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해변마을] Rustic House Restaurant and Bar의 젊은 주인 부부
안방해변마을은 조용하다. 겉모습은 그렇다. 비수기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성수기에는 왁자지껄한 동네라고 하니까. 아무튼 겉으로는 참 조용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성수기니 비수기니 하는 관광객 중심의 사고방식이 아니라 삶 자체의 현장으로서 이 마을 역시 부산하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엄청 큰 어린이집(유치원?)의 아침이 시끌벅적하다. 새벽 5시 조금 넘으면 마치 노동자들의 아지트같은 노변 까페나 마을 끝의 까페엔 젊은 남정네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곳곳이 공사장이다. 관련된 이야기는 따로 이야기해야겠다. 유원지로 굳혀진 곳이지만 작은 시장통(?)을 돌다보면 봉제공장도 있다. 이 봉제공장은 이 마을에서 건설업을 빼곤 유일한 공산품 공장이 아닌가 싶다.
잘 보이진 않지만 이렇게 북적북적하다. 그럼에도 동네가 조용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이 조용한 동네에 꽤나 어울리는 음식점이 하나 있다. 이름은 Rustic House Restaurant and Bar. 애초 이 작은 주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발견이었다.
호이안에서 묵었던 호텔을 떠나 안방마을로 오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호텔에서 콜을 해준 택시였으니 믿고 탔는데, 아뿔사... 운전기사가 뭐라고 하는데 베트남어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비싸요... 외에 베트남말은 거의 생각이 나질 않는 상황인데 빠르고 딱딱 부러지는 말투로 뭐라고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짧은 영어로 미안하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기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안방해수욕장 입구라는 작은 사거리에 우리를 내려줬다.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데 마침 바로 길 건너편에 숙소들이 있기에 거긴가보다 하곤 그냥 내렸다. 그런데 웬걸,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의 비상사태가 발생... 이곳 저곳 꽤 멀리 구석구석 캐리어를 끌고 돌아다녔는데 숙소가 보이질 않는다. 날은 덥고 땀은 흐르고 와이파이는 안 잡히고 난감한 상황이 발생...
기왕 이렇게 된 거, 어디 들어가서 커피라도 마시면서 고민을 해보자고 하던 차에, 이상하게 음식점에 대해서만큼은 기가 막히게 촉을 발휘하는 짝꿍이 들어가자고 한 곳이 바로 이 Rustic House Restaurant and Bar였다.
일단 들어가 코코넛과 커피를 주문했다. 코코넛은 호이안과 안방에서 맛 본 어떤 코코넛보다 시원하고 맛있었다. 그 차이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유의 고소한 맛도 이 집의 코코넛이 더욱 풍부했으니. 첫 인상에 낙점된 곳이 되어 Rustic House Restaurant and Bar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네 차례나 방문을 하게 된다.
이 집은 젊은 두 부부가 운영한다. 주방은 집 안쪽에 있다보니 누가 어떻게 조리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 동네는 모든 가게가 다 그렇다. 하긴 다낭이나 호이안의 큰 호텔이나 현대식 대형 레스토랑 정도는 가야 주방을 볼 수 있다. 암튼 그렇고, 하지만 칵테일이 주종목인 이 집의 바텐은 남편인데, 부인이 남편의 칵테일 제조솜씨에 대해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음식이 정갈하고 푸짐하고 맛이 있다. 물론 음식맛이야 개인적 기호가 작용하는 것이라 다른 이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내겐 아름다운 맛이었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기름지지도 않으면서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는 음식들이다.
부인은 정이 많고 매우 친절하다. 몇 번 가다보니 이 부인이 어머니며 아버지를 소개시켜준다. 사위가 처가에서 사는듯. 암튼 그렇고. 남편은 차분하고 약간은 낯을 가리는 듯 한데, 이 레스토랑을 이야기하는 다른 외국인들의 후기를 보면 꼭 그렇진 않는 듯하고. ㅎㅎ
암튼 이 남편이 하는 말이, 이 골목에서 한국인을 보는 건 흔하지 않고 이렇게 들어와서 음식을 먹고 가는 일은 별로 없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주로 해안가에 위치한 큰 리조트에 들어가서 그 안에서 먹고 놀고 자는 모든 걸 대부분 해결하는 스타일이라고. 그게 편하긴 하지. 게다가 최근 이 지역에는 '풀빌라'가 많이 들어서서 문밖출입을 안해도 놀거 다 노는, 아니 실은 본전생각이 나서(풀빌라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다) 그 안의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는 일도 많단다.
관광의 목적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고, 게다가 지 돈들여 지 놀고싶은 대로 논다는데 뭐라 할 말은 없다만, 나는 나대로 이런 곳에서 이런 음식을 맛보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좋으니 성공이라고 할 밖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곤 싶으나 영어라고는 생존영어밖에 모르는 터라, 그의 말만 들으면서 대충 알아듣는 척하는 게 다였지만, 몇 번 본 두 사람으로부터 나는 참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찾아온 이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뭔가가 있었다.
안방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커피를 한 잔 하러 들어갔는데, 하필 그 두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아버지하고 언니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만삭의 언니는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보였다. 혹시라도 다시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의 미소는 꼭 다시 보고 싶다. 아, 그리고 그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도.
그나저나 여기서 먹은 음식들의 사진을 못 찍은 게 너무 많다. 카메라에 익숙질 않다보니 처묵처묵하고 나서야 앗차, 사진! 이러는 일이 반복되었던 것. 기껏 건진 사진이 저 감자튀김 뿐이라니... 그나저나 저 감자튀김은 뭐라고 할까, 감자 자체가 품종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 일단 감자가 너무 맛있고, 너무 신선해서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든다. 기름을 뭘 썼는지는 모르겠는데 느끼한 맛도 전혀 없고, 짜지도 않다. 단골(?)이라고 양도 많이 줬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