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해변마을] 베트남은 공사중

뜸하게 글을 올려서 좀 끊어지긴 한다만, 아무튼 안방해변마을은 여러 모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곳이었다.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것, 외부인과의 끊임없는 접촉에서 발생하는 단층들, 자연과 살아가는 것과 가난에서 벗어나기, 기타 등등.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가는 길은 해변을 끼고 가는데, 거기에는 거대한 리조트 공사들이 한창이다. 베트남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어떤 대기업이 짓고 있는 위락단지는 그 규모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들 정도다. 이미 지어져 있는 고급 주거시설과 리조트만 보더라도 그 덩어리가 한국의 것들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곳들의 규모는 지금 지어져 있는 것들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을 듯 싶다.

대자본이 해안 일대를 관광단지로 개발하는 것만이 아니라, 베트남은 곳곳에 건설이 한창이다. 하노이를 갔던 게 16~7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 그곳도 곳곳에 건설현장들이 있었다. 당시에 본 느낌은 규모가 커봐야 빌라단지나 아파트를 짓는 수준이었고, 동네 구석구석에 작은 집들을 짓고는 있었는데, 이게 계속 짓고 있는 건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가는 정도였다. 왜냐하면, 이건 막 벽돌 몇 장 쌓고 겨우 지붕 올려놓은 수준인 가건물 비스무리한 곳에서도 사람들이 살림을 살고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공사가 재개될 것 같은 분위기는 거의 없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

하지만 다낭에서, 호이안에서, 그리고 그 조용한 안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건설공사는 규모가 있었고, 박력있게 진행되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받은 인상 중 하나는 이곳 사람들의 얼굴이 매우 밝고 자신에 차 있었다는 점이었다. 특히 과거 하노이에서와는 달리 지금 내가 본 지역에서는 놀고 있는 '남자'들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못 사는 동네에 남자들은 놀고 여자들은 일하는 풍경이 예외가 아니었고, 과거 베트남 역시 그런 모습이 많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일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일들 가운데 중요하게는 건설경기가 있다. 한국도 그렇지만, 건설경기부양이라는 게 일자리 만들고 돈이 도는데는 그것만큼 단기간에 효과를 보고 확실하게 결과가 나는 게 드물다. 곳곳에서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데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고 하루가 다르게 집이며 동네며 모습이 변화해간다. 달랑 며칠 있는 동안에도, 우리가 묵었던 호텔 옆에 공사장의 건물 외관이 달라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방해변마을의 구석구석도 그렇다. 골목 하나만 들어가도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꽤나 규모가 큰 공사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이 숙박시설이다. 안방해변마을에는 상당수의 민박집들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규모있는 숙박시설들이 지어지다보면 조만간 그런 민박집들은 장사에서 손을 놔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을 한 복판까지 진출하고 있는 이런 대규모 숙박시설들은 결국 안방마을의 조용함마저 없애버리게 되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지인이자 잠시 있다 바람처럼 가버릴 여행자들의 노스탤지어를 만족하기 위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살아가길 바랄 수는 없다. 지금의 속도로 봤을 때, 지금 기록하고 있는 안방마을의 조용함과 아름다움이라는 건 아마도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한 때의 추억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 많이 아쉽기도 하겠지. 그래도 난 그들이 더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으리으리한 건물과 지갑에 넘쳐나는 돈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걸 쟁취해가며 살아간다면 참 좋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8/09/30 09:20 2018/09/30 09:20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