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탈출] 태평양의 파도를 부둥켜 안고
짝꿍과 만나 서로 함께 하기로 한지 11년, 같이 산지 10년 기념으루다가 훌쩍 떠난 여행길. 옥신각신 티격태격 했는데, 나름 재밌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걷고 먹기. 하루 동안 걸어다니면서 쉬엄쉬엄 구경하고 내키는 대로 먹는게 이번 여행의 주제였다. 이 주제에 맞춰 고르고 고른 지역이 호이안(Hoi An)과 안방(An Bang)이었던 것. 유명 유적지나 관광지를 두루 도는 것은 사절. 최대한 숙박지 주변의 골목골목까지 두루 돌아다니고, 그곳에 있는 먹거리를 먹어보는데 한정한 여행이다.
호이안은 작은 도시지만, 돌아다니면서 볼 거리가 상당히 많고, 베트남 안에서도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올드타운을 비롯해 시내 중심가는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면 골목골목 구석구석에서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볼거리를 찾을 수 있다.
안방해변은 더욱 좋다. 여긴 좀 설명이 필요하겠다. 이번 여행 주제에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장소가 여기다. (i) 부산스럽게 돌아다니는 게 싫고, (ii) 가급적 숙소 주변의 가까운 곳들을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으며, (iii) 지역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소소한 볼 거리와 수수한 먹거리가 있는 곳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추다.
대신, 뭔가 눈에 차고 화려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를 찾는 사람에겐 매우 심심하고, 별 볼일 없고, 너무나 한적한 곳이 이곳이다. 그런 사람에겐 절대 비추. 괜히 갔다가 입만 댓발 나와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일단 안방해변은 꽤나 넓고 긴 백사장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 전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잘 발달된 모래해안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고, 지역에 맞춰 구획이 되는데 안방은 그런 해수욕장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긴 하다. 그래도 안방 비치로 포함되는 해변의 길이가 2km는 되는듯...
물은 차지 않고, 모래는 아주 곱다. 백사장의 길이도 길이지만 폭이 엄청 넓어서 물이 들어온 곳으로부터 바다 안쪽으로도 꽤나 멀리까지 경사가 완만하다. 우기로 접어드는 철이라서 그런지 원래 그런지는 몰라도 파도가 훌륭하다. 여름 휴가철에 웬만한 한국 해변 어디와 비교해도 파도의 사이즈가 완전히 다르다.
안방 해변을 끼고 작은 마을이 있다. 해수욕장이 있고 관광객이 몰리다보니 마을을 관통하는 길 양쪽으로 음식점이며, 작은 점방이며, 마사지업소며, 이발소나 미용실, 오토바이나 자전거 대여소 등이 늘어서 있고, 전체적으로는 숙박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동네는 굉장히 조용하다.
그러고보니 시작은 이러한데, 한꺼번에 다 이야기하자니 뭐 정리가 잘 안 되기도 하고, 그래서 천천히 구라를 풀어보고자 한다. 시간 나는 대로 호이안과 안방에서 보고 먹은 것들을 정리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