓바닥들, 아니 손꾸락들이 이래 저래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있다만, 재밌는 것은 사실 아직 박근혜는 스스로 대선가도에 뛰어든 제스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것. 달리 말하면 박근혜가 차기 대권 1순위가 된 배경에 박근혜 스스로 뭘 했는지는, 지난 시절 혹한의 찬바람이 빤스 속까지 휘저을 때 거리 한 복판에서 패잔병들의 전열을 추스리며 열우당과 맞다이뜨던 당시에 박근혜가 도대체 뭘 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작금 관심사는 한나라당의 븅딱 여러분이 박근혜를 어떻게 뒤흔들 것인지, 또는 박근혜가 이번 주민투표결과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가 아니다. 정작 관심이 가는 부분은 박근혜가 자신의 처신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이 얼마나 갈 것인지, 그가 입을 열 때 무슨 파란이 일어날 것인지 등인데, 그보다도 더욱 관심이 가는 것은 박근혜가 가만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디까지 박근혜가 대세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처럼 찌라시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떠들 수 있는지 하는 부분이다.

 

도대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이토록 수많은 관심과 무슨무슨 '론'이 따라붙는 현상을 어찌 이해해야 할까? 아버지의 후광때문일까, 아니면 박근혜라는 이름 한 번 거론함으로써 제 가치를 높이려는 얄팍한 상술때문일까. 이게 한국정치의 현실이라는 것이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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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6 14:26 2011/08/2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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