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월급'을 깎자는 문희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하여?

문희상이 국회의원 월급을 깍되 의석수를 늘려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자는 주장을 한다.
관련기사: 문희상 "국회의원 월급깎아 의원 330명으로 늘리면 개헌 가능" - 머니투데이

우선, 국회의장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도 그렇고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얼른얼른 추진할 일이다.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걸 인정한다는 건 대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생각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니 평가할만 하다. 30석이 아쉽긴 하지만 그거라도 늘리는게 어딘가?

그런데 문제는 문희상이 이야기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딱히 확 와닿지 않는다는 거다. 왜? 그 방식이 국회의원 월급 깎는 거라니 그렇다. 국회의원 월급이 너무 높으니 깎아야 한다면 그것도 뭐 생각은 해볼만한 일이겠지만, 실제 지금 중요한 건 국회의원 월급이 너무 많다는 게 아니잖은가?

지금 문제는 첫째, 국회의원의 역할이라는 게 그다지 별볼일이 없다는 거, 더 적나라하게는 뭔가 일하는 국회의원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둘째, 국회의원의 독점적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보니 국회의원이 된 후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국회의원이 일을 더하게 만들고, 독점적 권한을 서로 돈독하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만드는 게 맞는 거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건,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는 이유다. 당연히 대의제 체제에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례성을 강화하는 목적 중 하나는 책임정당정치를 활성화하는데 있다. 즉 정당의 역할을 강화하고, 정치에 대한 정당의 책임을 강력하게 묻겠다는 거다. 실제 이 부분은 연동형 비례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지만, 이건 연동형 비례제도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여기서 정당의 역할을 강화하고 책임을 증대하기 위한 실무적 차원의 대안이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국회의원 보좌관의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대신 정당의 의원보좌능력을 강화하는 거다.

지금 국회의원 보좌관의 수가 인턴 포함 9명까지다. 의원실 안에서만 그렇다. 지역구가 강한 현재의 구조에서 자기 지역구에 갖다 꽂아 놓은 사람까지 치면 한 의원당 전속으로 배치된 인원은 당장 10명을 훌쩍 넘어간다. 그런데, 의원 한 사람이 최소 9명 이상의 보좌관을 두고 일을 하게 되면 그 때부터 당과는 관계없이 의원 개인이 하나의 정당이 되어버린다. 정당이라는 허울은 그저 선거할 때나 언론탈 때에만 필요한 거고, 정당의 이념이고 정강이고 필요없이 의원은 혼자서도 뭐든 잘하는 상태가 되어 자율성을 만끽한다. 그러다가 발생하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은 당에 넘기고 당은 의원에 넘기고 그러다가 흐지부지되고.

의원 보좌관을 1-2명으로 축소하면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만 가지고도 의원을 지금의 두 배는 늘릴 수 있다. 문희상 의장의 배포가 월급 몇 푼 깎아서 기껏 30명 늘리는 정도라면 그건 보기보다 좀스럽다.

의원을 늘리는데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우려되어서 30명 정도 늘리는 걸 생각한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구성비율이라도 바꿀 요량이 있어야 하는데, 아마 현재 지역구 의석은 단 한 석도 줄이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30석 늘리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현재 300명 의석 중 비례대표는 불과 47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30명을 전부 비례로 늘린다고 해도 비례대표는 기껏 330명 중에 77명일 뿐이다. 의석의 23%... 옛날 전국구 시절의 비율과 유사하다. 하긴 뭐 이렇게만 해도 어딘가?

또하나 곁가지로 건드릴 문제점은, 330명 정원과 연동형 비례제를 이야기하면서 거기에 개헌 이야기를 낑구는 문희상의 의도가 이 기사만 봐서는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촛불혁명의 완성을 위해? 이건 그냥 명분일 뿐이고, 그 구체적인 내용이 뭐라는 건가? 개혁입법의 원내 처리를 위하여 원 구성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건가? 왜 뜬금없이 개헌인가? 뭘 위한, 뭘 하겠다는 개헌인가?

아무튼 연동형 비례제는 필히 도입해야 하고, 그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선 다른 논의를 하겠지만, 여기에 무슨 국회의원 월급 깎자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건 그냥 유권자들 기분 풀어주겠다는 거 외엔 별 의미가 없고, 오히려 문제의 본질만 가릴 뿐이다. 그나저나 문희상은 월급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 국회의장까지 하셨으니 슬슬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신이 지역구를 마치 종신직 직장처럼 생각하는 처지에 연동형 비례제를 이야기하는 게 실상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운 걸 좀 알아야 할텐데.

어, 그러고보니 앞으로 현직 의원을 다룰 때는 그 사람의 지역구라든가 뭐 특기할 사항들을 함께 다루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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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3 10:57 2018/09/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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